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의한 공급 애로,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3월 유엔식량농업기구가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2014-2016=100)가 159.3으로 상승했다. 1년 전에 비해 33.6%나 뛰었다. 곡물가격지수는 170.1, 유지류가격지수는 248.6으로 올랐다.

세계 식량 가격이 치솟은 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이다. 두 나라가 전 세계 밀 공급량의 30%, 옥수수의 20%, 해바라기씨유의 80%를 담당했는데 전쟁이 나면서 우크라이나 수출용 곡물 3,000만 톤이 묶였고, 러시아는 서방의 경제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비우호국에 대한 곡물 수출을 중단했다.

최근 몇달 새 식량 수출 통제에 나선 나라만 해도 30여개국에 달한다. 수출 제한 품목도 늘어나고 있다. 밀·콩·옥수수·보리·귀리 등에 이어 지난달 28일 인도네시아가 팜유 수출 중단을 선언하면서 식물성 유지류 가격마저 치솟고 있다. 인도도 13일 식량안보를 내세워 밀 수출을 전격 금지했다.

국제 곡물 가격 급등으로 농산물 수입물가는 2월 전년 동기 대비 36.6% 올랐고 3월에도 34% 올랐다. 생활물가지수는 4월에 5.7%, 외식 물가는 6.6%나 올랐다. 식용유 가격은 2배로 뛰었고 대형유통업체들은 업소용 식용유 사재기를 막기 위해 1인당 판매량을 제한하고 있다. 소비지출 가운데 식품비 비중을 뜻하는 ‘엥겔지수’는 2021년 12.9%로 21년만에 최대치로 치솟았다.

장상환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장상환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곡물자급률 27%로 높일 수 있어

세계식량위기는 우리의 식량안보 위기를 부른다. 2020년 식량자급률은 45.8%, 사료를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0.2%이다. 곡물 자급률로 봤을 때 쌀은 92.8%지만, 밀은 0.5%, 콩은 7.5%, 옥수수는 0.7%에 불과하다. 곡물 수급에 대해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지 않은 것은 92.8%의 높은 쌀 자급률로 인한 착시현상 때문이다.

그동안 농경지는 1990년 210만9천ha에서 2020년 156만5천ha로 30년 사이에 54만4천ha나 줄었고, 경지이용율(재배면적/농경지면적)은 1970년 142.1%에서 2020년 107%로 내려갔다. 1970, 1980년대까지 논에 벼와 보리·밀 이모작, 밭에 콩과 보리 이모작을 했는데 농산물 수입개방 이후 수지 악화로 식량작물 생산이 감소했다. 제2의 주식인 식용 밀 자급률은 2006년 0.3%에서 2007-08년 식량위기 직후 2011년 1.9%로 반짝 올랐다가 2020년 0.8%로 내려갔다.

식량안보의 핵심은 국내 곡물 자급 기반을 넓히고 수입 안정화를 이루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곡물자급률을 21.8%에서 올해까지 27.3%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지만 2020년 20.2%로 되레 후퇴했다. 곡물자급률을 높이려면 수요가 많은 밀·콩 생산 확대가 중요하다. 농경지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고, 논·밭을 이용한 식량작물 이모작을 늘리는 등 경지이용율을 1970년 수준인 140%로 올리면 곡물자급률을 현재의 20.2%에서 27% 수준으로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열쇠는 소비가 크게 늘어난 밀 자급률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다. 정부는 2020년 ‘밀산업 육성 기본계획’에서 밀 자급률을 2025년 5%, 2030년까지 10%로 높일 것이라고 발표했고, 새 정부도 밀 자급률 목표를 2027년 7%로 설정했다. 문제는 수입산과의 가격 경쟁력 격차로 농가가 밀 재배를 꺼린다는 점이다. 국산 밀은 민간 자율 수매로, 수입 밀보다 가격이 2.1~3.7배나 높다. 농가로서는 면적당 소출량이 적고 가격 경쟁력이 낮은 밀을 재배할 경제적 유인이 없다.

밀 재배농가의 소득 보장해야

정부가 국내외 가격 차이를 메워 밀 재배농가의 소득을 보장해줘야 한다. 일본의 경우 재정을 투입해 밀 자급률을 3%에서 2019년 17%로까지 끌어올렸다. 비결은 수입 밀과 경쟁할 수 있도록 가격·품질 경쟁력을 정부가 끌어올려 준 데 있다. 농가수취가격의 30%는 민간유통 입찰가, 나머지 70%는 밀 산업진흥을 위한 보조금이다. 일본 정부는 2000년부터 밀 생산에만 연간 1조4000억원을 투입했다. 자금의 일부는 국영무역으로 외국산 밀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마련한다. 국영무역으로 수입한 밀을 판매할 때 정부관리비·국내산 밀 생산진흥대책 비용 등을 추가해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품질 면에서도 일본 정부는 수입산에 견줄만한 면용·빵용 일본산 밀을 개발하여 보급했고, 업체는 수입밀과 일본산 밀을 섞어서 사용한다.

해외농업개발의 한계

2007-08년 세계식량위기를 계기로 이명박정부 때부터 식량안보 대안으로 추진해온 해외농업개발은 한계가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해외농업자원개발을 신고한 기업 206곳 중 실제 경영을 한 곳은 75곳뿐이고, 이들이 반입한 곡물량은 2021년 63만 톤으로 전체 수입량의 3.8%에 불과했다. 개발지역의 취약한 농업 인프라와 인력 확보난 등 경영조건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생산하더라도 진출국이 농산물 수출제한 조치를 내리면 국내 반입이 어렵다.

식량안보의 요체는 농지를 지키고,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것이다. 정부는 식량안보를 국가안보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식량자급률을 산정할 때 적정 농지면적을 명시하고, 식량안보 전담부서도 설립할 필요가 있다.

 

* 이 기사는 [경남도민일보]에 게재된 것을 보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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