드라마 D.P.의 키워드로 많은 사람들이 을 말한다. 방관 다음으로 우리를 사로잡은 말은 죽기 직전 조석봉 일병의 말, 였던 것 같다. 이는 우리 사회에 던져야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로 간주되기에 충분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나는 다른 데서 더 깊고 아픈 인상을 받았다. 그것은 총을 들고 거의 미쳐가는 중인 조석봉 일병이 자기를 학대한 황장수 병장을 학대 장소로 데리고 가서, 라고 묻는 장면에서, , , 고 애원하던 황병장이 어렵사리
대선 투표일이 2주 내로 다가왔다. 지금 우리 사회의 최대문제는 불평등과 기후위기다. 불평등 문제가 대선을 통해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소득 불평등, 자산 불평등은 심화되었다. 소득 불평등은 시장소득 기준으로는 악화되었고 정부의 재분배 역할 확대로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는 개선되었다. 소득 불평등을 재는 지니계수는 시장소득 기준으로 2014년 0.397에서 2020년 0.405로 상승했는데,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는 2014년 0.363에서 2020년 0.331로 하락했다. 소득5분위배율은 시장소득 기준으로 2014년 1
1985년 추송웅이라는 배우가 죽었을 때 나는 고작 20대 초반을 넘고 있었다. 그의 명 연기로 유명했던 연극 '빨간 피터의 고백'을 한 번도 보지 못했는데… 사실 그때 나는 연극을 볼 만한 사정도 여유도 없는 험한 시대를 보내고 있었다.그리고 또 십 년의 세월이 흐르고 선생 노릇을 새롭게 시작했던 어느 때 그 '빨간 피터의 고백'이라는 연극의 원작이 카프카가 쓴 Ein Bericht für eine Akademie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나의 고등학교 시절,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에 대해 우리는 죽자 사자 '
겨울철 감자탕이 나에게 추억으로 훅 다가온다면 과메기는 추위와 함께 서서히 다가온다. 주점 벽에 홍보 포스터가 붙기 시작하면 과메기 안주는 소주병과 함께 우리 술상 위에 오르기 시작한다.1980년대 중반 객지에서의 첫 겨울은 너무도 추웠다. 선배 두셋과 나를 포함한 신입생 두셋이 유리창에 성에가 허옇게 낀 허름한 주점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선배는 감자탕과 소주를 시켰다. 털어 넣은 소주와 감자탕의 따듯한 국물과 연탄난로의 온기는 객지에서 나의 첫 겨울을 견딜 수 있게 해주었다. 나는 감자탕을 그때 처음 만났다.감자탕과 달리 내가
*'무비(Movie)와 뮤비(Music Video) 사이'는 영화감독이 연출한 뮤직비디오를 돌아보는 글입니다. 'Behind Time 1925 - 1953 A Memory Left At An Alley'는 2003년 한영애가 발표한 리메이크 앨범이다. 포크와 블루스 사이에 싱어로서 정체성을 두었던 그는 1999년에 백설희의 '봄날은 간다'를 부른 것을 계기로 옛 트로트를 다시 대하게 되었고 급기야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즈음까지 불린 명곡들을 자신이 되부르는 데까지 이른다.'외로운 가로등'도 그중 한 곡이다. 1939년에 황금심이
2월 / 천지경 2월에 태어나내 곁에 온먹이고 어르며 키운 아기-유정이-지금 대학생인데가끔 너무 보고 싶다깜찍한 이모티콘 닮은 아이카카오톡 대화하고 나면더 보고 싶은새순이 예쁘게 움트고꽃이 봉오리를 맺는 봄이라고다들 좋아라 말하지만나는 자주 우울해진다나의 봄인 유정이가이제는 아기가 아니고아주 먼 곳에 살기 때문이다초롱초롱 나만 바라보던아기 유정이유정이가 유독 생각나는2월 ***** 젊은 시절 부업으로 보모를 했었다. 공무원 자녀 2명을 키웠다. 잘 자란 혜정이는 지금 공무원이 되었고 유정이는 현재 취준생이다. 비록 직업으로 키운 아
이 곳은 (새벼리에서) 개양오거리로 가는 6차선 도로.그림에서 아래로 향하는 방향 총 3개의 차선 중 맨 오른쪽 라인은 표기한 바와 같이 짧은 거리 안에 총 3번의 우회전이 가능하다.우회전이 가능한 오른쪽 라인으로 주행하는 차들은 주로 1. 버스 2. 고속버스 3. B 방향(경상대 후문 방향)으로 빠지는 차량인데, B방향으로 빠지면 고속버스 개양정류소가 있고, 경상대학교 후문으로 진입할 수 있으며, 학기중에는 경상대학교 부설고등학교로 향하는 버스도 오전에 한하여 이 길로 빠진다. 즉 이 차선에서 주행하는 차량들은 이 라인에서 주행하
