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투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 왔다. 봄이 오면 우리의 옷차림에서도 알 수 있지만 가장 빨리 봄을 알려주는 것들이 봄꽃들과 음악이 아닐까 싶다.가장 유명한 안토니오 비발디의 ‘사계’는 지치지도 않는 단골손님이다. 이 외에도 봄을 대표하는 곡들이 많지만 오늘은 독일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의 첫 번째 교향곡 ‘봄’을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오래 전에 이란 TV프로그램에서 본 영화 중에 이란 영화가 있었다. 나스타샤 킨스키가 슈만의 부인 클라라 역을 맡았다. 슈만은 스승인 프리드리히 비크의 딸 클
조선일보가 지난 5일부터 전태일재단과 창간 104주년 공동 기획으로 는 보도를 시작했다. 조선일보의 기획에 대해 한편에서는 ‘조선일보와 논쟁과 토론을 통해 담론 경쟁’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전태일재단이 용산-노동부-조선일보 삼각편대에 힘을 실어줬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와 전태일재단의 는 해법이 무엇인지는 기획 기사가 끝나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공동 기획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에 그려진 노동조합의 모습” 확인과 ‘조선일보와
며칠 전 낯선 젊은 여성이 농사 관련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연락을 해왔습니다. 그런 연락은 처음인지라 약간 당황했지만, 되레 이쪽에서 더 궁금증이 생겨서 일정을 잡아 만났습니다. 앳된 용모를 한 그 여성은 한 5년 전쯤 지역의 작은 협동조합과 얘기를 나눈 인터뷰 내용을 보고서 연락을 취했다고 했습니다.농사에 대해 고민을 갖게 된 것은 아토피 피부염을 심하게 앓으며 자연스럽게 먹거리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합니다. 먹거리는 결국 농업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농사를 직접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어린 나이지만 참으
현장 교사들에게 2월은 이래저래 마음이 번잡한 달이다. 3월부터 시작하는 신학기에 자신이 담당해야 할 수업의 시간 수와 업무, 그리고 기타 관계의 설정이 2월에 거의 결정이 된다. 공립학교의 경우 학교 이동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일들도 2월에 거의 이루어진다. 요즘 들어서는 학교의 업무를 조정하는 과정이 예전과 조금 달라지기는 했지만 해방 이후 학교 업무의 연못은 배수구가 없거나 막혀 있어 해마다 업무는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업무를 분장한다는 말은 사실 매우 건조하다. 한자 分은 나눈다는 뜻인데 글자 속에 칼도刀가 들어있으니 평균적인
영화 ‘파묘’를 아직 보지 않았다. 경남도민일보 김훤주 기자가 온라인에 쓴 글을 읽고, 영화의 중요한 모티브 중 하나가 소위 ‘일본 쇠말뚝설’임을 알고는 영화 보러 가고 싶은 마음이 아예 없어졌다.‘쇠말뚝은 없다’는 제목으로 시작되는 김 기자의 글에 따르면,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이 한국의 주요 명산에 쇠말뚝을 박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목적은 대개 측량을 위한 표식이거나 등산로 개발을 위한 것일 뿐 ‘민족정기 말살’을 목적으로 설치한 것은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일본 쇠말뚝 논란’의 진실을 밝힌 것이 김훤주 기자가 처음은 아니다
“지방에는 먹이가 없고, 서울에는 둥지가 없다”라는 비유가 정곡을 찌른다. 저출산의 원인은 일자리와 저소득, 주거비용, 교육비 부담, 양육 부담 등인데, 지방에서는 좋은 일자리 부족,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높은 주거비용이 문제다.국토연구원의 ‘저출산 원인 진단과 부동산 정책방향’(2024.1)에 따르면 매매가와 전세가가 오를수록 출산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주택시가총액이 일정하게 유지되던 시기(2005-2014년)에는 출산율도 유지되었는데. 2010년대 중반 이후 주택시가총액이 급증하고, 출산율은 하락했다. 주택매매가격이 1% 오를
所信者目也 (소신자목야)而目猶不可信 (이목유불가신)所恃者心也 (소시자심야)而心猶不足恃(이심유부족시)“믿는 것은 눈인데 오히려 눈을 믿을 수 없고, 의지하는 것은 마음인데 마음은 오히려 의지하기 부족하구나."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여러 날 굶어 지쳐 있을 때 안회가 겨우 양식을 얻어 밥을 했다. 그 사이 지친 잠에서 깬 공자가 흐릿한 눈으로 부엌 쪽을 지나 안을 보는데 안회가 밥을 먼저 집어 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공자는 내심 마음이 상했다. 안회의 행동에 돌려 말하기를 “꿈에 아버지를 뵈었는데 먼저 이 밥으로 제사를 지내야겠다” 했
