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G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새로운 맵을 홍보하기 위해 김지용 감독이 단편영화 <그라운드 제로>를 만들었다. 9분 정도의 분량인 이 영화는 마동석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소재는 교도소 폭동사건이고 마동석은 혼자서 맨주먹으로 수십 명을 제압한다. 이제 마동석 배우는 자신이 곧 하나의 ‘장르’가 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됐다.

<범죄도시2>로 데뷔한 이상용 감독은 <범죄도시1>에서 조감독을 했다. 그러니 <범죄도시>라는 영화의 성격과 특징을 누구보다 잘 파악했을 것이다. 그것은 분명한 마동석, 확실한 액션이 아닐까. 가리봉동의 조선족 범죄조직을 소탕한 지 4년 만이다. 마석도(마동석)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여전히 어리숙하고 착하지만 주먹의 강도는 훨씬 세졌다. 문제는 빌런(악당)이 얼마나 더 악해졌는가다.

“영화가 오락이기만 해?”라고 물을 수는 있지만 “영화가 오락이야?”라고 묻는 건 바보같을 수 있다. 팬더믹 이후 팝콘과 콜라를 사들고 들어갈 수 있는 지금, 사람들은 격리와 거리두기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왜 영화관에서 풀고 싶지 않겠는가. 때 이른 더위에 영화관은 시원하기까지 하다. <범죄도시>는 범죄도시를 파헤치는 것이 아니라, 악당을 어떤 식으로 때려잡는가이다.

그래서 ‘어떻게?’이다. 따라서 상대방인 악당도 ‘어떻게’가 돼야 한다. 가리봉동의 장첸(윤계상)은 잔인했다. 그러나 장첸은 가리봉동에서만 그렇다. 이번의 강해상(손석구)은 베트남과 한국을 오간다. 장첸은 싸울 수 있는 자기 구역이 있었다. 강해상은 어디든 가리지 않는다. “강해상이 왜 저렇게 되었지?” “몰라도 돼.” “그래도 다른 면이 있지 않아?” “그냥 잔인해.” 그러니까 이른바 사회적 배경, 도시의 이면 같은 것은 관심 밖이다.

강해상의 이유를 알려주지 않기에 마석도 역시 ‘그냥 때려잡는 것’이다. 마석도가 때려잡는 방식은, 초여름 개봉을 의식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원함’에 방점을 찍는다. 그것은 ‘통쾌함’과도 연결될 터. 저토록 잔인한 놈을 어쩌면 저토록 통쾌하게 때려잡아주나. 마석도에게 얻어터지는 강해상이 불쌍할 정도이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부모찬스’, ‘무조건 스펙 쌓기’, ‘동문과 선후배의 힘껏 밀어주기’로 권력을 결탁하며 권력을 대물림하는 인간들이 버젓하다. 따라서 그들의 <범죄도시>는 그 범죄의 실상을 가려주며, 범죄가 번성할 수 있도록 안전한 가림막을 둘러친다. 이것을 마석도처럼 때려잡을 수 있을까. 그것도 시원하고 통쾌하게. 그러나 그들의 범죄도시는, 마석도의 주먹 쯤은 코웃음치며 점점 악랄하고 교묘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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