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 승자독식으로 극단적 대립을 낳는 대통령제에서 의원내각제로 정치체제를 전환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대선에서 한계 드러난 대통령제, 의원내각제로 바꿔야”, 단디뉴스, 2022. 4. 4). 

의원내각제를 실시하면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정당이 집권하게 되므로 국회의원을 잘 뽑아야 한다. 민의를 잘 대변하도록 구성해야 하는 것이다. 오늘 국민들의 뜻, 국민들이 정치에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불평등 해소, 완화이다. 어떻게 국회의원을 뽑는 것이 불평등 해소에 유리할까?  

 

비례대표제가 불평등 개선에 유리 

소선거구 1위대표제보다 비례대표제가 불평등 개선에 유리하다. 소선거구제에서는 후보가 좁은 지역 주민에게 지지를 얻기 위해서 지역의 공공사업에 대한 지출을 늘려줄 것을 약속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지출은 소득재분배 기능이 약하다. 반면 전국 내지 광역선거구 비례대표제에서는 다양한 유권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지출을 늘릴 것을 약속해야 하고 이것은 분배를 개선하는데 기여하게 된다. 

비례대표제에서는 사회안전망 확대, 교육, 보건의료 등의 공공보건서비스 제공 등 보편적 프로그램을 더 많이 제공하고, 좌파 성향 정부가 들어서기 쉬워 더 적극적인 재분배 정책을 시행한다. 비례대표제에서는 여성의 상대적인 권력을 높임으로써 젠더형평한 정책을 촉진하여 성별 간 격차를 완화할 수 있다. 또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은 취업지원 프로그램 등을 통해 경제위기, 실업 등의 위기에서 사람들을 보호하는 완충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온티베로스와 베라르디의 연구 ‘선거제도, 빈곤과 소득 불평등’에 의하면 28개 선진 민주주의 국가의 4개년간 소득연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선거구 규모를 2배로 확대하면 지니계수가 4포인트 내려가며, 10분위배율은 0.5단위 하락하며, 중위소득 40% 이하의 빈곤층 비율을 1.07 단위 낮춘다. (Ontiveros, Darwin Urgarte; Verardi, Vincenzo (2005), “Electoral systems, poverty and income inequality”, LIS Working Paper Series, No. 402, Luxembourg Income Study (LIS), Luxembourg) 

무라프스키의 논문, “선거제도와 소득불평등”에서 42개 민주주의 국가의 1984-2013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의 차이로 계산하는 불비례지수가 한 단위 증가하면 지니계수가 0.003 증가한다. (Michael Murawski, “Electoral Systems And Income Inequality”, Senior project, Department of Economics,  University of Akron, May 2015) 

독일, 스웨덴 등 유럽 복지국가들은 모두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의회 의원을 선출하고 의석을 가진 정당들이 연정으로 국정을 운영한다. 반면 미국은 대통령제에다 의회 의원도 지역구에서 1위대표제로 뽑고 비례대표제가 없는데 불평등이 아주 높다.  

뉴질랜드는 1992년 1993년 두 번의 국민투표로 의회 의원 선거제도를 현재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개정하였다. 197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1위대표제에 의해 발생되는 불비례성의 문제, 양당 지지의 하락, 정당에 대한 불신 등을 극복하기 위해 선거제도를 개혁하게 되었다. 1위대표제에서는 선거불비례성(득표율과 의석점유율간의 차이)이 14.0이었으나, 혼합형 비례대표제로 5 이하로 크게 낮아졌다. 1993년까지 2.2개이던 의회 내 유효정당의 수가 1996년 이후에는 3-4개로 다당제가 형성되었다, 선거제도 개혁 이후 의회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는 정당이 없어지면서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서 이념 및 정책을 중심으로 연합정부를 구성했다. 소수정당이 균형자 역할을 하고 지지유권자의 요구를 정치적으로 반영할 수 있게 되었다. 

