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라는 표현과 '불고기'나 '비빔밥' 같은 음식이름에 불편함을 느끼거나 이상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너무나 일상적인 것들이기에 독특함이나 이상함을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이다.

음식, 식품, 식량을 의미하는 순우리말에는 '먹거리' 또는 '먹을거리'가 있다. 나는 습관적으로 ‘먹거리’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짧고 간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먹을거리’가 올바른 표현이라고 한다. 폐친 가운데 한 분은 "이오덕 선생이 살아계실 때 여러 번 제기하신, '잘못 쓰이고 있는 우리말'의 대표적인 용례로 언급하신 게 '먹거리'였다."는 친절한 댓글을 달아주셨다. '먹을거리'가 문법에 맞는 표현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신문기사나 책 제목에서 '먹거리' 라는 표현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먹거리의 역사>, <먹거리, 지구화 그리고 지속가능성>, <먹거리 X파일>, <먹거리 반란>, <풍성한 먹거리 비정한 식탁> 등.

음식 관련 책을 보면 음식의 유래뿐만 아니라 음식 이름에 대해서도 재미있게, 세세하게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음식의 유래에는 식재료 생산지의 강수량, 기온 등 자연적 조건과 소비 대중 또는 소비 지역의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상황이라는 인문적 조건이 중요하다. 

반면 음식의 이름은 식재료, 요리 방법, 요리 도구, 먹는 방법, 유래 지역 등에 따라 만들어진다. 얼마 전 '불고기'라는 음식 이름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어느 맛칼럼니스트가 주장한 적이 있었다. 계란찜, 생선구이, 닭백숙, 김치찌개, 갈비찜, 떡볶이 같이 식재료와 요리방법을 더하는 것이 우리 음식의 일반적 작명법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불고기는 요리방법(불), 식재료(고기)의 순서로 일반적 작명법과 반대이므로 우리 고유의 음식과 우리 고유의 음식명이 아닐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급기야 일제 강점기에 일본의 '야키니쿠(燒肉)'가 전파되어 현재의 불고기가 되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불고기의 유래가 그렇다고 해서 큰 문제될 것은 없다. 짜장면이나 짬뽕, 돈까스 등 많은 음식이 중국, 일본 등 외국에서 유래돼 우리 음식이 되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 누구에게는 추억의 음식이 되었고 이제는 어엿한 한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돼지고기 수육'이라 하면 식재료와 삶아 익혔다(熟肉)는 요리 방법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처럼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생선 등 무슨 식재료인지가 제시되고 굽는지, 찌는지, 삶는지 요리 방법이 뒤따르는 것이 우리 음식의 일반적 작명법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볶음밥, 군만두, 찐빵과 같이 요리 방법이 먼저이고 식재료가 나중인 경우도 제법 있다. 그리고 '보신탕'이나 '영양탕' 같은 황당한 경우도 있다. 이처럼 우리 음식 이름 짓기에 확실하게 정해진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황규민 약사
황규민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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