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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사람] [재인의 중딩관찰기22] 밥 짓는 소년
방학동안 아들에게 가장 자주 하는 말, 베스트 3를 자체 선정했다. 3위는 “밥 다 먹었니?” 평소에도 행동이 굼뜬 녀석은 방학을 맞아 대놓고 꾸물거린다. 특히 밥상 앞에서 멍 때리기가 특기인데 그러다 눈이 마주치면 씩 웃으며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는다...
재인 초보엄마  2019-01-22
[진주사람] [김석봉의 산촌일기] "우리를 늘 깨어있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돈은 쥐고 있으면 구린내가 나고, 쓰면 향기가 난다” 진주에서 한약방을 해온 김장하 선생님 말씀이다. ‘병자의 돈을 벌어 자신을 위해 써서는 안 된다’는 삶의 철학을 가지고 계신 분이시다. 진주 살 때 한없는 존경심으로 선생님을 만났었고, 그 삶의 ...
김석봉 농부  2019-01-21
[진주사람] [김석봉의 산촌일기] "농사를 왜 하세요?"
오후에 밭을 둘러보러 나갔다. 겨울답지 않은 날씨다. 건너편 콩밭엔 거두지 못한 허수아비가 드문드문 서서 빈 밭을 지키고 있었다. 검불 사이에서 산비둘기 한 쌍이 날아오르고, 따라 나온 꽃분이가 컹컹 짖었다. 참 한가로운 시간이었다.얼었다 녹았다를 거...
김석봉 농부  2019-01-16
[진주사람] [김석봉의 산촌일기] 나이 들어간다는 것
“뭐, 뭐라고?” “아니, 내 말이 안 들려요? 귀가 가나봐.” “당신이 말을 좀 알아듣게 해야지.” 곁에 앉은 아내가 뭐라고 말을 하는데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요즘 들어 걸핏하면 이런 모습을 보여 왔다. 특별히 낮은 목소리로 말하는 것도 아...
김석봉 농부  2019-01-07
[진주사람] [재인의 중딩관찰기 21] 깨어나는 일
솔라시도~ 아침마다 ‘솔’에서 시작해 높은 ‘도’에서 끝이 난다. 아들을 깨우는 일. 세상 모든 일에 단계가 있듯, 녀석을 깨울 때도 내 목소리는 단계별로 레벨 업 된다. 첫 음은 평화롭게, ‘아들~일어나’ 하지만 먹히지 않는다. 좀 더 소리를 가다듬...
재인 초보엄마  2019-01-02
[진주사람] [김석봉의 산촌일기] 또 한 해가 저문다.
또 한 해가 저문다. 내년이면 예순 셋, 환갑진갑 다 넘긴 중늙은이가 되었다. 올해도 잘 지나갔다. 이런 산골에서 꼼지락거리며 사는 것도 일이라고 우리 가족도 이런저런 일을 더러 겪었다. 시끌벅적한 세상, 쓰지 못한 일기를 쓰듯 2018년 기억해야할 ...
김석봉 농부  2018-12-31
[진주사람] [김석봉의 산촌일기] 생명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들
“그게 뭡니까?” 마실을 나가는데 이웃집 돌담 안에서 남자어른 둘이 쪼그려 앉아 무슨 일인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고라니가 한 마리 걸렸네. 허허.” 골목 끝 박샌이 피 묻은 칼을 든 채 뒤돌아보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가죽이 벗겨진 채로 큰 다라...
김석봉 농부  2018-12-14
[진주사람] [재인의 중딩관찰기 20] 벼락치기 공범
실은 나도 눈을 반쯤 감은 채였다. 이제 막 자정이 지났다. 극심하게 몰려드는 졸음에 눈꺼풀이 무거웠지만 억지로 정신을 가다듬고 신문을 넘겼다. 옆에선 아들이 시험공부 중이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기말고사를 겨우 며칠 앞두고 벼락치기에 돌입한지 이...
재인 초보엄마  2018-12-14
[진주사람] [김석봉의 산촌일기] 홀로 남는다는 것
새벽비가 내린다. 낙숫물 떨어지는 소리가 제법 크게 울린다. 주섬주섬 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굵은 빗줄기가 텅 빈 꽃밭을 적신다. 마루에 걸터앉아 비 내리는 어둠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이어폰을 꼈다. 정태춘씨의 노래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와...
김석봉 농부  2018-12-03
[진주사람] [김석봉의 산촌일기] 쳇바퀴 도는 삶
“아부지. 저녁은 뭐 먹을까?” 운전석에 앉은 아들 녀석이 백미러로 내 눈치를 보며 물었다. 진주환경연합 후원음악회가 있다고 해서 녀석이 나가는 사무실 활동가들과 함께 진주로 나가는 길이었다. “상봉동에 있는 진가네 돼지국밥이 좋더라. 소면도 무한리필...
