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일대에서 ‘9·24 기후정의행진’이 열렸다. 3만5천명 참가자들은 '924 기후정의선언문'을 통해 ‘화석연료와 생명 파괴 체제 종식’, ‘모든 불평등 해결’,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의 목소리 우선 반영’ 등을 핵심 요구로 제시했다. 참가자들은 부자가 야기한 위험이 가난한 이들을 기후위기의 고통으로 몰아넣는 불평등을 지적하면서, “이윤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가 기후위기의 원인이고 현재"라고 주장했다.

지금은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앙 수준이다. 동식물 및 해양 생물의 멸종, 저지대국가들의 침수 등이 가속되는 가운데 올해는 살인적인 폭염과 가뭄, 대형 산불, 기록적인 폭우와 강력한 태풍 등 이상기후 현상이 잇달았다. 유럽은 500년 만의 최악의 가뭄에 시달렸고 미국 서부 토양은 1200년 동안에 가장 메말랐다. 중국은 양쯔강 수위가 기록적으로 낮아져 동정호가 바닥을 드러냈다. 파키스탄은 폭우와 빙하호수 범람으로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는 대홍수를 당했다.

기후재앙은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2021년 지구 온도는 20세기 평균보다 0.84도 높고, 산업혁명 이전 대비 1.11℃ 올랐다. 마지노선인 1.5℃를 위협 중이다. 10년마다 약 0.2℃ 올라가는 중으로 그냥 두면 2040년에 임계점(티핑 포인트)에 도달한다. 우리나라 기온 상승폭은 전 세계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빠르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100년간(1912~2017년) 우리나라 6대 도시 평균기온은 1.8℃ 상승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1.5℃ 지구 온난화 특별보고서’(2018년 10월 인천 송도에서 채택)에 의하면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대비 1.5℃ 이하로 억제하려면 2020년부터 전 세계 탄소 배출 상승 추세를 감소세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2030년 인위적 이산화탄소 순 배출량은 2010년 대비 최소 45% 감축해야 하며 2050년에 탄소중립을 이루어야 한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세계기상기구가 유엔환경계획 등과 함께 분석해 지난달 13일 공개한 보고서는 ‘세계가 기후변화와 관련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0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코로나19에 따른 봉쇄와 여행 제한 등으로 2019년에 비해 약 5.4% 감소했지만, 올해 1∼5월에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다시 1.2% 늘었다. 공격적인 기후변화 대응 조처가 없다면 21세기 말에는 지구 온도가 2.8℃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도 증가 추세다.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에 따르면, 2019년 5월 414.7ppm에서 2020년 5월 417.31ppm, 2021년 5월 419.13ppm으로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산업화 이전 농도 278ppm에 비해 약 50% 높은 수치다. 한국은 안면도 기준으로 2019년 417.9ppm에서 2021년 423.1ppm으로 세계보다 높다.

각국은 탄소배출저감 이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불충분하다. ‘기후행동추적’(CAT)은 세계 2대 탄소 오염국인 중국과 미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의 정책과 조치를 ‘매우 부족하고’, 러시아와 한국의 정책을 ‘매우 불충분하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2030년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를 2018년 대비 기존 26.3%에서 40%로 상향했지만 총배출량을 공통기준으로 하면 30%에 불과하다. 윤석열 정부는 8월말 2030년 공급에너지 구성에서 원전 비중을 23.9%에서 32.8%로 8.9%포인트 늘리고, 신재생 비중은 30%에서 21.5%로 8.7% 줄인 새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하여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낮춰 지구온난화를 멈추려면 온실가스의 대부분을 배출하는 에너지분야에서 화석연료 기반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인구와 소비증가에 필요한 수요를 모두 감당할 수 없다. 세계 모든 사람들이 미국식 생활 수준을 누리려면 지구 6개가 필요하다고 한다.

근본적으로는 무제한의 생산과 소비에 기반한 경제성장으로 돌아가는 자본주의 경제사회구조를 넘어서야 한다. 경제성장은 자본주의에서 사활적이다. 불평등 속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해 불만을 줄이기 위해서는 경제성장을 해야 한다. 기업이 이윤을 늘리고 축적해나가기 위해서도 경제성장이 필요하다. 기후재앙을 피하려면 성장주의와 단절하고 행복의 의미를 ‘연대적인 사회에서의 검소한 풍요’로 다시 정의해야 한다. 계급 간, 선후진국 간 정의로운 분배를 하면 경제성장 없이도 풍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장상환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장상환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자본주의는 끝없는 소비 확대를 기반으로 한다. 예컨대 의류 소비의 경우 패스트패션 발달로 매년 1000억벌의 의류가 생산되는데 5벌의 의류가 생산될 때마다 3벌에 해당하는 옷이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이로 인한 전 세계 연간 손실액이 1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자원 고갈과 에너지 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소비 자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기업이 상품 가격 인하와 광고 등으로 개인의 과잉 소비를 부추긴다. 기업의 이윤추구행위를 제한하지 않고서는 무제한 생산과 소비를 막을 수 없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는 기업경영의 목표와 행태가 이윤추구 일색에서 지속가능성, 정의로운 전환으로 바뀌어야 한다. ESG경영을 한다지만 상당수는 이미지 개선을 위한 시늉일 뿐이다. 기업의 지배구조가 주주만이 아니라 노동자,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의 경영참가로 바뀌어야 경영행태도 바뀔 수 있다. 보육, 교육, 의료, 요양 등 필수 사회서비스를 ‘탈상품화’하고 나아가 허구적 상품인 노동, 토지, 화폐도 ‘탈상품화’해야 할 것이다. 탈성장의 생태사회주의 체제로 전환만이 기후재앙의 탈출구다.

* 이 기사는 [경남도민일보]에 게재된 것을 보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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