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순옥 재능교육 교사
성순옥 재능교육 교사

所信者目也 (소신자목야)

而目猶不可信 (이목유불가신)

所恃者心也 (소시자심야)

而心猶不足恃(이심유부족시)

“믿는 것은 눈인데 오히려 눈을 믿을 수 없고, 의지하는 것은 마음인데 마음은 오히려 의지하기 부족하구나."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여러 날 굶어 지쳐 있을 때 안회가 겨우 양식을 얻어 밥을 했다. 그 사이 지친 잠에서 깬 공자가 흐릿한 눈으로 부엌 쪽을 지나 안을 보는데 안회가 밥을 먼저 집어 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공자는 내심 마음이 상했다. 안회의 행동에 돌려 말하기를 “꿈에 아버지를 뵈었는데 먼저 이 밥으로 제사를 지내야겠다” 했더니 안회가 말하기를 "이 밥으로는 안 됩니다. 밥이 다 되어 솥뚜껑을 여는데 천장에서 재가 떨어져 버릴 수도 없고 해서 제가 먹었습니다." 했다. 안회를 오해한 공자는 이에 탄식하며 말했다.

"사람을 안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안회습진(顔回拾塵)에 얽힌 일화다.

웬만한 선생이라면, 어른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야, 이놈아. 버릇없이 네가 먼저 입을 대느냐“하고 버럭하지 않았을까? 공자도 사람인지라 먹는 것으로 속이 좀 불편하긴 했으리. 그래서 대놓고 말하지 않고 제자가 깨우치기를 바라며 제사에 올리자고 돌려 말했지만 도를 실천하는 최고 제자 안회가 아니었던가.

스승이 제자에게서 깨달음을 얻는 일화다.

안회가 깨달음을 얻는 일화 한 편.

한 포목점 앞에서 손님과 주인이 계산문제로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포목점 주인은 ‘3×8=24’라 하고 손님은 ‘3×8=23’이라고 우기는 것이다. 23전과 24전을 두고 언쟁을 벌이는데 안회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포목점 주인편을 들었다. 23전이라 우기던 손님이 안회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그럼 공자께서 현명하시니 물어보자."고 했다. 안회는 좋다고 했다. 손님은 "만약 내가 지면 목을 내놓겠오." 안회는 "나는 내 관(冠)을 내놓겠오."라고 했다.

공자 앞에 바른셈을 따지러 갔더니 공자 왈, “23전이 맞느니라”안회는 스승이 당연 자기편이 되어 줄 줄 알았는데 얼토당토 않는 손님 편을 들다니 하며 머리에 쓴 관을 벗어 손님에게 주었다. "스승님, 분명 24전이 맞는데 왜 23전이라고 하셨습니까?" "내가 사람 목숨 하나 구하려고 했다. 만약 23이라 했으면 그 사람 목이 달아날 뻔 했지 않았느냐."

안회는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 고향을 핑계로 부랴부랴 짐을 챙기며 보검도 가지고 떠나려했다. 공자는 떠나는 안회를 말리지 않고 일이 끝나면 즉시 돌아오라며 두 가지 글귀를 남겨 주었다.

千年古樹莫存身(천년고수막존신) “천년 묵은 나무에서 몸을 숨기지 말라”

殺人不明勿動手(살인불명물동수) “명확치 않고서는 함부로 살인하지 말라"

스승에 대한 서운함과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당한 게 억울해 마음이 울그락불그락하던 차에 천둥 번개를 만났다. 비를 피하려고 천년 묵은 큰 나무 밑으로 뛰어 갔으나 스승이 일러준 말을 새기며 그 나무를 피했더니 번개가 나무를 쳐 화를 면했다. 그렇게 집에 당도하니 밤이 깊었다. 아내 혼자 자고 있어야할 침상에 다른 이 다리가 있어 아내가 외도를 한 줄 알고 보검을 빼어 들고 내려치려는 순간 스승이 당부한 두번째 글귀가 떠올랐다. "명확치 않고서는 함부로 살인을 하지 말라" 검을 거두고 자세히 살펴보니 제 누이의 다리라.

안회는 스승의 예지력에 탄복했고 자신의 경솔함을 스스로 깨우치게 기다리고 또 신뢰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스승의 사랑을 확인하고 돌아와 무릎을 꿇었다. 공자는 날씨를 예측했을 뿐이라는 후문이 있었고 제자가 검을 챙겨갔으니 분노를 삭이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이 앞서 두 글귀를 남겼다는 것이다.

오랜 일화라 사실을 확인할 수는 없으나 이 이야기를 새겨보는 것은 지금 시대에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쉽게 평가하고 보이는 것이 전부인 양 제 스스로 부정한 마음을 갖는 태도를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다. 이천오백 년을 거슬러가지 않아도 우리가 속한 모임, 에스엔에스, 심지어 가족까지 어떤 행동, 표정, 태도 하나 때문에 성급한 일반화로 못을 박지는 않는가. 사람을 해하는 현행범이 아니라면 내 잣대로 쉬이 ‘알음알이’하지 말자.

그 마음만 어지럽고 구겨지지 않을까싶다.

※덧붙이는 말 : 공자와 안회의 일화가 실려 있는 여씨춘추 원문을 읽은 것은 아니다. 여러 글을 검색해서 읽고 정리해 본 것이며 식상한 예이지만 한번 되새겨 볼만하다 여겨 옮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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