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룩 업'의 한 장면
'돈 룩 업'의 한 장면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서로 소통을 바란다. ‘코로나 19’라는 전염병 재난이 더 그렇게 만들었지만, 사람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시간과 여력은 점점 줄어들었다. 그래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큰 몸집으로 소통의 매개 역할을 한다. 서로 마주 앉아 얘기를 해도 너의 마음을 다 알기가 쉽지 않은데, 이런 곳이 과연 창구가 될까.

소통의 판을 깔아주는 것과 함께 정보를 전달하는 미디어의 몸집도 불어났다. 시청률과 조회 수는 바로 돈이니까. 그러니까 소통과 정보는 이제 돈으로 연결되며 바뀐다. 마주 앉아 주고받는 말(언어)로도 걸림돌 없이 투명한 소통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서로 개념화한 언어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목소리, 표정, 눈빛, 호흡 같은 것도 보고 듣고 느껴야 “네 마음이 그런 줄 이제 좀 알겠어.” 정도 된다.

애덤 맥케이 감독의 영화 <돈 룩 업>의 겉은 재난영화다. 발견된 때부터 6개월 후면 혜성이 지구와 충돌한다. 여기까지가 이른바 ‘팩트’다. 혜성을 발견한 천문학과 교수 민디(레오나르드 디카프리오)와 대학원생 케이트(제니퍼 로렌스)는 이 사실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 미국이니까 먼저 백악관을 찾아간다. 그러나 정치권력은 ‘연장’할 수 있는 조건으로 삼는다. 그 다음의 ‘TV 프로그램’이나 ‘신문’ 또한 즐길 거리로 활용한다. 여기에 성공한 정보기술 사업가는 재앙을 통째로 돈으로 바꾸려 한다.

혜성이 지구와 가까워질 동안, 국민을 책임진다거나 공정하게 보도하겠다는 모든 집단은 막는 것이 아니라 이용한다. 지금 ‘코로나 19’ 상황도 그렇지 않나? 백신은 공평하게 나눠지지 않으며, 국가는 관리와 통제의 힘을 더 키웠다. 그러니까 국민이 곧 국가이기는커녕 국가를 위한 국가가 되는 것. SNS에서는 케이트를 ‘밈(Meme)’으로 만들면서 사실과 진실은 우스개가 된다.

<돈 룩 업>의 미덕은 재난을 화려한 볼거리로 만들지 않은 점이다. 지금 내게 바로 닥치지 않는 재난 상황은, 갈등에도 불구하고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많은 재난영화는 이 점을 노린다. 그러나 <돈 룩 업>은 재난을 다루지만, 재난을 둘러싼 인간, 조직, 기구, 정부 등이 어떻게 자기편에 이용하는지에 관심이 있다. 그러니까 소통을 가로막고, 정보를 왜곡하고, 거짓선전을 일삼는 자들이 곧 재난인 것.

다들 너무 바쁘다. 먹고 살기에 급급하다. 마주 앉아 터놓고 얘기할 시간이 없다. 기후 위기와 전염병이 바로 닥쳤는데 살아내기에도 벅차다. 어떻게 해야 할까. 선거철이다. 네 편 내 편뿐이다. 위를 봐야 할까. 아래를 봐야 할까.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 거리두기에도 만날 사람은 만나야 한다. 수다를 떨어야 한다.

 

김한규 시인
김한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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