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투표일이 2주 내로 다가왔다. 지금 우리 사회의 최대문제는 불평등과 기후위기다. 불평등 문제가 대선을 통해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장상환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장상환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소득 불평등, 자산 불평등은 심화되었다. 소득 불평등은 시장소득 기준으로는 악화되었고 정부의 재분배 역할 확대로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는 개선되었다. 소득 불평등을 재는 지니계수는 시장소득 기준으로 2014년 0.397에서 2020년 0.405로 상승했는데,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는 2014년 0.363에서 2020년 0.331로 하락했다. 소득5분위배율은 시장소득 기준으로 2014년 10.32에서 2020년 11.37로 상승했고,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는 7.37에서 5.85로 하락했다. 빈곤율은 시장소득 기준으로는 2014년 19.6%에서 2020년 21.3%로 상승했지만,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는 18.2%에서 15.3%로 하락했다. 전체 가구의 소득자료를 포괄하는 국세통계로 추계한 통합소득 지니계수는 2009년 0.538에서 2019년 0.506으로 개선되었으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른 시장소득 지니계수(2019년 0.404)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앞으로 공식적인 소득분배 지표는 국세 과세자료를 기반으로 작성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인 조정 노동소득분배율(피용자보수에다 자영업자 혼합소득 중 법인기업 노동소득분배율과 같다고 가정해서 추정한 노동소득을 합쳐서 추정)은 1996년 66.1%에서 2016년 56.2%로 10%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임금 불평등을 보면 하위10% 임금에 대한 상위10% 임금의 비율은 1990년 3.9배에서 2016년 4.5배로 상승했다.

더욱 심한 자산 불평등

자산 불평등은 소득 불평등보다 심하다.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른 순자산 지니계수는 2012년 0.617에서 계속 하락하다가 2017년(0.584)부터 2018년 0.588, 2019년 0.597, 2020년 0.602로 상승하고 있다. 부유층이 더 많이 소유한 부동산 가격 상승과 주식시장 호황의 영향일 것이다. 신한은행이 2021년 4월 발표한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2021’에 따르면, 전국 성인 1만명을 조사한 결과 상위 20%의 평균 보유자산은 2018년 11억원에서 2020년 12억여원으로 9.9%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하위 20%는 2838만원에서 2715만원으로 4.3% 줄었다. 이 때문에 상하위 20% 사이 자산 격차도 38.6배에서 44.3배로 커졌다. 자산 격차 확대의 주범은 부동산으로 상하위 20%의 부동산 소유 격차는 2018년 125.4배에서 164.3배로 확대되었다.

세계불평등연구소가 지난 12월에 펴낸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22’에 따르면, 한국의 상위 1%의 자산 점유율은 2001년 23.2%에서 2021년 25.4%로 높아졌고, 상위 10% 점유율은 56.5%에서 58.5%로 올라간 반면, 하위 50% 점유율은 6.0%에서 5.6%로 내려갔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고안한 ‘피케티 지수’는 높은 수준에다 최근 상승했다. 피케티 지수는 2010년 7.6에서 2017년 7.9, 2018년 8.1, 2019년 8.6으로 커졌다. 2020년 기준으로 독일(4.4), 미국(4.8)은 물론이고 프랑스(5.9), 영국(6.0), 일본(6.1), 스페인(6.6) 등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젊은 세대는 불평등을 심각하게 생각한다. 서울연구원이 2021년 4월 펴낸 ‘장벽사회, 청년 불평등의 특징과 과제’는 청년층의 자산 불평등 인식을 잘 보여준다. 20~39살 청년 1천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심각한 영역으로 ‘자산 불평등’(36.8%)이 꼽혔고, 소득 불평등(33.8%), 주거 불평등(16.0%), 고용 불평등(5.6%) 등이 뒤를 이었다. 또 응답자의 87.2%가 지난 10년간 한국의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더욱 심각해졌고, 86.9%는 향후 10년 동안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저출산도 불평등 심화의 결과

불평등이 심화된 결과 금융자산이 축적되는 한편 가계부채가 증가하여 거품 붕괴에 따른 거시경제 불안정 문제가 목전에 다가왔다. 젊은 층들은 비정규직 확대로 저임금에 시달리는데 각자도생의 경쟁이 격화되어 과도한 사교육비에 내몰리고 가정을 꾸릴 집을 마련하기 어려워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있다. 국민들은 질병과 노후 불안에 소득의 12%를 보험료로 내고 있다. 불평등의 심화로 경제의 안정적 운영은 물론 우리 사회의 재생산까지 위협받는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