2023학년도 졸업식이 끝났다. 마침내 고등학교 교육과정 1년이 완전히 끝난 것이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고등학교 졸업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고등학교 졸업을 통해 획득된 연결망은 우리 사회에서 상당기간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한편으로 고등학교는 대학 진학을 위해 거쳐야 할 중요한 과정 중 하나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 대학이 가지는 의미는 너무나 기괴하고 참담한 수준이다. 이렇게 표현하는 이유를 잘 알 것이다. 그 대학을 위해 12년을 불살랐거나 허비했거나 혹은 휘둘렸던 아이들이 오늘 학교를 떠났다.대학 교육에 대해 말을 하자
축구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날들이다. 우리 국가대표팀이 아시안컵 8강전에 이르기까지의 전황은 곳곳에 극적 반전을 정교하게 장치한 한 편의 잘난 연속극이다. 사흘거리로 아라비아의 마당에서 연출하는 이 꿀맛 같은 한밤의 드라마는 곤한 일상을 버티는 공동체에 모처럼 생기가 돌게 하는 엔도르핀이다. 나라 안팎으로 반길만한 소식보단 궂고 험한 소리만 들려오고 날씨마저 꽁꽁 얼어붙은 고달픈 세월이라. 91분, 94분, 99분, 96분에 결승 골을 넣는 '뒤집기 쇼'라니, 엄동설한을 박박 기는 국민 제위께 삼가 위로를 드려야겠다는 '국대'된 자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은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가 나치 독일 장교 ‘아돌프 아이히만(Adolf Eichmann)’의 전범 재판 과정에서 분석한 개념이다. 그의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악의 평범성’은 “평범한 사람도 악인이 될 수 있다” 혹은 “인간의 내면에 악마가 내재해 있다”로 풀이된다.하지만 아렌트가 말하는 ‘악의 평범성’은 무사유(無思惟, thoughtlessness)로 인한 인간성 상실을 말한다. 즉, ‘악인’의 특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악행’의 동기가
1월 27일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을 앞두고 한국신문들의 기업 편들기가 사실 왜곡 수준을 넘어섰다. 이들은 허위보도를 통한 ‘공포 마켓팅’에 나서며 기본적인 언론윤리조차 포기했다는 비판에서 영원히 자유로울 수 없다.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제인총연합 등 경제단체들은 수시로 기자회견을 열고 “이대로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면 사업장 폐업과 근로자 실직 등 많은 우려가 현실화 할 것”이라며 ‘유예’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며 국회에 적용
우리 지역의 겨울 주 작목은 마늘이나 시금치입니다. 윗녘보다 덜 춥기는 하지만, 한겨울의 쨍한 추위에도 풀과 함께 작물이 자라니 월동농사가 경쟁력이고 농민들의 주 소득원이지요. 강추위 예보가 있는 날에도 ‘날씨야, 네가 아무리 추워 봐라, 내가 노는가? 일을 하지!’라는 듯 시금치 수확하는 모습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습니다. 코끝이 얼어붙는 쨍한 날씨에도 거침없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 숙연해집니다. 무엇이 저토록 움직이게 하는가? 이보다 더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어디 있을까 싶고, 그리하여 오늘날 어느 분야에서나 고도의 생산력이 유지
방학을 앞두고 아이들과 이 말을 뜻을 토론해 보았다. 참으로 다양했지만 핵심을 살짝살짝 어긋나는 의견들이 많았다. 그래도 아이들의 생각은 사뭇 놀라운 구석이 있다. 2023년을 보내며 나의 개혁, 혁신, 혁명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본다.#1학기가 끝나 가고 있다. 한 해의 마무리와 새로운 학년을 위한 준비가 진행되는 학교 풍경은 언제나, 어느 곳이나 비슷해 보인다. 내년에는 뭔가 좀 더 새로운 시도를 해 보려는 의지와 기대, 그리고 지나온 한 해에 대한 희미한 반성과 회한의 공간이 지금 학교의 풍경이다.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 사
#1“천변을 등장수가 지난다. 등은 무던히나 색스럽고, 풍경은 그의 느린 한 걸음마다 고요하고 또 즐거운 음향을 발한다. 날도 좋은 오늘은 바로 사월 팔일. 아이들이 서너 명, 끈기 좋게 그의 뒤를 따랐다. 그들의 눈에, 그것들은 탐스럽게 신기하다. 만돌이는 윗입술에까지 흘러내린 시퍼런 콧물을 들이마실 것도 잊고 동무들 틈에 끼어, 바싹 장수의 뒤를 쫓아간다. ‘아마, 일 환두 더 줄게다...’ 그는 하 탐스러운 통에, 이내 참지 못하고 장수 못 보게, 그 색색이등을 만져보는데 성공하였다.”박태원 소설 에 나오는 글이다.
