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수요 부추기고 가계 부채만 늘릴 뿐
정부, 최소 주거기준 보장·임대료 통제를

장상환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장상환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지방에는 먹이가 없고, 서울에는 둥지가 없다”라는 비유가 정곡을 찌른다. 저출산의 원인은 일자리와 저소득, 주거비용, 교육비 부담, 양육 부담 등인데, 지방에서는 좋은 일자리 부족,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높은 주거비용이 문제다.

국토연구원의 ‘저출산 원인 진단과 부동산 정책방향’(2024.1)에 따르면 매매가와 전세가가 오를수록 출산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주택시가총액이 일정하게 유지되던 시기(2005-2014년)에는 출산율도 유지되었는데. 2010년대 중반 이후 주택시가총액이 급증하고, 출산율은 하락했다. 주택매매가격이 1% 오를 때마다 다음 해 출산율은 0.00203명 감소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첫째 자녀 출산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전국기준 주택가격(매매·전세)이 차지하는 비율이 30.4%로 가장 높았고 사교육비가 5.5%였다. 한국은행의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 영향, 대책’(2023.12.3)에 의하면 2019년 실질주택가격지수 104가 2015년 100으로 떨어질 경우 출산율을 0.002명 밀어올린다. 코로나19 이후 집값 급등을 반영한 2021년 지수 112로 계산하면 0.006명 높일 것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수도권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작년 12월 26일 기준 3.3㎡당 2045만원이고, 서울은 3508만원을 기록했다. ‘국민평형(84㎡)’ 아파트를 사려면 수도권은 6억 7천만원, 서울은 11억 5천만원은 있어야 한다. 서울에 집을 사려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5년을 모아야 한다. 서울에 집을 장만하지 못하면 경기도나 인천에 살면서 출퇴근 왕복에 3시간씩 걸린다. 애 낳아 기를 만한 집이 마땅찮으니 서울 출산율이 0.59명(2022년)으로 전국 평균 0.78에 비해 낮다.

저출산 극복을 위한 정부의 주거지원정책은 저리 융자 지원을 통한 분양 및 임대 주택 공급 확대다. 지난해 8월 발표된 「저출산 극복을 위한 주거지원 방안」은 신생아 특별공급 7만호와 1.6-3.3% 저금리 주택자금 대출 등이다. 11월 '청년 등 국민 주거안정 강화방안'은 2.2% 우대금리 '청년 주택드림 대출' 지원이다.

그러나 청년층이 돈을 쉽게 빌릴 수 있어도 집값이 오르면 효과는 반감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실거래 지수는 2022년 183.6에서 2022년 말 142.3까지 떨어졌다. 2023년 1월 143.9였던 실거래 가격지수는 보금자리론 등의 영향으로 9월 161.4까지 회복했다. 결국 일부 고소득층만 혜택을 보고 저소득층은 원리금 상환 부담 때문에 엄두도 못낸다. 청년들에게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은 투기적 수요를 부추기고, 심각한 가계부채문제를 더 어렵게 만든다.

독일 바이마르공화국은 1919년 ‘모든 독일인들, 특히 다자녀 가족들에게 필요한 주거 및 경제적인 공간을 보장하고, 남용을 막도록 토지의 분배와 사용이 국가에 의해 감시된다.’라고 헌법에 주택정책의 근본 원칙을 천명했다. 임대인의 소유권을 강력하게 제한하는 임차인 보호법은 향후 100년간 지속된 독일 주택체계의 중요한 축이 됐다. 서독도 임대계약 해지 요건을 매우 제한하고 임대료는 최근 수년간의 임대료 평균을 내어 만든 임대료표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머물도록 했다. 독일 합계출산율이 1.58명(2021년)으로 높은 배경이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 정부는 모든 가족들에게 최소 주거기준을 보장하면서 임대료 통제, 부동산 소유 및 임대 양도소득 과세 강화, 재정을 통한 저소득층 대상 주거보조금 지원을 해야 한다.

* 이 기사는 [경남도민일보]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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