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일상이 힘겨워진다면 진주시 이반성면에 있는 경남수목원을 찾자. 누구라도 기꺼이 품에 안는 경남수목원에서 잠시 모든 걸 내려놓고 숨을 고를 수 있다. 진주와 창원의 경계 근처인 수목원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초록빛 싱그러움이 밀려온다. 수목원 입구를 지나면 산림박물관이 저만치에서 어서 오라고 알은체를 한다. 박물관에 들러 산과 나무에 관한 이해를 돕는 것도 좋지만 오늘은 그저 위안받고 싶어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소나무 아래 들국화를 닮은 샤스타테이지 꽃들이 방긋방긋 웃으며 반긴다. 꽃을 지나면 하얀 빙수를 닮은 이팝나무들
봄이 제철인 식재료는 맛과 향이 강렬한 게 많다. 멍게·미더덕이 그렇고 미나리·쑥·냉이 등 채소류도 그렇다.물속이든 땅속이든 긴긴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버티느라 그만큼 주변의 기운을 많이 빨아들였기 때문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이번 달 주인공은 멍게다. 우리나라 전체 생산 물량의 70%가 통영과 거제, 즉 경남에서 나는 멍게.멍게는 날것 그대로 먹거나 젓갈로 즐기는 게 보통이다. 전문 식당에나 가야 멍게비빔밥 정도를 먹는 것 같은데 이 또한 아쉬움이 많다.제대로 하는 곳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멍게비빔밥으로 유명한 거제의 한 식
자고로 맥주란 한 여름 아사 직전에 이 부서지도록 시원한 생맥주 따서 콸콸 따라 마시는 게 제일이라 여긴다. 물론 맥주 마니아들이야 사계절에 상관없이 밤마다 맥주병을 따겠지만 한 겨울은 흔히 맥주 비수기다. 바야흐로 봄이다. 대학가는 새 학기가 시작되어 청춘들은 ‘썸’을 타고 직장인들은 짬을 내어 소개팅을 잡는다. 봄은 사랑의 계절이자 사랑에는 술이 빠질 수 없다고 믿는다. 상대와의 첫 만남에 서로의 반응을 살피느라 어색한 시간들이 흐르고 해가 져 간다. 지나가는 시간들을 붙잡아 조금이라도 더 상대와 마주하고 얘기를 나누고 싶을 때
바람이 분다. 살랑살랑 분다. 바람과 함께 사람들 마음에 따사로운 봄 햇살이 든다. 향기로운 꽃향기 그리운 시간에 직장 팀 회식으로 우리는 꽃밭으로 갔다. 한 송이 꽃처럼 아름다운 경남 진주 교방 음식을 찾아 3월 9일 진주 신안동 아리랑 한정식집으로 향했다.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을 팔지 않는다는 매화가 차에서 내리는 나를 먼저 반긴다. 시원한 폭포수처럼 매화 향기가 가슴 속으로 파고든다. 옆에는 개나리가 보란 듯이 노란빛을 피웠다. 직장 동료들이 먼저 자리를 잡은 방으로 들어가자 하얀 보가 깔린 상에는
맥주애호가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 창의적인 맥주의 향연과일에서 단맛을 수치로 표현할 때 브릭스(Brix) 단위를 쓰듯, 맥주에서 쓴맛을 수치로 표현한 단위가 IBU(International Bitterness Units)이다. 일반 맥주들의 IBU가 10~40 정도인 것에 비해 IPA의 IBU는 적게는 60부터 높게는 100에 가깝다. 홉을 많이 넣을수록 엄청난 쓴맛을 가지게 되는데 요즘은 일부러 100이 넘거나 심지어는 1000에 가까운 노골적으로 쓴맛을 강조한 맥주를 마케팅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경칩이 오기 전 마지막 꽃샘추위, 삼일절의 바람은 매서웠고, 그 순리에 대항하기 위해 돼지국밥집에 방문했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손님이 만원이다.메뉴는 돼지, 순대, 내장국밥 등 몇 가지 국밥류와 수육백밥, 그리고 모듬수육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기엔 메뉴가 많아 보여도 들어가는 부속만 차이가 있을 뿐 의외로 간소하다. 필자는 순대를 좋아하기에 순대국밥으로 주문했다. 일단 국물을 맛보고, 기호에 맞게 새우젓으로 간을 맞춘 후에 국밥 속에 있는 양념장을 풀어 변화한 맛을 즐긴다. 그리고 같이 나오는 부추무침을 약간 넣고