입춘이 지났다.이제 만물이 생동한다는 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럴 때 어떤 음악을 소개하면 좋을지 생각해본다.힘차게 시작하는 음악이 좋겠다 싶어 오늘은 차이콥스키의 ‘피아노협주곡 제1번’을 골랐다.우리 집 두 아이가 어릴 적, 퇴근하는 길 차 안에는 여느 때처럼 클래식 방송을 틀어놓았었다.음악 소개 코멘트가 나오고 “빰 빰 빰 빰... 빰 ~~~”이런 음악이 흘러나왔다.그 순간 뒷자리에 앉아 있던 두 아이가 동시에 따라서 흥얼거렸다.러시아 작곡가 뾰뜨르 일리치 차이콥스키의 피아노협주곡 제1번 도입부이다.이처럼 이 곡은 아이들도 무
경상국립대는 경상남도의 거점 국립대학교다. 1910년 4월, 설립 인가를 받고 공립진주실업학교로 개교했던 진주농업학교(경남과학기술대학교)가 1948년 농과대학(경상대학교) 분리를 거친 후 각기 존속해 오다가 2020년에 통합되어 현재의 경상국립대학교가 되었다. 경상국립대학교의 개교 시기는 자연스럽게 진주실업학교의 출발 시점인 1910년으로 설정되었다(기존 경상대학교의 개교 시기는 1948년이었다). 학교 당국과 지역 여론도 1910년 개교에 큰 이견이 없는 듯하다. 그러나 경상국립대의 시작을 1910년으로 지정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1950년 9월 1일 진주성이 불탔다.전쟁으로 산천이 부서지고 사람들 살점과 핏줄기가 폭음과 함께 찢어지고 갈라졌다.그런 시절 이야기다.젊은 시아버지는 인민군들이 퇴각할 때 소달구지를 끌고갔다고 한다.형님은 장남이라 안되고 동생들은 어려서 안되고 만만했던 게 시아버지였는지 인민군들 짐 나르는 부역에 지목된 것이다.폭격으로 진주다리는 부서졌고 길도 험했는데 소달구지에 물자를 실은 인민군들이 진주를 벗어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동원된 모양이었다.몇 날 며칠을 갔는지 사람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소식도 모르고 있었는데 어느 밤 얼굴이 해골같
일전에 지인들과 함께한 자리가 있었습니다. 대부분 서로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사이인지라 굳이 소개를 안 해도 되었지만, 여럿이 모인 자리인 만큼 각자 가지고 있는 콩알만 한 직위라도 소개하며 공적인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물론 KF94 비말 차단 마스크를 야무지게 쓰고서 말입니다.하필 그날은 남편과 동행한 자리였는데, 진행자가 부부 중 한 명만 인사를 하라는 주문을 했습니다. 나서기를 싫어하는 남편이 외부활동이 많은 내게 양보를 했기에, 마이크를 넘겨받고서는 분위기에 맞다 싶은 몇 마디로 인사를 채웠습니다. 짧은 인사 후 진행자에게
졸업과 종업식을 마친 학교는 적막하다. 지난해 봄, 아이들이 없는 학교에 대한 그 알 수 없는 안타까움이 불현듯 머리를 스친다. 선생님들도 방학을 해서 계시지 않으니 학교는 그야말로 무중력 세상처럼 느껴진다.점심을 먹어야 되는데 아침부터 은근히 걱정이 된다. 워낙 외진 곳이기도 하거니와 이 코로나 상황에서 제대로 문을 연 음식점도 없다, 뿐만 아니라 이 땅에 이름 있는 배달 업체도 여기까지는 손이 미치지 않으니 개별 도시락 생각도 잠시 했다. 다행히 동네 중국음식점에서 주인장이 배달해 주셔서 오늘 점심은 해결이 되었다.방학을 했으니
'먹거리'라는 표현과 '불고기'나 '비빔밥' 같은 음식이름에 불편함을 느끼거나 이상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너무나 일상적인 것들이기에 독특함이나 이상함을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이다.음식, 식품, 식량을 의미하는 순우리말에는 '먹거리' 또는 '먹을거리'가 있다. 나는 습관적으로 ‘먹거리’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짧고 간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먹을거리’가 올바른 표현이라고 한다. 폐친 가운데 한 분은 "이오덕 선생이 살아계실 때 여러 번 제기하신, '잘못 쓰이고 있는 우리말'의 대표적인 용례로 언급하신 게 '먹거리'였
