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진주 장대동 '진주순두부'

커피포트에 물을 올려두고, 끓는 동안 원두를 갈아서 까페 핀에 다져 넣는다. 물이 끓으면 재빨리 핀에 붓고 커피가 방울방울 맺히길 기다린다. 이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목욕재계를 하며 오늘의 코스를 구상한다.

완성된 커피를 보온병에 넣는 순간, 홀로 출사를 위한 자전거 여행이 시작된다. 아직 가보지 못한 진주의 구석구석을 한참 누비다 보면 어느덧 뱃속에서 점심을 달라고 아우성을 지른다.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열심히 페달을 밟았으니 따끈한 국물이 좋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장대동 한복판에서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마침 근처에 순두부백반 간판이 보였기에.

점심이라고 하기엔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손님은 본인 한 명 뿐이었지만, 당신께서는 우물쭈물하던 나를 반갑게 맞이하셨다. 순두부백반만 있을 줄 알았으나 그 이외에도 낙지볶음, 소고기파전, 된장찌개 백반 등이 있었다.

‘그래도 간판에 떡하니 적혀있는 순두부백반을 먹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라고 속으로 되뇌며 순두부백반을 주문했고, 아주머니께서는 미소를 지으시며 주방으로 들어가셨다.

운영하신지 오래 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한 식당 내부를 잠시 둘러보고 있으니 주문한 순두부백반 한 상이 차려진다.

새하얀 쌀밥의 중앙에는 무심한 듯 고추장 한 술, 참기름 한 술이 놓여있다. 매일 그때그때 무치신다는 무생채, 마늘쫑 무침, 부추 무침, 그리고 콩나물 무침도 합세한다. 묵은 열무김치와 집된장, 풋고추도 빠질 수 없다. 밥상을 한 번 둘러보고 나니 그제야 순두부찌개에 눈이 간다. 순두부, 버섯, 새우, 다진고기 등이 들어가 불그스름하게 홍조를 띄며 끓고 있는 모습을 보니 군침이 돈다.

언뜻 보면 소박한 차림이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하루 권장량의 영양소가 모두 갖추어져 있다.

고슬고슬한 쌀밥에 각종 반찬들을 넣고 쓱쓱 비벼서 한 술 뜬다. 운동 후의 식사라 그런지 밥이 달다. 거기에 뜨끈한 순두부찌개도 살살 식혀가며 먹는다. 몽글몽글 순두부와 은은한 표고버섯의 향이 잘 어울린다. 간간이 씹히는 새우 살과 다진 고기도 매력적이다. 과하지 않은 고추기름이 찌개를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게 만든다.

허기진 터라 게걸스럽게 먹고 있던 나를 보며 주인 아주머니께서는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주셨다.

이 곳은 1968년 9월 19일 부터 개업하여 지금까지 어언 48년간 운영 중이라고 하셨다. 한 그릇에 99원에 팔면서 아이들을 키우고, 그 아이들이 물려받고 물려받아 지금은 3대 째 이어가는 이 곳... 당신께서는 48년 동안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말씀해 주시며 살아가면서 알아두면 좋을 조언들을 많이 해주셨다.

나는 아주머니와 자식 이야기, 크고 작은 사건사고 등 이런저런 세상살이들을 아직 식지 않은 커피와 함께 한참 동안 나누었다. 순두부찌개를 말끔하게 비우고 마지막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지갑을 꺼냈다. 아주머니께서 1000원을 더 거슬러 주셨다.

“이모, 여기 1000원 더 주셨어예.”

이상하게 여기며 잔돈을 다시 드리려고 했다.

“1000원은 커피값이라고 생각혀~ 젊은 친구가 커피 잘 만드네~”

아주머니는 손사래를 친다.

“그럼 오늘 좋은 인생이야기 들었으니깐 강의료 1000원 내고 갑니더!”

아주머니의 주름진 손에 잔돈 1000원을 쥐어드리고 내심 미소를 지으며 바쁜 척 급하게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아이고... 고마 안줘도 된다니께. 그라모 다음에 또 놀러온나~ 내가 찌개 더 맛나게 해줄끼구마!”

웬지 올 겨울에는 순두부찌개를 자주 먹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경상남도 진주시 장대동 136-1 [진주순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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