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알면 더 맛있다(3)] 진주에서 찾은 수제맥주의 맛-첫째

라거와 에일을 구분했다면 이제 신선한 생맥주의 맛을 경험해보자. 병이나 캔에 든 과일주스보다 바로 만든 생과일주스가 맛있는 것은 당연하듯, 맥주도 생맥주가 훨씬 풍미가 깊다. 그러므로 집 가까이에 잘 다룬 생맥주를 파는 곳이 있다면 축복받은 일이다. 마트 맥주에서 벗어나 수제맥주 펍(pub)에 들러보자.

홍대와 이태원을 중심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수제맥주를 취급하는 펍(pub)이 생겼지만, 맥주를 생산부터 유통하고 판매하는 곳은 부산에 한 두 곳 있을 뿐 경남에는 없다. 그래서 이태원에서 이미 수제 맥주의 맛을 봐 버린 사람들은 그 맛을 잊지 못해 다시금 그 곳으로 맥주 원정을 떠나기도 한다. 나도 부산에 한 두 곳이 생기기 전까지 수많은 맥주 원정을 다니며 잘 다룬 생맥주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곤 했다.

그러나 두 달 전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진주에 경남에서 처음으로 수제맥주 펍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이었다. 신선한 수제 맥주에 대한 갈증을 풀어줄 기대감에 한달음에 달려갔다. 동성동에 위치한 ‘맥-아더(mac-other)가 그곳이다.

▲ 맥아더 외관

맥아더는 요즘 유행하는 빈티지한 인테리어의 카페느낌의 외관을 가지고 있었다. 나름의 테라스를 지나 통유리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푸근한 인상을 가진 어느 자영업장에서나 흔히 마주할 수 있는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사장님이 반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들어간 직장을 오랫동안 다니다가 학업에 대한 갈증으로 경상대학교 산업경영학과에 진학하게 된 강성호 씨와 산청에서 영실영농조합의 대표직을 맡고 있던 안두현 대표는 학교에서 동기로 만나 의기투합하여 지금은 경상대 재학생이자 맥아더의 대표이다. 어떤 이유로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맥주가게의 사장님이 되었을까. 진주에서 유일하게 수제맥주를 선보이는 가게를 만들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왜 수제맥주였을까

강 본부장과 안 대표가 만난 것도 맥주 사랑 때문이다. 여느 맥주 마니아들이 그렇듯, 안두현 대표는 맥주를 마시러 서울에 무수한 수제맥주 펍을 찾아다니다 보니 내가 만든 보리나 밀로도 맛있게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안 대표는 산청에서 보리를 키워 알맹이로는 맥주를 만들고 부산물로는 소를 먹여 키우고 있다. 맥주를 만들기에 좋은 조건이 아닐 수 없다. 안 대표와 강 본부장의 맥아더 맥주에 대한 자부심의 원천은 그들이 영농조합에서 직접 농사지은 재료에서 나온다.

“안 대표는 산청에서 보리농사를 짓는 농사꾼이죠. 서울의 유명하다는 펍에 가서 맥주를 마셔보더니 우리 보리로도 경쟁력이 있을 거라고 하더군요.”

강 본부장의 말이다.

안 대표는 직접 농사지은 보리를 이용해 맥주를 만든다면 원가를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역 농가 소득에도 도움이 되는 아이템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 한맥, 다크앤젤 등 수제맥주를 곁들인 음식.

그렇게 맥주 가게의 창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안 대표는 경상대학교 산업경영학과에 입학한다. 과 동기로 만난 강 본부장과 함께 수제맥주 창업을 고려하고 있던 찰나, 경상대학교 링크사업단의 맥주창업 프로그램을 만나게 된다.

약 1년 여간 경상대학교 공과대학 지하에 있는 맥주 공방에서 학부생, 교수님들과 함께 수없이 맥주 개발을 반복하고 시행착오를 겪은 뒤 최종적으로 고객들에게 선보일 맥주 3종을 완성했다. 그리고 그 맥주를 가지고 대중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맥아더'를 열었다.