김석봉 농부  2018-11-26
[진주사람] [김석봉의 산촌일기] 쌀을 고맙게 여기면서 먹어야겠다.
논밭이 비자 집안이 풍성하다. 아래채 툇마루엔 이런저런 자루가 가득하다. 가을은 그렇게 집안으로 들어왔고, 빈 논밭 고라니 발자국마다 겨울이 조금씩 두께를 더해가는 나날. 얼추 스무 되나 되는 들깨는 잘 말려 김장독 비닐봉지에 갈무리했고, 산마와 토란...
김석봉 농부  2018-11-19
[진주사람] [재인의 중딩관찰기 19] 친구의 집
‘개꿀~’ 수능시험을 중딩 아들은 이렇게 불렀다. 예비 소집일에는 단축수업으로 일찍 마치고 수능 당일에는 아예 학교에 가지 않는다니. 그 소식을 전하는 순간에도 아들은 신이 나서 입이 귀에 걸렸다. 그리곤 진지한 표정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
재인 초보엄마  2018-11-16
[진주사람] [김석봉의 산촌일기] 어머님 전상서
'조금 전에 새벽닭이 울었습니다. 나도 잠을 깼고요. 그곳 병실도 여기처럼 많이 고요하지요?' 어젯밤 꿈에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고향집도 보았고요. 방죽 옆 우리 논에서 모내기를 하는 어머니, 거머리에 물린 종아리에서 피가 계속 흐르는 ...
김석봉 농부  2018-10-31
[진주사람] [재인의 중딩관찰기18] 너의 하루
"오늘 하루 어땠어?" 퇴근하고 식탁에서 아들과 마주 앉으면 언제나 묻는 말이다. 아들의 하루는 첫마디에 모든 게 담겨있다. 대개는 ‘괜찮았어요’로 시작해 친구들과 장난친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다가 선생님들 표정이나 말투를 흉내 내면서 마무리. 그러면...
재인 초보엄마  2018-10-29
[진주사람] [김석봉의 산촌일기] 아내가 들려준 이야기
오래전 아내가 속삭인 말이었다. 추운 날 이부자리 속에서였을 것이다. “휘그이 아부지. 이야기 하나 해주께. 오늘 들은 이야기야.” 누워있던 아내가 이야기를 시작하려 몸을 돌려 엎드렸다. “실연을 당한 젊은이가 있었어. 그 젊은이가 정처 없이 여행을 ...
김석봉 농부  2018-10-25
[진주사람] [김석봉의 산촌일기] 저 오래된 집을 통해 나는 배웠다.
밤이 이슥해 마당으로 나왔다. 써늘한 날씨에 풀벌레 울음소리도 끊겼다. 건너편 다랑이 논에서 고라니가 크게 울었다. 아래채 민박 방 봉창은 아직 불이 켜졌고 도란도란 얘기소리가 새어나왔다. 가끔 깔깔거리는 아이들 웃음소리도 섞여 나와 내 맘까지 푸근해...
김석봉 농부  2018-10-22
[진주사람] [김석봉의 산촌일기] 성내고 미워하는 감정은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아이고, 사장님. 우리 상아 봉아가 댁에 큰일을 저질렀네요.” 이른 아침 밭을 둘러보고 오다 만난 아주머니가 나를 보고 안절부절이었다. 마을 뒤 언덕바지에 커다란 목조저택을 지어 귀촌한 이웃이었다. 그 아주머니는 아침마다 내가 밭을 둘러보러 가는 시...
김석봉 농부  2018-10-15
[진주사람] [재인의 중딩관찰기 17] 가을밤 나들이
하늘이 열리던 날, 가족들과 개천장에 나갔다. 굳이 ‘개천장’이라고 적은 이유는 우쭐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예술축제 효시’라는 거창한 설명 없이도 개천장이라고 하면 으레 다 알아듣는, 선 굵은 역사를 우리는 지녔다고 자랑하고픈 마음. 그...
재인 초보엄마  2018-10-10
[진주사람] [김석봉의 산촌일기] 산촌의 하루살이
아침 여섯시를 넘겨 창이 훤해질 무렵 단도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꽃분이가 따라나선다. 멀리 지리산 등성이로 굵은 구름덩이가 스멀스멀 피어난다. 밭을 둘러본다. 배추와 무는 잘 자라고 있다. 파를 심은 곳은 가뭄을 타는 듯하다. 밤 기온이 낮아 시금...
김석봉 농부  2018-10-08
[진주사람] [김석봉의 산촌일기]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소리는 아름답다.
올해 여름엔 귀퉁이방에 민박손님이 들 때면 마음을 졸여야 했다. 유난히 더운 날씨로 들창을 개봉하면서부터였다. 귀퉁이방은 들창이 하나 있는데 들창 밖이 화목보일러실이고 장작더미가 쌓여있어 창을 밀봉해두었었다. 그 들창을 무더위가 걷어낸 것이다. 막아두...
김석봉 농부  2018-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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