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송이 꽃처럼 아름답게 핀 진주 교방 음식

진주 교방음식을 재현한 한정식집을 찾아 김종신 객원기자l승인2016.03.10l수정2016.03.13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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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살랑살랑 분다. 바람과 함께 사람들 마음에 따사로운 봄 햇살이 든다. 향기로운 꽃향기 그리운 시간에 직장 팀 회식으로 우리는 꽃밭으로 갔다. 한 송이 꽃처럼 아름다운 경남 진주 교방 음식을 찾아 3월 9일 진주 신안동 아리랑 한정식집으로 향했다.

▲ 한 송이 꽃처럼 아름다운 경남 진주 교방 음식을 재현한 경남 진주 신안동 아리랑 한정식집.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을 팔지 않는다는 매화가 차에서 내리는 나를 먼저 반긴다. 시원한 폭포수처럼 매화 향기가 가슴 속으로 파고든다. 옆에는 개나리가 보란 듯이 노란빛을 피웠다. 직장 동료들이 먼저 자리를 잡은 방으로 들어가자 하얀 보가 깔린 상에는 하얀 그릇에 음식이 꽃밭처럼 놓였다. 상차림은 한 송이꽃처럼 아름답다.

▲ 하얀 보가 깔린 상에는 하얀 그릇에 음식이 꽃밭처럼 놓였다. 상차림은 한 송이꽃처럼 아름답다.

'남진주 북평양'이라는 말처럼 진주는 예부터 기생들의 가무와 술이 곁들여진 '교방(敎坊) 문화'가 발달한 고을이었다. 지리산과 남해안의 농수산물이 풍부한 진주는 교방의 상차림에 한껏 맛을 뽐낸다. 더구나 진주 교방 음식은 나라에 큰 잔치가 있을 때면 지방에서 뽑혀 올라가는 선상기(選上妓)가 있었는데 이들이 궁중 음식을 접하면서 궁궐음식의 색깔을 띠었다고 한다.

백, 흑, 적, 황, 청색으로 이뤄진 우리 고유의 오방색이 음식으로 조화를 이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오방색에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의 다섯 가지 맛(五味)도 곁들여졌는지 맛을 볼 차례다. 상차림에는 사람 수에 따라 한 점씩 맛을 볼 수 있도록 음식이 차려져 있다.

▲ 홍시 소시에 절편이 담겨 있는데 먹기 아까울 정도로 정갈하게 차려져 젓가락 가져가기 미안해 보고 또 보았다.

홍시 소시에 절편이 담겨 있는데 먹기 아까울 정도로 정갈하게 차려져 젓가락 가져가기 미안해 보고 또 보았다. 유자소스를 얹은 마는 아삭아삭하면서도 달곤한 맛이 샛노란 봄을 씹는듯하다. 각각의 식감이 서로 도드라지며 어울려 한몸이 된다. 홍어와 삼 겹 수육과 묵은김치, 홍어 삼합이다. 암모니아 냄새 강한 홍어 삼합에 관한 불편한 추억은 이곳에서는 필요 없다. 전라도에서 먹었던 홍어에 비해 덜 숙성되어 톡 쏘는 맛이 약해 비위 약한 이도 괜찮게 먹을 수 있다.

▲ 진주 교방 음식 상차림에 올려진 홍어 삼합은 전라도에 비해 덜 숙성되어 톡 쏘는 맛이 약해 비위 약한 이도 괜찮게 먹을 수 있다.

메로 구이가 복어살 구이와 함께 나왔다. 깔끔하고 깊은 국물맛에 해장으로 그만이 북어가 구이로 올라온 반가운 마음에 북어살 구이를 먼저 먹었다. 달근하면서도 쌉싸르한 맛이 좋은 21년근 도라지로 담근 ‘진주(珍酒)’를 한 잔 들이켠 뒤 복어살 한 점을 입안에 넣었다. 입안이 풍성해진다. 술 한 순배가 돌고 나면 시 한 수가 쌓일 것 같다.