너무 일찍 잠에서 깬 일요일 새벽, 홀로 넷플릭스에 접속해 '멧 데이먼' 이름 하나 보고 무심히 플레이 버튼을 누른 영화 한 편이 종일 머리속을 맴돌고 있다. 타국으로 유학 갔다가 살인 혐의로 수형 생활하고 있는 딸을 면회 가는 빌(멧 데이먼)의 굳은 얼굴이 나오는 초반부터 나는 이미 감정에 동화돼 ‘에휴~’ 하며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었다. 새벽 3시라는 묘한 시간 탓인지, 아니면 심장을 물러터지게 만드는 나이 탓인지, 마치 내가 먼 타국 땅 감옥으로 딸 면회 하러 가는 기분이 들어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졌다.영화의 줄거리나 흐름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조금 나은 세상이 펼쳐질 줄 알았는데 이젠 전쟁과 자연재해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가까운 일본에선 큰 지진이 일어나 희생자가 수백 명에 이르고 유럽에선 강추위, 또 다른 곳에서는 폭우가 난리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언제 전쟁이 끝날지 알 수 없다. 최근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사이에서 전쟁이 일어났다. 예전부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영토 분쟁이 심각했다. 하지만 단기간에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갈 전쟁이 다시금 벌어질지 몰랐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세상이 바뀌기는 바뀌었나 봅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여성이 후보자로 올랐으니, 그 사실만으로도 그저 놀랍습니다. 농촌 마을에서는 여성 이장도 보기가 드문데, 농업 관련 유일한 국무위원 자리에 75년 만에 첫 여성 후보가 올랐으니, 관심으로만 보자면 성공한 후보자 지명입니다. 이변이 없는 한 인사청문회 후에 임명이 되겠지요? 인사청문회에서의 물가안정이 급선무라는 지명 소감,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산물 가격안정제에 대한 반대 입장으로 보아, 유감스럽게도 현재와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농업정책에 대한 후보자의 철학과
지난 12월 7일 한국경제는 에서 "정치 논리에 밀린 무리한 정규직 전환'으로 제빵사 수가 25% 줄었고, 신규 채용 규모가 3분의 1 토막 났다"며 '정규직의 역설' 사례라고 보도했다. 한국경제는 제빵사를 고용하지 않고 점주가 직접 빵을 굽는 매장은 2018년 말 283개에서 지난달 말 918개로 224.3% 늘었다며 그 원인을 무리한 임금 인상과 제빵사 직고용 등 왜곡된 정책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한국경제의 보도는 ‘파리바게뜨 불법 파견 판정에 따른 사회적 합의’의 의미를 왜곡할
현재 우리 사회 최대문제는 저출생과 인구 감소다. 통계청은 지난 14일 '장래 인구추계' 중간 수준 시나리오에서 합계출산율은 올해 0.72명에서 내년 0.68명, 2025년 0.65명으로 저점을 찍고, 2030년 0.82명으로 반등한 뒤 2036년에는 1.02명, 2050년 1.08명까지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출산율은 1970년 4.53명에서 급감해 2002년부터 1.3명 미만인 초저출산 수준이 지속됐다. 2018년 0.98명으로 1명 선이 깨졌고, 이후 2020년 0.84명, 2022년 0.78명으로 추락했다.통계청은 지난해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그간 행적을 보건대 공식 석상에서 심하게 화를 낼 정도로 감정 관리를 허투루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그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는 기사가 뜻밖이라 이리저리 연유를 살펴보니 고개가 주억거려진다.지난 4일 오전 경기도청 지사 비서실에 검찰 수사관들이 들이닥친 게라. 지사는 오전 업무보고를 받던 중이었고 "컴퓨터에서 손 떼고"라고 외치는 검찰관과 정면으로 시선이 마주쳤다 한다. 지사는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와중에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한다. 민선 지사의 뒷배는 국민이니 의당 거기에 하소연할밖에. 지난해 7월 지사 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