 

누더기가 된 비례대표 선출제도  

우리나라에서 국회의원 비례대표는 비중이 작고 선출방식도 개선되지 못했다. 2001년 헌법재판소는 1인1투표 제도를 통한 비례대표 국회의원 의석 배분 방식에 대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2002년 제3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2004년 국회의원 총선부터 1인2표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었다. 1표는 지역구 후보에, 1표는 정당에 투표하면 정당득표율에 따라 비례의석을 차지하는 병립형 방식이다. 2004년 총선(지역구 243석, 비례대표 56석)에서 민주노동당은 지역구에서 2석을 얻었지만 비례대표 선거에서 정당득표율 13.1%로 8석을 얻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지역구를 253석으로 늘리면서 비례대표를 47석으로 줄였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준영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었는데 다른 나라에서 유례가 없는 기형적인 누더기제도였다. '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을 유지하면서 21대 총선에 한해 비례대표 의석수 30석에 대한 연동률 50% 캡(상한선)을 설정하고, 17석은 병립형 배분을 유지했다. 여기에다가 여야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어 대응함으로써 소수정당에 돌아갈 의석을 뺏어가는 결과를 초래했다.  

우리도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를 대폭 확대하고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1인 2표의 투표구조(two ballot structure)를 갖는 혼합형 선거제도는 1위대표제의 장점인 지역 대표성을 유지하면서 비례성을 높일 수 있는 비례대표제를 제도화하는 선거제도이다. 비례성과 대표성이 높은 선거제도는 정치적 타협을 촉진하고, 소수집단과 반대세력의 민주주의에 대한 가치와 신념을 확대시키고, 소수자들 

소수자들의 참여와 대표성을 보장함으로써 정치적 안정성을 가져오는데 효과적이다.  

우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015년 국회에 제안한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 국회의원 정수는 기존 300명으로 유지하되 6개 권역으로 나눠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2:1범위에서 정하는 내용이다. 권역별로 미리 확정한 총의석을 정당 득표율에 따라 나누고, 지역구 당선인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을 비례대표 명부순위에 따라 당선인으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소선거구 후보와 비례후보를 모두 민주적으로 선출해야 한다. 당내 보스들에 의한 하향식 선출을 금지하고 당원들에 의해 민주적으로 선출하도록 해야 한다. 독일은 후보의 민주적 선출과정을 담은 보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한다.  

 

지방의회 비례대표 확대해야 

비례대표 확대로 의원을 잘 뽑는 것은 지방의회에서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15일 국회는 중대선거구 확대 시범 실시, 4인 선거구 분할 금지, 광역의원 정수 증원 등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3~5인 선거구)'는 전국 11곳에 시범실시하는 것으로 그치고, 2인선거구 폐지 개혁은 무산되었다. '4인 선거구 분할 가능' 조문은 삭제됐지만 광역의회 조례로 4인 이상 선거구를 분할할 수 있어 그렇게 될지는 미지수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선거제도 개혁은 단독처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국민의힘의 반대를 수용했다.  

지방선거에서 3인 이상의 기초의원을 선출하는 선거구가 얼마나 될지는 경남도의회에 달려 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시군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제출한 안에서 4인 선거구를 2이선거구로 대거 쪼갠 탐욕적 행태를 반복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도의회에서 다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기초의원 3인 선거구를 늘리겠다는 지난 3월의 약속을 지킬지 두고볼 일이다.  

기초의회 중대선거구를 확대해도 효과는 미지수이다. 거대 양당이 복수 후보를 내면 소수정당 후보는 당선되기 어렵다. 도의회와 기초의회에서 전체의 10%로 미미한 비례대표 의원 수를 대폭 늘려야 한다. 독일처럼 기초의회 의원은 아예 지역구를 없애고 비례대표로만 뽑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이 경우 정당 추천 후보 이외에 유권자단체로 등록한 시민들도 비례후보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거대 여야당은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서 가능한 끝까지 미루다가 현행 의석을 최대한 유지하는 안을 졸속 처리해왔다. 해야 할 일보다는 자리 확보에 급급한 거대 여야당에 대해 국민들은 크게 실망하였고 이것은 여야당의 위기로 나타난다. 여야당은 의석 확보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이번 대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수용해야 한다. 

극단적 정쟁에서 벗어나는 협치와 국민통합은 선거제도와 정치체제를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는 데서 시작된다. 극단보수, 중도보수, 중도진보, 급진진보 등으로 정치세력과 정당의 스펙트럼이 넓어져야 연합을 통해 민심을 반영하는 정치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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