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짜 애식가의 레시피 탐구]제철 맞은 멍게 요리 두 가지

1. 멍게비빔밥과 멍게파스타 경남도민일보 제휴=고동우 기자l승인2016.05.15l수정2016.05.15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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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제철인 식재료는 맛과 향이 강렬한 게 많다. 멍게·미더덕이 그렇고 미나리·쑥·냉이 등 채소류도 그렇다.

물속이든 땅속이든 긴긴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버티느라 그만큼 주변의 기운을 많이 빨아들였기 때문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이번 달 주인공은 멍게다. 우리나라 전체 생산 물량의 70%가 통영과 거제, 즉 경남에서 나는 멍게.

멍게는 날것 그대로 먹거나 젓갈로 즐기는 게 보통이다. 전문 식당에나 가야 멍게비빔밥 정도를 먹는 것 같은데 이 또한 아쉬움이 많다.

제대로 하는 곳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멍게비빔밥으로 유명한 거제의 한 식당은 냉동 멍게에 김가루, 참깨, 참기름 등을 더해 내놓는다. 부조화도 이런 부조화가 없다. 안 그래도 향도 약하고 부드럽지 않은 멍게인데 김가루, 참깨는 남은 풍미마저 죽인다. 참기름도 살짝 뿌려야지 지나치면 아니함만 못하다.

멍게비빔밥엔 채소가 어울린다. 같은 제철 재료인 미나리·돌나물도 좋고 무순 등 각종 새싹 채소도 궁합이 잘 맞는다.

▲ 멍게 비빔밥 / 경남도민일보 고동우 기자

경험상 오이와 호흡이 최상인 것 같은데 정답은 없으니 참고만 하자. 멍게 맛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취향대로, 입맛대로 고르면 된다.

채소 손질 때 주의할 것은 먹기 부담스러운 크기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멍게비빔밥도 비빔밥이다. 비빕밥 나물처럼 멍게비빔밥 채소도 밥·멍게와 고루 섞이고 부드럽게 씹힐 수 있도록 좀 잘게 다듬는 게 좋다.

멍게는 꼭 껍질이 붙은 신선한 통멍게를 구입하자. 생으로 먹을 때는 물론이고 멍게비빔밥, 그리고 뒤에 설명할 멍게파스타까지 모두 마찬가지다. 살만 포장해 파는 것과 비교해 맛과 향 차이가 크게 난다.

멍게비빔밥 멍게는 날것 그대로 보다 숙성해 쓰는 게 좋다. 그래야 향은 차분해지고 맛은 깊어진다.

잘 손질한 멍게에 다른 것 없이 소금만 넣으면 된다. 시중에 파는 멍게젓처럼 고춧가루니 마늘이니 심지어 조미료·물엿·설탕이니 다 필요 없다. 멍게 맛을 외려 죽이는 길이다. 마찬가지로 멍게비빔밥에 고추장이니 초고추장도 제발 더하지 말자.

소금도 일반 젓갈처럼 많이 안 넣어도 된다. 멍게 무게 대비 2.5% 안팎의 소금을 섞고 냉장 보관하면 끝이다. 일반 젓갈은 무려 20% 이상 소금을 퍼붓는다.

소금 양에 따라 다르겠지만 길게는 몇 달 이상 먹을 수 있다. 소금을 1.5% 안팎으로 조금만 넣고 수일 안에 먹는 방법도 있다.

자, 이제 플레이팅만 남았다. 밥은 진밥이나 꼬들꼬들한 밥은 사양한다. 잘 지은 밥 위에 먼저 채소류를 얹고 그 위에 멍게젓을 넉넉히 담아보자.

참 아름답지 않은가? 이 위에 참기름이나 초고추장 같은 걸 퍼붓지 말라는 뜻이다. 향을 살짝 다스려줄 참기름 약간이면 충분하다. 좀 뻑뻑하다 싶으면 멍게젓 국물을 더하면 된다.

과유불급. 멍게비빔밥 먹을 땐 다른 반찬은 최소화하는 게 좋다. 특히 생선 등과 함께 먹는 일은 삼가자. 맛과 향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 멍게 파스타 / 경남도민일보 고동우 기자

멍게요리 두 번째인 멍게파스타의 원리와 조리 방법, 맛의 포인트도 예전에 소개했던 굴파스타와 똑같다. 중언부언이 될 수 있으니 짧게 설명하고자 한다.

파스타용 멍게도 숙성이 필요하다. 멍게에 소금을 적당히 뿌려 서너 시간 이상 절인다. 그런 다음 물기를 잘 제거하고, 올리브유와 화이트 와인, 마늘, 파슬리를 더해 다시 수 시간 이상 절인다. 대략 한나절 이상은 절이는 게 좋다.

본격적으로 파스타를 만들기 전 면은 미리 삶아놓는다. 면에 소금간도 잊지 말자. 1ℓ당 소금 1큰술가량.

이제 볶을 시간이다. 다량의 마늘을 2~3등분해 올리브유에 볶는다. 약불에서 서서히. 올리브유는 넉넉히. 마늘 굽는 중간 이탈리아 마른고추인 페페론치노도 잘게 부숴 넣는다.

마늘 양은 취향껏 이다. 필자는 2인분 만들 때 보통 10개 이상 넣는다.

마늘향이 그득해졌으면 불을 세게 올린 뒤 앞서 절여놓은 멍게를 볶기 시작한다. 역시 센불에서 재빨리. 누누이 말하지만 해산물은 오래 볶거나 구우면 안 된다.

볶을 때 브랜디 등을 활용하면 잡내도 제거하고 더 순식간에 익힐 수 있다. 전문용어로 플람베(Flambee)라고 하는 기술이다.

구운 마늘은 타지 않도록 다른 접시에 옮겨놓았다가 면과 멍게(소스)가 잘 어우러졌을 때쯤 다시 프라이팬에 넣으면 된다.

멍게가 대략 익었으면 삶아놓은 파스타면을 투하한다. 채소를 좋아하면 면을 넣기 전 대파 등을 멍게와 함께 볶아도 괜찮다.

역시 센불. 그래야 면과 소스가 잘 어우러진다.

다 됐다 싶으면 다진 파슬리를 섞고 마무리한다. 파슬리가루도 상관없다. 통후추 갈은 것도 먹기 전 살짝 뿌린다.

멍게·굴 등 해산물 파스타엔 화이트 와인이 딱이다. 그러고 보니 멍게비빔밥에 화이트 와인을 곁들여도 썩 괜찮을 거 같다.

* 이 기사는 경남도민일보 월간 <피플파워>에 '초짜 애식가의 음식 이야기' 를 연재를 끝낸 고동우 기자가 새로이 연재하고 있는 글이다. 고동우 기자는 연재를 시작하며 자신이 직접 매월 음식 두 종류를 골라 어떻게 하면 좋은 맛을 낼 수 있는지, 최선을 다해 '레시피'를 탐구하고 소개하겠다고 밝혔다. 5월 계절에 맞게 시작하다보니 연재 일곱 번째부터 가져오게 됐다. '초짜 애식가의 레시피 탐구'는 현재 월간 피플파워에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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