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0.73% 초박빙 승리로 끝났다. 양당제를 강화하고 제왕적 대통령을 낳는 대통령제의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난 선거였다. 선거전은 상대방을 악마화하면서 갈라치기, 네가티브 공격, 후보 단일화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개발 폭리 책임 등으로 민주당 지지표도 다 얻지 못했다. 조국사태, 부동산 가격 폭등 등으로 정권교체 여론이 55% 정도나 되었지만 검찰공화국 조성 우려 등으로 윤석열 후보는 이것을 다 흡수하지 못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하고 선거후 양당이 합당하기로 했다. 정의당 지지자들 중 일부는 윤석열 후보 당선 저지를 위해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하여 심상정 후보 득표율은 2.37%로 저조했다.

대선 결과 거대 양당 지지자 간의 갈등이 심화되어 차기 정부가 국정을 잘할 것이라는 여론은 50% 내외에 불과하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를 지배하고 있어 협치와 통합이 새 대통령의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우리 사회의 주요 과제는 35년 전에는 독재체제의 민주화였지만 지금은 불평등 문제 해결과 국내외 거대 자본의 힘 억제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제도는 불평등과 차별을 해결하면서 여야간 극한적 정쟁을 완화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대통령제보다 의원내각제가 불평등 개선에 효과적이다. 대통령제 하에서는 실정으로 정부에 대한 지지가 내려가도 임기가 보장되므로 다수 국민의 요구에 둔감하게 된다. 반면 의원내각제 하에서는 의회 내 다수 확보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분배 기능이 높은 지출을 확대하여 다수 국민의 지지를 획득해야 한다. 우가르트와 베라르디의 연구 ‘선거제도, 빈곤과 소득 불평등’(2005)에 의하면 의원내각제보다 대통령제 하에서 하위10% 소득대비 상위10% 소득비율인 10분위배율은 3배나 높았고, 빈곤율은 11.65포인트, 지니계수는 20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1987년 개헌으로 대통령 선출방법만 체육관 간접선거에서 직선제로 바뀌었을 뿐 대통령의 권한은 유신체제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통령은 여당의 지도자로서 국회를 실질적으로 지배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유승민 원내대표를 찍어내고 국회의원 후보 공천을 좌우했다. 사법부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 인사권을 행사하고 감사원조차 대통령 직속이다. 대통령은 2000여명에 달하는 주요공직 인사권을 가진다. 법률거부권에다 미국 대통령에게는 없는 법률안 제출권도 있다. 대통령을 견제할 장치가 사실상 없는 셈이다.

많은 대통령이 말로에 친인척 비리나 부정부패로 추락한 것은 대통령 1인 중심으로 권력이 쏠린 탓이다. 제왕적 대통령의 문제는 청와대라는 장소가 아니라 대통령에게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된 때문이다. 대통령제에서는 ‘아웃사이더’가 쉽게 출현하여 국정 불안을 높인다. 윤석열 당선자처럼 의회와 정당에서 경험을 쌓은 것이 아니라 바깥에서 국민들의 반감과 불신에 기댄 인물이 갑자기 대선후보로 부상한다.

대통령중심제 하에서 국회는 대선 전초전처럼 운영된다. 야당은 정부 여당 제출 법안에 대해 육탄으로 저지하여 동물국회라는 오명을 얻었다. 여야간 물리적 대결을 피하기 위해 국회선진화법이 제정되었으나 법안 처리가 지연되어 식물국회가 되고 말았다. 국회의원 선거 소선구제는 소수정당에 대한 강력한 진입장벽이 되고 있다. 지역주의와 결합해 양대 정당의 기득권을 철통같이 보호하고 있다. 민주화 이후에도 한국의 민주주의는 절름발이다.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산업화를 신속하게 달성하는 대통령제의 역할은 이제 끝났다. 선진국 가운데 내각제를 채택하지 않은 국가는 미국과 프랑스뿐이다. 미국은 주정부의 자율성이 높은 연방제 기반 위에 존재하는 대통령제이다. 프랑스는 분권형 대통령의 이원집정부제로 대통령과 총리 간 권한의 헌법상 경계가 모호하여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대안으로 제기되는 오스트리아 이원집정부제는 사실상 의원내각제이다. 우리도 불평등을 개선하는데 유리하고 다당체제에서 타협과 통합의 정치를 해나갈 수 있는 선진국형 정치체제인 의원내각제로 바꿔야 한다.

의원내각제에서는 권력이 개인에게 집중되지 않고, 내각이 집단적으로 책임을 진다. 장관을 수상이 마음대로 선임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 중에서 선임한다. 내각 수립 후 무능이나 부정부패로 국가운영이 어려울 경우 의회가 불신임으로 쉽게 바꿀 수가 있다. 의회와 정부가 융합되어 있어 정부가 정책 수립과 추진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여러 정당간의 연정을 통한 내각 구성이 일반적이다.

제2공화국에서 의원내각제가 시행되었지만 시행기간이 짧아 적절한지 평가하기 힘들다. 의원내각제는 그동안 지역을 거점으로 한 정치보스들의 담합 집권을 뒷받침한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이 높았다. 그러나 이제 보스정치도 종식되었다. 제왕적 대통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넓다. 지금의 정치·사회·시민사회의 조건이라면 의원내각제로 전환해 극단적 대립을 극복하고 소수 세력의 목소리 반영을 통해 불평등과 차별을 줄이는 정치를 할 수 있다.

 

장상환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장상환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 이 기사는 [경남도민일보]에 게재된 것을 보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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