▲ 깔끔하고 깊은 국물맛에 해장으로 그만이 북어가 구이로 올라온 반가운 마음에 북어살 구이를 먼저 먹었다.

“오나라 오나라 아주 오나 가나라 가나라 아주 가나~” 드라마 <대장금>의 배경음악이 입안에서 흥얼거려진다. 한때는 2000명 정도의 일본인 관광객이 찾았다는 이곳의 주인장을 관광객들은 드라마 <대장금>에서 주인공의 스승으로 나왔던 ‘한 상궁’이라 불렀단다. 왕도, 선비도 이렇게 한 상궁이 차려는 음식을 먹고 마셨을까. 마치 내가 왕이고 선비가 된 기분이다. 은은한 가야금 반주라도 곁들였다면 하는 아쉬움은 동료들의 왁자지껄 웃는 소리가 대신했다.

▲ 먹어도 먹어도 쉽게 배는 부르지 않는다. 그러나 나오는 음식 속도와 맛보는 속도는 맞추기 어렵다. 좀 더 천천히 음식이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먹어도 먹어도 쉽게 배는 부르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돌솥비빔밥을 먹었다. 쫄깃한 밥알 위에 얹혀진 나물들이 유혹이다. 나물을 비볐다. 숟가락 가득 퍼서 입에 넣고 된장 한 모금 먹고 술 한 잔 마신다. 여기 상차림에는 간간하고 알큰한 맛을 내는 음식은 없다. 교방 상차림을 받는 이들은 그런 맛을 찾을 필요가 없는 삶을 살기 때문일까.

한 점 한 점 입안으로 넘어 맛을 느끼며 풍류를 즐겼던 선비들의 체취를 잠시 더듬는다. 그러나 나오는 음식 속도와 맛보는 속도는 맞추기 어렵다. 좀 더 천천히 음식이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더구나 보는 즐거움이 큰 신선로를 일행의 편의를 위해서 차림 도우미가 한편에서 준비해 사람들에게 떠서 나눠주는 바람에 신선로가 가지는 화합을 잠시 떠올리는 기회를 빼앗겼다.

▲ 진주성과 천수교, 진주교가 빚어내는 불빛이 마치 논개를 기리듯 검푸른 남강 물결에 너울너울 춤을 춘다.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가 아니다. 그럼에도 꽃밭처럼 오색찬란한 교방 상차림을 맛봤던 경험은 소중하게 남을 것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불꽃 같은 남강물을 걸었다. 진주성과 천수교, 진주교가 빚어내는 불빛이 마치 논개를 기리듯 검푸른 물결에 너울너울 춤을 춘다.

▲ 낮에 보아도 좋고 밤에 보아도 좋은 진주성과 촉석루를 바로 마주한 대나무 숲길을 걸었다. 남강에 비친 진주성의 활활 타오르는 모습이 사각사각 대나무들의 화음 사이로 비친다. 이 길을 함께 걷고 싶다.

낮에 보아도 좋고 밤에 보아도 좋은 진주성과 촉석루가 바로 마주한 곳에서 커피 한 잔을 하며 회식을 마무리했다. 동료들을 먼저 보내고 여운이 남아 대나무 숲길을 걸었다. 다음 회식 때는 꽃밥 또는 칠보화반으로 불리는 진주비빔밥을 맛있는 수십 년 전통의 천황식당으로 추천해볼까 아니면 밤늦도록 공부해 출출한 조선 시대 유생들이 거짓으로 제사를 지내고 허기를 채운데서 유래한 진주 헛제사밥으로 권할까···. 생각만 해도 오늘 상차림처럼 꽃밭을 거니는 듯 즐겁다.

남강에 비친 진주성의 활활 타오르는 모습이 사각사각 대나무들의 화음 사이로 비친다. 이 길을 함께 걷고 싶다.


김종신 객원기자  haechanso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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