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에일과 라거

뇌리에 박히는 강력한 맛을 경험했다면 가장 기본적인 맥주의 종류를 구분하겠다. 와인이 산지, 품종, 배합 그리고 빈티지, 제조자 등 알아야할 것이 산더미 같아서 다소 골치 아픈 술이라면 맥주는 그 정도로 복잡하지는 않다.

물론 맥주도 모든 사람이 성격이 다르듯 종류가 수만가지다. 그러나 오늘은 모든 맥주를 두 가지로 나누어 보겠다. 마트에서 4캔에 만 원하는 수입맥주를 고르면서 아사이, 하이네켄 말고 다른 맥주를 고르고 싶지만 아무 것도 몰라 손이 가는 대로 집어왔었다면 ‘에일(Ale)’과 ‘라거(Larger)’를 구분해 마셔보자.

 

시작은 ‘에일’과 ‘라거’의 구분에서부터

마트에서 파는 모든 맥주는 두 가지로 분류 가능하다. 두 가지만 구분하더라도 때와 장소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이 생긴다. 에일과 라거다. 물론 에일에도 굉장히 다양한 스타일이 있다. 예를 들어 브라운에일, 페일에일, IPA등. 그리고 라거에도 굉장히 다양한 종류가 있다. 에일과 라거는 발효방법에 따라 구분된다. 더 정확히는 맥주를 발효시킬 때, 어떤 효모가 들어가느냐의 차이다. 

에일맥주에는 ‘에일효모’가 들어가고 라거맥주에는 ‘라거효모’가 들어가는데 둘의 차이는 맥주가 발효될 때 물에 뜨느냐 가라앉느냐다. ‘에일효모’는 맥주의 물(맥아즙)을 맥주로 만드는 과정에서 위로 떠오른다. 그래서 이름은 ‘상면발효’. 반대로 ‘라거효모’는 맥아즙을 맥주로 발효시키면서 아래로 가라앉게 되는데 이를 ‘하면발효’라고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두 효모가 발효 후의 결과물이 다르다는 것이다. 에일효모는 보통 20도 내외에서 발효되며 빨리 완성된다. 반면 라거효모는 10도 내외에서 발효하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또한 에일과 라거는 탄생 시기도 차이가 있다. 태초의 맥주는 에일이었다. 상온에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메소포타이아 문명 시기에 피라미드를 짓던 노동자들이 물대신 마셨다고 하니 정말 오래됐다. 빨리 상할 수 있으니 빨리 소비해야하며 유럽의 가정에서는 누구든지 만들고 마실 수 있던 맥주도 에일이다. 우리나라의 동동주처럼 말이다.

반면 라거는 15세기 뮌헨에서 처음 발명된 현대식 대량생산 맥주다. 독일 사람들은 늦가을인 10월에 맥주를 담근 뒤 강의 얼음을 잘라 겨우내 창고에서 보관해보니 맛있는 맥주가 되어 있던 걸 발견한 것이다. 라거가 ‘저장하다’라는 뜻이므로 잘 상하는 에일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뮌헨의 가장 유명한 맥주 축제이자 모든 맥주 '덕후'들이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고 싶어하는 맥주 축제인 ‘옥토버페스트’는 3월에 만든 라거가 10월까지 상하지 않고 잘 발효된 걸 축하하는 데서 유래했다.

국내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맥주(하이트, 카스, 맥스, 오비)는 라거 방식의 맥주이다. 또한 비교적 친근한 아사이, 삿뽀로, 하이네켄 등도 라거맥주다. 그도 그럴것이 라거맥주는 오래 보관할 수 있어서 대량 생산이 용이하다.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맥주의 70%가 라거맥주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라거맥주는 색이 연한 노란색을 띄며 깔끔하고 탄산의 함유가 많아 여름철에 어울리는 맥주이다. 스포츠를 좋아하거나 가볍게 ‘원샷’하기 위해서는 라거를 골라야 한다. 땀 뻘뻘 흘리고 마시는 맥주는 그 어떤 것보다 달콤하다.

에일맥주는 색이 진하고, 탄산의 함유는 적은 편이며 꽃향기, 과일향기 등 독특한 향기가 나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맥주로는 기네스, 호가든, 파울라너 등이 있다. 정적인 상황에 주로 어울린다. 분위기 좋은 곳에서 천천히 맥주의 향과 목넘김을 즐기고 싶다면 에일맥주를 선택하자. 에일은 비교적 추운 날씨에 즐기기 좋다. 도수가 높고 묵직하기 때문이다. 쌀쌀한 가을이나 찬바람이 가시기 전인 봄에 에일맥주 한 캔을 들고 공원 벤치에 앉아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쓴 맛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주의해야 된다. 에일 맥주는 대부분의 것이 쓴맛도 진하기 때문에 처음 마시는 사람이라면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시원함과 청량감 때문에 라거 맥주는 남자들이 주로 선호하는 반면 부드러운 목넘김과 달콤한 향 때문에 에일맥주는 흔히 여자가 선호한다. 술과 친하지 않아 과일향이나 단 맛이 첨가된 술을 선호했던 여성이라면, 평소에 먹던 라거말고 꽃향기 가득한 에일맥주를 접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첫 화부터 고제맥주라니. 생소할 수도 있지만 맥주의 입문은 의외로 한 가지 독특한 맥주를 맛보고 난 뒤에 시작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센 맛으로 출발해봤다. 다음 화에서는 독약처럼 쓰기로 유명한, 나의 첫 외국 맥주인 IPA를 종류별로 소개하고, 연말 파티에 와인 대신 즐길 수 있는 맥주를 이야기 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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