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시 시내버스 준공영제 조례 제정이 필요한 이유

지난 2월 8일 진주시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조례 주민발안운동본부에서 시민 7193명의 서명을 받아 진주 시내버스를 준공영제로 운영해 달라는 내용의 조례 제정을 시의회에 청구했다. 나는 조례 제정 청구 대표로 활동하며 직접 시민들을 만나 서명을 받았다. 2월 14일 주민조례발안 접수를 진주시의회가 공표했고 30개 행정동사무소에서 서명부 열람을 하여 이의신청을 받았다. 25일부터 심사에 들어갔고, 3월 10일에 심사가 끝났다. 곧 수리될 예정이다.

조례안은 시민참여와 투명한 보조금 사용을 보장

발의한 준공영제 운영조례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우선 심의·의결 기구인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위원회를 구성하여 표준운송원가를 정한다. 운영위원회에는 시 행정 담당자, 버스업체, 시의원, 전문가와 함께 시민대표도 참가한다. 시와 시내버스업체 간 협의로 모든 것을 결정한 데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회의록, 시내버스 관련 용역 보고서 등 모든 자료를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수입금을 공동관리함으로써 투명성과 효율성을 확보한다. 여기에 보조금 사용 내역을 항목별로 정산하고, 이익을 기본이윤 수준으로 규제하도록 했다. 친족 경영 참가 시 인건비에 제한을 두어 세금 누수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조례안에는 버스 기사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기사 교육과 버스 점검 강화로 서비스를 향상하고 안전성을 확보한다.

시민 편의 측면에서 지선과 간선 체계 등 필요한 노선 개편으로 이용객들이 시내버스를 편리하게 이용하면서도 시의 재정지원금을 절약할 수 있는 내용을 넣었다. 전북 완주군의 경우 시내버스 1대당 한해 운영비(인건비·기름값·관리비 등)가 2억 3천만원가량인데 마을버스는 1억 3천만원 수준이어서 대당 1억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현행 버스 재정지원방식의 문제점

2017년에 진주시는 시내버스 노선 개편과 함께 표준운송원가제를 도입했다. 사실상 준공영제를 시행한 것이다. 표준운송원가제를 도입한 결과 버스 회사의 경영이 안정되었고, 기사들은 월급 걱정 없이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승객을 더 태우려는 과열 경쟁이 없어져 교통사고가 감소하는 효과도 거두었다.

그러나 준공영제 운영조례를 제정하지 않고 시와 시내버스 업체들 간의 협약만으로 운영하다 보니 보조금을 지원한 후 항목별 정산은 하지 않았다. 그 결과 부산교통과 부일교통에서 기사 연봉이 약 1,000만원이나 차이가 나고, 이익을 10억원 이상씩 가져가는 일이 벌어졌다.

부산교통은 시외버스와 시내버스를 함께 운영하고 사업별로 분리된 회계를 하지 않아 경영서비스평가 회계감사에서 ‘의견거절’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도 진주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2019년의 삼성교통 파업도 준공영제 운영조례가 없어서 일어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업체마다 임금체계가 달랐고, 삼성교통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기본급이 오르지 않으면 최저임금 위반이 될 상황이라서 노동조합이 기본급 인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기본급 인상 요구는 시의 재정지원금 증액을 요구하는 결과가 되어 시와 충돌했다. 운영조례가 있었더라면 버스업체들 간의 임금체계를 통일시키는 조치를 미리 취할 수 있었을 것이다.

총액표준운송원가제는 준공영제보다 효율적인가

총액표준운송원가제는 전국에서 진주시만 실시하고 있는 시내버스 재정지원 제도이다. 2015년 용역결과에 따라 항목별로 산정한 총액을 매년 변동률을 적용하여 버스업체에 지원하면, 업체는 자율적으로 경영하고 진주시는 관여하지 않는 제도다. 지원만 하고 그 돈이 어디에 얼마나 쓰였는지 정산하지 않는 것다.

진주시는 “준공영제 운영조례가 항목별 ‘사후 정산’을 담고 있는데 시가 업체의 인건비 절약으로 남은 금액을 환수하게 되면 업체의 인건비 인상에 따른 과다지출에 대해서도 추가지원 해달라는 요구도 이어질 수 있다. 현재 총액표준운송원가제도는 시민 세금 낭비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로 서울 등에서 우수사례로 평가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총액표준운송원가제 하에서도 재정지원금은 꾸준히 증가했다. 표준운송원가제 도입 전인 2016년도에는 환승비와 벽지 손실 보상금을 더해서 약 79억5천만 원을 지원했으나, 2021년 현재 시내버스 재정지원금은 233억5천이 넘는다. 6년 동안 3배로 증가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2018년 111억원에서 2020년 180억원으로 증가했다.

 

준공영제로 운영하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재정지원금이 증가하는 것은 업체 노동자들의 인건비가 과다하게 올라서가 아니라 자가용 승용차 이용 증가와 학생수 감소 등 승객 감소의 영향이 가장 크다. 준공영제 조례로 운영하면 운송원가 정산지침으로 인건비를 미리 정해두고 있어 업체에서 함부로 올릴 수 없다.

업체의 자율적 운영으로 경영이 효율화된다고?

시내버스 운송원가 가운데 유류비, 차량 구입 및 감가상각비, 수리비, 보험료 등은 절약하기 어렵다. 운송 비용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줄여서 업체가 이익을 더 많이 남길 수 있을 뿐이다. 총액표준운송운가제는 이를 허용하고 준공영제 운영은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삼성교통과 시민버스는 18시간 근무를 오전 오후반으로 교대 근무하여 하루 9시간의 근무시간을 인정한다. 반면 부산교통과 부일교통은 격일제로 근무하고 하루 18시간 중 14시간만 근무시간으로 인정하고 나머지는 대기시간으로 간주하여 인건비가 낮다. 기사들의 불만이 크지만 현직일 때에는 해고 위험과 해고 뒤 블랙리스트에 올라 다른 버스회사에 취업이 어려울 것을 우려해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를 못한다. 그러나 퇴직 후에는 체불임금 지급 청구를 많이 하고 있고 다수가 받아낸다. 노사분규가 크게 잠재되어 있는 셈이다.