맥덕들 사이에서는 ‘이파’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맥주가 있다. 인디아 페일 에일(India Pale Ale) 이 그것인데 ‘에일’ 맥주의 한 종류이다. 이 맥주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 특유의 쓴맛 때문인데 이 맛은 맥주에서 쇠의 냄새 같은 다소 비릿한 맛과 쌉쌀한 맛 같기도 하다. ‘홉’이라는 재료 덕분이다. 홉이 많이 들어가 홉의 향이 풍부하게 나는 맥주를 ‘호피(hoppy)하다’라고 말하는데, IPA는 맥주의 종류 중 가장 호피한 맥주라고 할 수 있겠다. 인디아라는 이름
잘 만든 술은 안주가 필요 없다. 그 자체로 완성된 맛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안주와 함께 마신다는 건 고유의 맛을 해치는 일이다. 그래서 새로운 맥주를 마실 때에는 안주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맥주 체험 관광 시설을 목표로'맥아더'에서는 안주를 소개하기 위해 메뉴판을 살폈다. 영실영농법인에서 운영하는 곳인 만큼 그 곳의 주력 상품인 한우를 이용한 안주들이 눈에 띈다. 강 본부장의 말에 따르면 산청에서 기른 한우를 직영으로 취급한다고 한다.맥주는 시원하게 마셔야하는 특성상 여름에 흥한다. 맥아더는 11월에 문을 열어
1년 중 가장 춥다는 소한과 대한 사이. 신년회라고 하기엔 조금 늦은 1월에 지인들과 다녀온 곳이다.이 곳에서 사용되는 아귀는 삼천포에서 아침마다 공수되어 온다고 하신다. 메뉴 중 가장 추천하시던 꽃게아구찜을 시켜두고, 작년 한 해 동안의 성과를 돌이켜보며 술잔을 맞댄다. 메인 메뉴에 승부를 거는 듯 김칫국, 미역무침, 계란찜 등, 간소하지만 깔끔한 반찬이 나온다. 메뉴가 전부 나오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았다. 꽃게아구찜을 주문하니 시뻘겋게 군침도는 찜과 함께 아구탕이 양은냄비에 따라 나왔다.술잔을 부딪히며 비운
따뜻한 방에 도란도란 앉아서 건강한 밥상을 마주할 수 있는 곳. 진주시 칠암동 '남가람청국장마을'이다. 경남문화예술회관 인근에 있는 이곳은 지난 2003년 시작됐다. 13년간 한자리에서 구수한 청국장을 내놓고 있다. 허인숙(55) 대표에게 다른 많은 메뉴 가운데 청국장집을 열게 된 이유를 물었다.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그는 직장에서 일을 하다 남편이 진주로 직장을 옮기면서, 고향인 진주에서 청국장집을 열게 됐다고. 자신도 건강이 좋지 않아서 이곳에서 건강한 음식점을 열고 싶었다고 했다.허 대표는 "처음에 청국장집을 열
라거와 에일을 구분했다면 이제 신선한 생맥주의 맛을 경험해보자. 병이나 캔에 든 과일주스보다 바로 만든 생과일주스가 맛있는 것은 당연하듯, 맥주도 생맥주가 훨씬 풍미가 깊다. 그러므로 집 가까이에 잘 다룬 생맥주를 파는 곳이 있다면 축복받은 일이다. 마트 맥주에서 벗어나 수제맥주 펍(pub)에 들러보자.홍대와 이태원을 중심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수제맥주를 취급하는 펍(pub)이 생겼지만, 맥주를 생산부터 유통하고 판매하는 곳은 부산에 한 두 곳 있을 뿐 경남에는 없다. 그래서 이태원에서 이미 수제 맥주의 맛을 봐 버린 사람들
“어무이, 비빔국수 곱빼기 하나예~”“오야~ 좀만 기다리쇼잉~”강의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왠지 비빔국수가 당겨서 발길을 돌렸다. 탁자는 6여개 정도로 식당 자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줄을 서서 먹지 않아도 될만한 순환 속도지만 식사 시간인지라 저녁도 만석이다. 겨울이라 그런지 칼국수 손님이 많다.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으면 먼저 준비되는 밑반찬들은 김치와 풋고추, 청양고추, 된장, 국물... 소소하지만 풋고추와 청양고추를 구별해서 주시는 배려가 보인다. 곧이어 나오는 비빔국수 한 그릇, 손님이 먹기 편하도록 미리 비벼 나오
뇌리에 박히는 강력한 맛을 경험했다면 가장 기본적인 맥주의 종류를 구분하겠다. 와인이 산지, 품종, 배합 그리고 빈티지, 제조자 등 알아야할 것이 산더미 같아서 다소 골치 아픈 술이라면 맥주는 그 정도로 복잡하지는 않다.물론 맥주도 모든 사람이 성격이 다르듯 종류가 수만가지다. 그러나 오늘은 모든 맥주를 두 가지로 나누어 보겠다. 마트에서 4캔에 만 원하는 수입맥주를 고르면서 아사이, 하이네켄 말고 다른 맥주를 고르고 싶지만 아무 것도 몰라 손이 가는 대로 집어왔었다면 ‘에일(Ale)’과 ‘라거(Larger)’를 구분해 마셔보자.
