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진주시 가좌동 <들꽃마루>

뭘 먹을까 메뉴를 고르는데 머리 속에서 계속 비빔밥이 맴돈다. ‘이왕 비빔밥 먹을거면 오랜만에 거기에 가볼까?‘ 싶어서 향한다.

“재훈 씨 오랜만이네요~ 요새 뭐하고 지냈어요?”

들어서자마자 사장님께 들은 첫 마디, 후자는 항상 올 때 마다 듣는 말이기도 하다.

식사는 마루비빔밥, 흰여울 국시, 멱부리 덮밥, 가온길 파스타 이렇게 4가지 정도로 메뉴가 고정되어 있고 계절별로 조금씩 색다른 메뉴가 나오기도 한다.

▲ 오늘의 메뉴, 마루 비빔밥.

평소 같았으면 멱부리 덮밥을 주문하겠지만 오늘은 머리가 시키는 대로 마루 비빔밥 한 그릇을 주문했다.

매일 조금씩 비빔밥에 올라가는 고명이 달라지는데, 이번에는 애호박, 당근, 버섯볶음과 무말랭이 무침, 김채, 깻잎채, 반숙 달걀 반 개가 올려졌다. 밥알이 부서지지 않게 젓가락으로 살살 비벼본다. 무말랭이 무침이 제 역할을 다 하고나면 어느새 허공에 맴돌던 붉디붉은 비빔밥이 완성된다.

평소엔 프라이로 나오던 달걀이 오늘은 필자가 좋아하는 노른자를 살린 반숙 달걀로 재구성 됐다.

우선 달걀부터 맛을 본다. 간이 적당히 배어있는 달걀이 마음에 든다. 게다가 노른자의 농후함이 위 속을 기분 좋게 자극한다. 배앓이를 한 것도 잠시 잊은 채 밥을 한 입 가득 우겨넣었다.

천연조미료 만으로 볶은 나물들이 전체적으로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맛을 이끌어냈다. 나물의 식감도 하나하나 잘 살려냈다. 중간 중간에 씹히는 무말랭이가 숨은 조연 역할을 했다.

‘역시.. 이 맛이지~’ 란 생각은 첫 술을 채 삼키기도 전에 떠오른다. 같이 나오는 장아찌도 직접 담근다는데 간도 적당하고 아삭한 것이 수준급 이상이다.

본디 비빔밥이란 음식 자체는 분명 자극적인 음식인데 이 곳의 비빔밥은 먹고나면 항상 속이 편안하다. 식사를 어느 정도 마칠 때 쯤이면 차를 한 잔 내어주신다. 그윽한 매실향에 코가 즐거웠고, 한 모금 한 모금이 입 속을 정리해주니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마루비빔밥 5000원 

경상남도 진주시 가좌동 455-5 1층 [들꽃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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