준공영제 운영에서 표준운송원가의 정확한 산정과 관리는 과제

서울시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에서 표준운송원가와 재정지원금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에는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표준운송원가가 별로 증가하지 않은데도 재정지원금이 늘어난 것은 시내버스 승객이 2011년 465만명에서 2015년 440만명, 2018년 408만명으로 줄어든 영향이 컸다. 원가보전율이 2014년 81.2%였다가 요금인상 후 2016년 89.1%로 올라갔지만 2018년 84.2%로 다시 떨어졌다.

준공영제 운영에서 표준운송원가의 정확한 산정과 정산 관리는 중요한 과제다. 감사원은 2021년 6월 17일 부산시와 서울시의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용 실태를 일제 점검한 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과 부산에서 준공영제 부실 운영으로 991억원의 세금을 낭비했다.

서울시는 표준운송원가를 산정하면서 실제 지출액이 감소했는데도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버스중앙차로제로 교통여건이 개선돼 사고가 줄었고, 버스회사의 차량보험료 지출은 2016-2019년간 89억 원이 줄었다. 타이어비는 2015-19년간 98억원, 정비비도 2014-2019년 152억이 감소했는데 이를 반영하지 않고 종전대로 지급해 모두 339억 원을 더 줬다. 부산시는 버스회사들이 89만여 차례나 약속된 노선운행을 하지 않았는데, 이에 해당하는 운송비 652억 원을 회수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서울시장에게 교통여건 및 승객 수요 변화에 따라 주기적으로 적정 버스인가대수를 산정한 후 버스회사들과의 적극적인 협의 등을 통하여 중‧장기 증‧감차 계획을 수립·추진하는 한편, 적정 인가대수보다 많이 보유하는 차량에 대해서는 재정적 지원을 제한하는 등 재정지원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요구했다.

서울시는 2019년 10월 13일 재정지원 합리화와 관리·감독 강화를 골자로 한 '버스 준공영제 개선 기본방향'을 발표했다. 재정지원 합리화의 핵심은 표준운송원가의 80%를 차지하는 운전직 인건비와 연료비 지급방식을 '표준원가제'로 바꾸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를 버스업체가 사용한 만큼 시가 실비정산했지만 앞으로는 단가(표준원가)를 정해 단가만큼만 지급한다. 부족분은 업체가 경영을 합리화해 자체적으로 충당해야 한다.

관리감독강화 방안으로 외부회계감사를 그동안 각 업체에서 외부감사인(회계법인)을 선정했는데 앞으로는 서울시와 버스운송사업조합이 공동으로 선정한다. 또, 서울시 직접감사 범위를 기존 회계 분야뿐 아니라 인사, 노무 등 버스업체의 업무 전반으로 확대한다.

서울시는 임원 인건비, 사무직 인건비 등 고정비를 줄이기 위해 버스회사 대형화 목표를 제시하고, 평가 인센티브 부여 등을 통해 버스회사의 자발적 M&A를 유도할 방침이다. 또한 버스 재정운영 합리화를 위해 시내버스 정류소명 유상판매, 중앙정류소 승차대 광고운영 등 추가 수입원을 개발·발굴할 계획이다.

준공영제 운영조례 제정은 방기했던 책무의 이행

준공영제 운영조례안이 이번 시의회에서는 통과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21석 중 11석의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의힘 시의원(탈당한 무소속 의원 포함)이 다음 선거 후보 공천을 받기 위해 조규일 시장의 눈치를 보고 있고, 조규일 시장은 큰 아버지인 부산교통 조옥환사장에게 1년에 10억원의 이익을 올릴 기회를 계속 보장해주려 하는지 준공영제 조례 제정에 반대한다.

청구인명부를 제출하니 진주시의회 의장과 국민의힘 일부 시의원들은 준공영제 조례발안 과정에서 버스업체와 충분히 협의하지 않았고, 버스업체들도 준공영제 조례 제정에 찬성하지 않는데 왜 조례 제정을 해야 하느냐고 한다. 버스업체들로서는 적자 보전할 지원금만 받으면 그만이지 지원금 사용 내역의 정확한 보고와 검증은 부담만 될 뿐이니 원하지 않을 것은 당연하다. 시민이 낸 세금으로 지불하는 재정지원금이 올바로 사용되도록 하기 위해 준공영제 조례 제정을 청구하는 것이다.

진주시 시내버스는 전철 등 다른 대체 대중교통이 없는 상태에서 노년층과 학생들의 발 역할을 한다. 승객 감소로 시 재정지원금이 없으면 지탱되기 어렵다. 시의 세금이 지원금으로 들어가면 지원금이 투명하고 정당한 지출을 했는지 확인하는 것은 당연하고도 기본적인 책무이다. 기초자치단체 중 준공영제를 도입한 청주시와 창원시도 준공영제 조례를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진주시는 기본을 안 지키는 것이다. 진주시와 시의회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므로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시의회는 시민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다른 지자체의 사례도 참고하여 주민발안운동본부가 7000명 이상 시민의 서명을 받아 제출한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조례를 꼭 제정해야 할 것이다.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이번 의회 임기 내에는 처리되지 못할 수 있다. 지방선거로 새로 구성될 의회에서 심의하여 통과하기를 기대한다.

 

장상환 경상대 명예교수
장상환 경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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