“이모~ 여기 생고기 4인분이요~”문을 열자마자 뜨거운 기운이 스친다. 왁자지껄한 풍경이 마치 잔칫집 못지아니하다. 5~10분 정도 불판을 달구며 기다리고 있으면 파절임, 쌈무, 묵은지, 두부, 양파무침, 등 상차림이 준비된다.준비되는 동안 양파무침을 한 젓가락 집어먹는다. 산초가루가 섞였는지 살짝 알싸한 느낌이지만 익숙해지면 그만한 중독성이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고기와 궁합이 잘 맞아 올 때마다 몇 접시 더 주문하게 된다. 불판이 화끈해질 때 쯤 생고기 입장! 산청에서 기른 흑돼지 생고기를 주문 즉시
대학에 갓 입학했을 무렵 신입생 환영회를 잊지 못한다. 태어나 처음, 선배가 건네 준 소주잔을 들고 ‘원샷’을 외치던 찰나, 걸걸한 목소리에 커트 머리 여자 동기가 말했다. “전, 소맥으로 마시겠습니다.”그 순간 나에게 그 친구는 범접할 수 없는 어른이었다. 아빠가 회식하고 늦게 들어와 엄마한테 “소맥, 딱 다섯 잔 밖에 안 마셨다.”라고 말하던 바로 그 술. 나에게 맥주란 소주의 친구이자, 소주보다 더 무서운 어른들의 술이었다.시간이 지나고 이십대 중반이 된 나는 술자리에서 맥주를 자연스럽게 시키고, 소주가 독해 맥주를 섞어 마시
뭘 먹을까 메뉴를 고르는데 머리 속에서 계속 비빔밥이 맴돈다. ‘이왕 비빔밥 먹을거면 오랜만에 거기에 가볼까?‘ 싶어서 향한다.“재훈 씨 오랜만이네요~ 요새 뭐하고 지냈어요?”들어서자마자 사장님께 들은 첫 마디, 후자는 항상 올 때 마다 듣는 말이기도 하다.식사는 마루비빔밥, 흰여울 국시, 멱부리 덮밥, 가온길 파스타 이렇게 4가지 정도로 메뉴가 고정되어 있고 계절별로 조금씩 색다른 메뉴가 나오기도 한다. 평소 같았으면 멱부리 덮밥을 주문하겠지만 오늘은 머리가 시키는 대로 마루 비빔밥 한 그릇을 주문했다.
커피포트에 물을 올려두고, 끓는 동안 원두를 갈아서 까페 핀에 다져 넣는다. 물이 끓으면 재빨리 핀에 붓고 커피가 방울방울 맺히길 기다린다. 이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목욕재계를 하며 오늘의 코스를 구상한다.완성된 커피를 보온병에 넣는 순간, 홀로 출사를 위한 자전거 여행이 시작된다. 아직 가보지 못한 진주의 구석구석을 한참 누비다 보면 어느덧 뱃속에서 점심을 달라고 아우성을 지른다.‘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열심히 페달을 밟았으니 따끈한 국물이 좋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장대동 한복판에서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마침 근처에 순두부
대부분의 사람들은 크림이 들어간 흰색의 까르보나라를 만들어 먹지요. 그래서 제가 오늘은 크림이 들어가지 않는 이태리식 까르보나라 만드는 법을 소개해드릴게요. *재료 (3인분 기준)물 1L, 스파게티면 250g, 베이컨 150g, 파마산치즈 90g, 계란 7개, 소금 10g, 올리브유 2스푼, 흑후추 약간.*조리순서1. 계란 7개 중에 1개는 전부 풀고, 나머지는 노른자만 따로 모아서 채에 받쳐 같이 풀어줍니다. 2. 풀어놓은 계란물에 파마산치즈 90g 과 후추를 넉넉하게 뿌려서 섞습니다. (소스 완성!)3. 물 1L
하루 일과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저녁. 조그마한 식당에 불이 켜져 있어서 방문했습니다. 출퇴근길에 항상 공사작업이 한창인 곳이었는데 식당이 들어왔네요.전체적인 분위기는 아담하면서 느긋하게 요리를 즐기면 좋을 듯 한 느낌이에요. 메뉴는 우동, 연어덮밥, 샐러드, 새우요리, 꼬꼬뱅 등등 있고, 한 번씩 당일 한정으로 새로운 메뉴들을 소개하신다고 해요. 제일 당기는 연어덮밥을 주문하니 사장님께서"가게 오픈 이후로 첫 연어덮밥 손님이십니다."엥? 알고보니 방문한 날이 공수한 연어를 손질, 숙성까지 완성되는
민물고기 요리로 유명한 산청군 생초면 어서리. 생초IC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지난해 산청군은 물고기가 하늘을 헤엄쳐 오르는 듯한 물고기 조형물을 이곳에 세웠다.올해는 생초면 주민들이 민물고기 고장을 알리고자 생초면 어서리에 민물고기 고장 표지석까지 설치했다. 이 일대에는 어탕국수, 민물고기찜 등 민물고기 요리 식당이 즐비하다. 그중 '늘비'라는 지명을 딴 '늘비식당'을 찾았다. 식당은 두 곳으로 돼 있다.한 곳은 조리하는 곳에 딸린 식당이고, 다른 한 곳은 밖으로 나와서 바로 맞은편에 앉는 자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