불평등이 악화된 것은 선진 자본주의국가와 달리 한국이 개발독재국가에서 자본주의 모순에 대응하는 케인즈주의 복지국가를 거치지 않고 바로 신자유주의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4차산업혁명 진행과 글로벌 금융자본의 규율 강화로 재벌 독점자본의 지배력이 커진 반면, 노동조합의 힘은 약화되었다. 대통령 중심제와 지역구 중심의 국회의원 선거제도가 노동권 강화와 사회복지 확충에는 불리했다. 보수 양당 체제로 진보정당이 약해서 사회적 약자의 요구가 정책 수립과 집행에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려면 생략했던 케인즈주의 복지국가단계 정책을 지금이라도 펴야 한다. 시장소득의 불평등을 개선하려면 독과점기업의 불공정거래를 시정하여 중소기업의 임금지불능력을 높이고,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차별 시정, 노동조합 조직 확대와 활동 확대를 통해 노동소득분배율을 높이고 임금 불평등을 개선해야 한다. 증세, 복지지출 확대를 통해서 처분가능소득의 불평등도 개선해야 한다.

대선후보 경제, 노동, 복지 공약, 불평등 문제 해결할 수 있나

대선 후보들의 경제, 노동, 복지 공약이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전환적 공정 성장’을 내걸고, 수출 1조달러, 국민소득 5만달러, 종합 국력 세계 5강 달성이라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노동분야는 노동자와 자영업자를 차별하지 않고 일하는 사람 모두에게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상시적 지속 업무 정규직 고용, 주4.5일제의 단계적 실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법제화, 고용·노동정책 수립 시 노·사의 실질적 참여 보장 등을 공약했다. 복지분야는 임기 내 모든 국민에게 보편 기본소득 연 100만원을 지급. 청년층을 위해 부분 기본소득 연 100만원, 낮은 이자율의 기본대출 최대 1천만원, 기본주택 공급을 공약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민간 중심의 성장을 앞세운다. 정부 투자보다 감세, 규제 혁신, 노동시장 개혁 등으로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 성장을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근로시간 결정, 임금체계를 유연화하며 합리적 노사관계를 정립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노조 고용 세습과 편법적 친인척 고용승계 차단, 강성노조의 불법행위 엄단 등도 주장했다. 복지문제는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통해서 해결하겠다고 한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경제공약은 ‘녹색’에 방점을 찍었다. 2030년까지 재생 에너지·배터리·수소 기술 등에 500조원을 투자한다는 ‘그린 노믹스’다. 노동분야는 '일하는 시민을 위한 기본법'을 제정해 플랫폼 종사자, 프리랜서, 자영업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겠다고 공약했다. 주4일제를 내년부터 시범 운영한 후 2027년까지 입법을 완료하고, 최저임금 인상과 최고임금법 제정,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동일가치 동일임금 법제화, 모든 시민에게 노조할 권리 보장, 노동조합 설립신고 단순화, 단체협약 효력확장 제도 도입, 원하청 공동사용자성 인정,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폐지 등도 약속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과학 경제 강국’을 전면에 내세웠다. 디스플레이·배터리·차세대 원전(SMR)·수소·바이오 등 5대 초격차 기술과 5개 대기업을 육성해 10년 내 세계 5대 경제 강국에 진입한다는 ‘5-5-5 신성장 전략’을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노동분야는 고용 세습과 채용청탁을 금지하도록 채용절차법 개정, 강성 귀족노조를 혁파하고 공정 시장경제를 확립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이데올로기인 낙수효과를 기대한다.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경제성장률을 높이면 저소득층에게도 과실이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고도 경제성장이 가능했던 시절에나 통할 수 있는 것으로 지금의 저성장 국면에는 맞지 않는 공약이다. 감세를 공약하니 복지지출 확대도 어려울 것이다. 이들은 반노동적인 자세를 보여 당선되면 불평등이 오히려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후보는 성장을 앞세우면서 분배와 노동권 보호는 가능한 대로 개선하겠다는 절충적 입장으로 당선되더라도 불평등을 크게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민주당 문재인 정부가 분배 개선 공약을 했고, 국회 다수 의석을 확보했음에도 불평등 개선에 무능했던 것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심상정 후보가 불평등 해소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어, 득표를 높이는 것이 불평등 해결의 정치적 압력을 키우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이 기사는 [경남도민일보]에 게재된 것을 보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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