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투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 왔다. 봄이 오면 우리의 옷차림에서도 알 수 있지만 가장 빨리 봄을 알려주는 것들이 봄꽃들과 음악이 아닐까 싶다.

가장 유명한 안토니오 비발디의 ‘사계’는 지치지도 않는 단골손님이다. 이 외에도 봄을 대표하는 곡들이 많지만 오늘은 독일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의 첫 번째 교향곡 ‘봄’을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오래 전에 <명화극장>이란 TV프로그램에서 본 영화 중에 <슈만의 봄>이란 영화가 있었다. 나스타샤 킨스키가 슈만의 부인 클라라 역을 맡았다. 슈만은 스승인 프리드리히 비크의 딸 클라라와 사랑에 빠져 반대를 무릅쓰고 소송까지 가서 많은 나이 차를 극복하고 결혼했다. 그 시기에 만들어진 교향곡이 ‘봄’ 교향곡이다. 그러니 음악 곳곳에 행복하고 활기찬 느낌을 표현했다.

영화를 본 지는 오래 됐지만 가끔씩 생각나는 장면들이 있을 만큼 당시 음악에 빠져들었던 때라 더욱 기억에 남는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쓰인 음원들이 나오는데 당대 잘 나가는 음악가들의 연주를 실제 배경음악으로 썼다.

오늘 이 사진의 연주는 영화와는 상관없지만, 영화가 나오기 거의 30여 년 전에 녹음된 음원이다. 그러니 음질 또한 좋지 않고 심지어 Mono 녹음이다. 하지만 내가 당시 카세트테이프로 사서 처음 들은 연주라 음질과는 별개로 가장 좋아하는 연주다. 음질과 연주면에서 좋은 연주들은 얼마든지 있지만 개인적인 느낌 때문에 이 음반에 가장 먼저 손이 간다.

슈만은 만년에 정신질환으로 라인강에 몸을 던지기도 했고 결국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아내 클라라는 음악의 원천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슈만의 음악은 행복하고 밝았으며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음악가가 됐다.

위 사진의 연주는 빌헬름 푸르트벵글러가 비엔나 필을 지휘한 1951년 녹음이라 음질이 좋진 않다. 좋은 음질과 연주 중 하나를 추천한다면 미국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같은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1980년대 중반 연주를 추천한다.

이 봄, 비발디 사계가 질렸다면 또는 새롭고 활기찬 봄을 맞이하고 싶다면 좀 스케일이 큰 화사하고 활력이 넘치는 슈만이 가장 행복했던 시기에 작곡한 ‘봄’을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레너드 번스타인 지휘의 실황 연주 감상하기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