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점숙(경남 남해)
구점숙(경남 남해)

며칠 전 낯선 젊은 여성이 농사 관련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연락을 해왔습니다. 그런 연락은 처음인지라 약간 당황했지만, 되레 이쪽에서 더 궁금증이 생겨서 일정을 잡아 만났습니다. 앳된 용모를 한 그 여성은 한 5년 전쯤 지역의 작은 협동조합과 얘기를 나눈 인터뷰 내용을 보고서 연락을 취했다고 했습니다.

농사에 대해 고민을 갖게 된 것은 아토피 피부염을 심하게 앓으며 자연스럽게 먹거리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합니다. 먹거리는 결국 농업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농사를 직접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어린 나이지만 참으로 깊은 생각을 한 것이지요? 당연하지만 누구도 쉽게 얻을 수 있는 결론은 결코 아니니까요. 물론 도시에서 나고 자랐다가 여차한 이유로 2년 전부터 지역에 살게 되었답니다. 그러면서 농사라고는 작년에 텃밭에 제철 채소를 조금 키워본 것이 전부라고 하면서 말이지요. 맙소사! 이럴 경우, 어떻게 답을 해야 할까요?

농사는 정말 육체적으로 고되고, 경제적으로도 말이 안 되게 어렵고(정부가 도와주기는커녕 방해를 하지요. 예를 들면, 수확철에 소비자물가 운운하며 수입을 일삼는 행태), 기후나 환경적인 측면에서 예측하기 어려워 갈수록 노지농사는 더 어려워지고 있고, 그래서 원예시설로 접근하려고 하면 엄청난 시설비와 생산비를 감당하기는 더욱 어렵게 된다고 말을 해줬어야 할까요? 무엇보다 좋은 농지를 구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농지에 따라 수확량이 배로 차이가 나는데 젊은 여성 귀농인이 구할 수 있는 땅은 한계 농지에 가까운 것뿐이라고, 게다가 주변의 따가운 시선도 어려움의 한 가지인 것이, 뭐해서 먹고 살 것이냐? 그래서 농사가 되겠냐? 도시로 가라는 등의 말로 종종 기운을 빼게 만들 것이 뻔합니다. 주변의 이웃은 그렇다 치고 친구와 가족들도 말을 보태게 되겠지요. 아니 말을 보태지는 않더라도 그들의 상황과 비교해보자면 스스로 자괴감이 들어서 마음속으로 자주 갈등이 일어날 수 있겠지요.

그리하여 오늘날 대다수의 젊은이들은 농사를 짓고자 하지 않습니다. 얼마 전까지 축산농가의 자녀들은 농사를 지어보겠다고 하더니만, 이제 그것도 물 건너간 이야기입니다. 몇 년 전부터 사룟값 인상으로 바둥거리고 있었는데, 작년부터 소값이 대폭 떨어져서 아우성입니다.

다들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렇게 농사에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농가의 자녀들부터 농사를 안 짓겠다는데, 그 어떤 기반도 없이 농사를 지을 젊은이가 어디 있으며 또 어떻게 자리를 잡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지금 농촌에 젊은이가 없어 고령화가 심각해지고, 마을이 사라지니 어쩌니 하는 말들이 나오는 것이겠지요.

어떤 농사를 짓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농사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땅과 농사기술과 정보, 그리고 함께할 이웃입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앞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농사 의지라고 여겨집니다. 오늘날에는 더더욱 그러합니다. 따라서 농사를 짓겠다고 하면 어떻게 해서든 선배 농민들이 나서서 돕고, 행정적 지원은 어떤 것이 있는지도 파악해서 알려줘야 합니다. 지역마다 귀농・귀촌센터가 있지만, 행정은 책임질 수 있는 내용만 전달하므로 정말 필요로 하는 세세한 정보를 자세하게 전달하지는 않습니다. 아니면 모를 수도 있겠지요.

무엇부터 챙겨야 할까요? 우선 농민이 되어야 하니 마을 주변에서 농지를 구하고 임대차 계약을 맺고, 농업경영체 등록을 하는 것부터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이웃에게서 애써 정보를 구하도록 하라고 일렀습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자산 중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선배 농민들이 바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모인 20~30대 청년농민들이 지역에 서너 명이 됩니다. 청년모임을 결성해서 작은 밭에 공동 경작을 시작하면서 농사를 배워주려 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숫돌이 어떻게 생겼는지 무엇인지도 모른다고 하니 말입니다. 또 언니들의 생활력도 배우게 할 것입니다. 낮은 데서 가장 강력한 연대를 통해 튼튼하게 뿌리내리는 법말입니다.

* 이 기사는 [한국농정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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