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도둑, 술도둑 . . . 아, 꽃게아구찜

1년 중 가장 춥다는 소한과 대한 사이. 신년회라고 하기엔 조금 늦은 1월에 지인들과 다녀온 곳이다.

이 곳에서 사용되는 아귀는 삼천포에서 아침마다 공수되어 온다고 하신다. 메뉴 중 가장 추천하시던 꽃게아구찜을 시켜두고, 작년 한 해 동안의 성과를 돌이켜보며 술잔을 맞댄다.

메인 메뉴에 승부를 거는 듯 김칫국, 미역무침, 계란찜 등, 간소하지만 깔끔한 반찬이 나온다. 메뉴가 전부 나오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았다. 꽃게아구찜을 주문하니 시뻘겋게 군침도는 찜과 함께 아구탕이 양은냄비에 따라 나왔다.

술잔을 부딪히며 비운 후 꽃게를 하나 들고 뜯었다. 숫게지만 속에 살이 꽉 차있다. 매콤한 양념에 버무려진 콩나물도 숨이 죽지 않은 채 아삭함을 오래 유지했다. 생아귀는 건아귀와는 다른, 몽글몽글한 질감이 매력적이다. 그 질감의 끝에는 생아귀 특유의 단맛과 감칠맛이 숨어있는데 어느 것 하나 죽지 않고 이 집 특유의 매콤한 양념과 조화롭게 잘 어우러져 있었다.

매운 속을 달래기 위해 계란찜과 아구탕에 손이 갔다. 같이 나온 아구탕 속 내장은 특유의 쫄깃함이 안줏거리로 딱 이었고, 국물은 시원함이 복국 저리가라다. 술자리에서 계속 해장을 하는 요상한 기분이 든다.

어느 정도 아귀살과 꽃게를 처리하고 쫄면사리를 주문했다. 주방에서 미리 삶아져 나온 쫄면사리는 남은 찜과 함께 골고루 비벼지며 숨은 조연으로 거듭났다. 아구찜에 남은 콩나물과 쫄면의 궁합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오랜만에 아귀의 매력에 빠져 부풀린 배를 두드리며 퇴장하는데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다음에 오면 더 맛있게 해줄거니깐 친구들이랑 함 오그라잉~”

예~ 어무이, 다음에는 친구들이랑 함 놀러올게예~

 - 경상남도 진주시 평거동 768-5 [양지마을].

  * 꽃게아구찜 25000 / 해물찜 30000 / 아구내장수육 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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