‘매몰비용’은 지출해서 회수할 수 없게 된 비용을 말한다. 이 개념에서 확장된 ‘매몰비용의 오류’는 이미 실패한 또는 실패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에 시간, 노력, 돈 따위를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일을 의미한다. 어떤 일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지 않고 지속함으로써 누적되는 피해, 파생되는 피해를 계속 감수하는 어리석음을 지적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누가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하랴’ 싶지만 의외로 현실세계에서 이런 현상은 자주 목도된다. 흔한 예로 도박꾼들을 들 수 있다. 그들은 본전생각 때문에 도박판을 떠나지 못하고 가산을 모조리 탕진할 때
장날 / 천지경목을 무릎 사이에 끼운시금치 파는 노파네댓 단인가 남아있다시장 한 바퀴 돌고 그 자리 오니얼굴도 얼고 손도 얼고 다라이도 얼고 삼천 원이던 시금치가 이천 원이란다막차 시간 다 됐소 떨이 좀 해주소어제 산 시금치 집에 그대로 있는데난전 장사하던 엄마 눈을 닮은 노파지갑 여는 내 옆에 서는 중년 여성 한 분아이고 애가 타네요 나도 한단 줘 보세요그녀와 나는 새파랗게 얼은 엄마를한단 씩 안고 마주 보며 웃었다이제 가볍게 막차 타시겠구나파장 직전의 장날이었다 ***** 한파가 시작되어 몹시 춥다. 난전에는 추워서 검붉어진 얼
“모두의 적이 될 준비가 돼 있습니다.” 입사초 고령의 선배와 낮술 한 잔 걸치며 내뱉었던 말입니다. 기자는 미움 받기 십상인 직업이니, 미움 받는 것에 크게 개의치 않겠다는 의미였습니다. 허세 가득한 이 말에 선배는 이렇게 답해주었습니다. “모두의 적이 되지 말고, 모두의 편이 돼라. 있는 그대로 보도하면 모두의 편이 될 수 있다.”새해가 시작된 지 열흘이 지났습니다. 새해라고 특별한 감회를 느끼지는 않습니다만, 지난해를 돌아보고, 올 한해를 다짐합니다. ‘단디뉴스’가 지켜야 할 가치도 고심합니다. 사실, 공정, 균형, 품위. 언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서로 소통을 바란다. ‘코로나 19’라는 전염병 재난이 더 그렇게 만들었지만, 사람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시간과 여력은 점점 줄어들었다. 그래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큰 몸집으로 소통의 매개 역할을 한다. 서로 마주 앉아 얘기를 해도 너의 마음을 다 알기가 쉽지 않은데, 이런 곳이 과연 창구가 될까.소통의 판을 깔아주는 것과 함께 정보를 전달하는 미디어의 몸집도 불어났다. 시청률과 조회 수는 바로 돈이니까. 그러니까 소통과 정보는 이제 돈으로 연결되며 바뀐다. 마주 앉아 주고받는 말(언어)로도 걸림돌
2022년 새해가 왔다. 동지도 지났으니 해는 하루하루 길어질 테지만 매서운 추위가 여전히 몸을 움츠러들게 한다. 새해가 되면 저마다 새로운 다짐을 하듯 새해 첫 음악으로 무엇이 좋을까 한참을 고민했다. “인간의 목소리(Les Voix Humaines)”라는 음반을 골랐다.사람들은 인간의 목소리와 비슷한 악기를 얘기할 때 “첼로”소리를 가장 먼저 꼽는다. 어떤 이는 첼로보다 약간 음역이 높은 비올라를, 또 어떤 이는 아예 관악기인 클라리넷을 들기도 한다. 하지만 첼로 소리를 좋아하는 분들이 가장 많은 것 같다.추천한 음반에는 첼로가
넷플릭스 증후군이란 것이 또 고약한 신종 병증이라. 그 실시간 상영관에 접속하면 화면 그득 방방하게 들어찬 각양각색의 연속극과 영화가 간택을 기다리는데 그걸 한눈에 찍어 고르지 못하면 넥타이 빼곡이 진열된 방에 들어선 혼돈에 빠진다. '미드' '영드'라 불리는 연속극에 엎어지면 그 밑도 끝도 없는 중독에 빠질까 시작이 겁나고, 서양 단편은 쓰레기가 너무 많아 옥석 가리기가 쉽잖고, 충무로 영화는 안 본 것 찾기가 어려우니 이거야말로 풍요 속의 빈곤이라. 골라서 보는 시간보다 검색으로 미적이는 시간이 더 길어 종내에는 눈알이 욱신거려
국가에 인격이 있다면, 그리고 그 인격의 의식, 양심, 감정을 상상해본다면학령인구 감소를 앞둔 국가가 “대학정원을 줄이지 않으면 재정지원을 끊겠다”고 발표할 때 마땅히 얼굴이 화끈거리고 부끄럽고, 국민을 볼 면목이 없을 것 같다.교육은 백년의 큰 계획이건만, 계획을 수립하고 그 계획을 설득하고 스스로 시행하려는 노력 없이 모든 책임과 부담을 각 대학에게 넘기고 채찍 들 생각밖에 하지 못하다니 정말 안타깝고 마음이 무겁다.이러한 상황에 놓인 대학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되겠는가. 각 학과는 1-2년간의 충원율에 일희일비 할 것이고 과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