 

신선하고 대중적인 수제 맥주를 목표로

아무리 좋은 재료로 만들었다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맥주 맛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제맥주의 신선함은 살리되 대중적인 맛을 강조했다. 맥아더에서 파는 수제 맥주는 총 세 가지다. 필스너(Pilsner)*, 헤페바이젠(Hefeweizen)** 그리고 둥켈(Dunkel)***이다. 맥주 이름부터 로고 디자인까지 직접 했다고 한다. 맥주이름이 독특하다. 필스너의 이름은 산청에서 기른 농산물로 만들었다는 의미로 산과 청 각 글자를 영어로 해서 ‘마운틴블루’라 지었고, 헤페바이젠은 영실영농조합의 주력 상품인 한우와 맥주를 따서 ‘한맥’이라 지었다. 둥켈은 진한 색과는 달리 부드러운 맛과 향을 가지고 있다는 뜻에서 ‘다크앤젤’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다. 디자인부터 로고까지 한 땀 한 땀 공들인 걸 보니 맥주에 대한 애정이 엿보인다.

참 얘기를 나누나 마셔도 효모가 살아있다. 살아있는 효모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컵 아래쪽에서부터 위쪽으로 계속해서 공기 방울이 떠오르다 사라진다. 수제맥주가 맞다. 병이나 캔에 들어가는 맥주는 효모가 살아 오래 보관해야하므로 효모를 죽여 유통하는데 생맥주는 신선한 효모를 살려 마실 수 있다. 메뉴판을 보니 우리가 흔히 마시는 H나 C맥주가 4000원인데 세 가지 수제맥주 가격이 모두 한잔에 오천 원으로 동일하다. 싼 가격이 매력적이다. 가격에 대해 안 물어볼 수 없었다.

“한 명이라도 더 우리 맥주를 맛보았으면 하는 바람에 가격을 최대한 낮추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손님들에게 천 원만 더 내고 수제맥주 마실 것을 권하면 맛을 보고 백이면 백 다 우리 맥주가 맛있다고 합니다.”

▲ 수제맥주 마운틴블루, 한맥, 다크앤젤

세 잔 다 각기 다른 맛을 자랑했다. 우선 필스너인 ‘마운틴블루’는 국산 라거 맥주보다 탄산이 더 강하고 맥아의 맛도 강렬했다. 그리고 강 본부장이 적극 추천한 '헤페바이젠'은 처음에는 바나나향도 아닌 것이 바닐라 향과 같은 기분 좋은 향이 먼저 났다. 그 뒤를 부드러운 거품을 따라 밀맥주 특유의 고소하고 달콤한 목넘김이 따라왔다. 느끼기에 따라 마운틴블루보다 새콤달콤하다고도 볼 수 있겠다. 세 종류의 맥주 모두 다른 가게의 수제맥주와 달리 아주 강력한 쓴맛이나 신맛을 가진 종류가 없이 밸런스가 잘 잡힌 맛을 가졌다.

강 본부장은 처음 접하는 대중도 쉽게 익숙해질 수 있도록 쓴 맛을 내는 홉의 양 조절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일단, 한 번 마셔보면 알 것이다. 아무리 맥주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아주 신선한 첫 한 모금은 기존의 맥주와 차원이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가지 스펙트럼을 가진 개성 강한 맥주가 없어 조금 아쉽지만 진주에서 이 가격에 이 신선함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강 본부장은 신선한 맥주는 온도가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생산할 때부터 케그에 담아 유통하고 매장에 보관할 때까지 일정한 저온을 지키는 것이 맥주의 맛을 신선하게 보존하는 핵심이다. 그리고 생산한 맥주는 무조건 3개월 이내에 소비한다. 이 차이가 기성 맥주보다 수제 맥주가 더 맛있는 이유다.

 

주) *필스너(Pilsner) : 라거의 효시로 불린다. 현재 전 세계 맥주 생산량의 90%를 차지한다. 밝고 투명한 색깔, 황금색, 순백색의 풍부한 거품, 고급스러운 홉의 향과 쓴맛, 잡미가 없는 깔끔한 맛이 필스너의 특징이다.

**바이젠(Weizen) : 바이젠은 독일어로 밀. 하얀색을 뜻하는 바이스로 불리기도 한다. 보통 50%이상의 밀 맥아를 보리 맥아와 함께 양조한다. 밀 특유의 가벼운 풍미와 산미를 지닌다. 효모를 여과한 크리스털과 효모를 거르지않은 헤페바이스, 헤페바이젠 두 가지가 있다. 헤페바이젠은 잔에 따를 때 3분의 2만 따르고 나머지는 병을 흔들어 따라 마신다.

***둥켈(dunkel) : 독일어로 ‘어두운(dark)'을 뜻하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라거 타입의 독일 흑맥주를 말한다. 원래 1842년 황금색을 띤 라거 맥주 필스너가 양조되기 전까지 라거 맥주의 색깔은 대부분 검고 진했다. 둥켈은 밀로 만든 상면발효흑맥주를 뜻하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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