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으로 탄생한 '악마의 맛'

[맥주, 알면 더 맛있다] 제3화 인디아 페일 에일- 1 이가람 객원기자l승인2016.02.27l수정2016.03.06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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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덕들 사이에서는 ‘이파’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맥주가 있다. 인디아 페일 에일(India Pale Ale) 이 그것인데 ‘에일’ 맥주의 한 종류이다. 이 맥주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 특유의 쓴맛 때문인데 이 맛은 맥주에서 쇠의 냄새 같은 다소 비릿한 맛과 쌉쌀한 맛 같기도 하다. ‘홉’이라는 재료 덕분이다. 홉이 많이 들어가 홉의 향이 풍부하게 나는 맥주를 ‘호피(hoppy)하다’라고 말하는데, IPA는 맥주의 종류 중 가장 호피한 맥주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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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종류의 IPA.

인디아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IPA는 영국인의 열망 때문에 만들어진 인도의 역사를 품은 맥주이다. 맥주의 역사는 인간 욕망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19세기 영국은 인도를 점령하고 동인도회사를 통해 제국주의의 열망을 펼치고 있었다. 영국이 인도를 식민 지배할 당시 유럽에서는 에일맥주가 큰 인기를 얻고 있었는데, 인도로 간 영국인들은 본토에서 마시던 신선한 맥주를 그리워했다. 맥주 없는 삶은 상상하기도 싫었다던 당시 영국인들은 급기야 영국 본토에서 인도로 맥주를 운반하기에 이르렀는데, 당시에는 냉장 기술이 없어서 이 맥주들은 아프리카를 넘어 오던 먼 여정 동안 배위에서 상해버렸다.

이에 굴하지 않고 영국인들은 끝까지 신선한 맥주에 대한 집념으로 운반할 방법을 고안했다. 해결책은 바로 알코올 도수를 높이고 홉의 함량을 증가시키는 것이었다. 홉은 쌉쌀한 맛과 더불어 살균 작용을 해 맥주를 상하지 않게 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천연 방부제 역할을 했다. 상하지 않게 하려고 더 많이 넣은 홉이 맥주의 맛을 업그레이드 시킨 셈이다. 끝끝내 그들은 제국주의의 바람을 타고 인도에까지 맥주를 수입하는 결과를 가져왔으나 이 맥주는 지독한 그들의 욕망처럼 악마같이 어마어마한 쓴맛을 가진다.

인도로 수출한 페일에일이란 이름의 IPA는 독특한 맛으로 인해 다시 유럽 대륙으로 역수입되기에 이르렀고 현재는 전 세계 맥주 마니아들이 열광하는 맥주 종류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인생의 쓴 맛을 더 씁쓸한 맥주로 달래보자

IPA는 사악하고 강렬한 맛 때문에 라벨 디자인이 독특하기로도 유명이다. 앞서 ‘악마 같은’ 맥주라고 한 건 유독 이 맥주 라벨에 악마나 괴물을 차용한 디자인이 많기 때문이다. 맥주가 전시된 마트나 슈퍼에서 해골 문양이나 심해생물체 혹은 강렬한 원색의 라벨이 눈에 띈다면 대부분 IPA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개인적으로 맥주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맛으로 홉의 맛을 주저 없이 꼽는다. 쌉싸름한 맛은 커피나 초콜릿같이 거부할 수 없는 중독성을 가진 음식에 공통적으로 들어있는데 맥주도 마찬가지로 이 맛에 중독되면 헤어 나올 수 없다.

현재는 크래프트(craft:소규모 양조장) 맥주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미국에서 유독 이 맥주가 다양하게 출시되는데, 맥주에 있어서도 유럽보다 후발주자로 뛰어든 미국은 특유의 화려한 문양과 현대적인 디자인을 앞세워 세계 맥주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제국주의 시대를 주름잡던 19세기 영국의 패권이 20세기에 들어 미국에 넘어 간 것을 볼 때 맥주 종주 대륙이라는 유럽의 위상이 미국의 창의성과 자본의 힘에 밀리는 형국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수많은 실험적인 회사들이 너도나도 IPA를 출시하면서 더 독특하고 더 잔인한 쓴맛을 강조하는 맥주가 나오고 있다. 쓴맛 경쟁은 ‘누가 더 매운가.’ 로 경쟁하는 라면회사나 떡볶이집의 상술처럼 맥덕(맥주 덕후)들의 구미를 당기게 할 맥주 회사의 마케팅 전략이다. 그러나 맥덕이라면 눈살을 찌푸리는 대신, 이러한 상술로 인해 탄생한 다양한 맥주들이 너무나 흥미로울 것이다.


이가람 객원기자  garamlee3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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