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비용’은 지출해서 회수할 수 없게 된 비용을 말한다. 이 개념에서 확장된 ‘매몰비용의 오류’는 이미 실패한 또는 실패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에 시간, 노력, 돈 따위를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일을 의미한다. 어떤 일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지 않고 지속함으로써 누적되는 피해, 파생되는 피해를 계속 감수하는 어리석음을 지적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누가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하랴’ 싶지만 의외로 현실세계에서 이런 현상은 자주 목도된다. 흔한 예로 도박꾼들을 들 수 있다. 그들은 본전생각 때문에 도박판을 떠나지 못하고 가산을 모조리 탕진할 때까지 도박에 빠져 산다. 미국의 아프간전쟁도 이런 예에 속한다. 희생된 군인, 쏟아 부은 자원, 잘못을 인정함으로써 져야하는 정치적 부담감 때문에 20여 년을 지속해온 득 없는 전쟁이었다. 결국 손을 털기는 했으되 그 후과는 실로 어마어마해졌다.

지금 우리는 이런 매몰비용의 오류에 빠져있지는 않은지, 과연 거대하게 드리운 먹구름처럼 부유하고 있는 증명되지 않은 새로운 믿음은 없는지? 늘 새롭게 의심하고 회의하는 것만이 이런 퇴행적 행위로 인한 파괴적인 후과를 입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다. 회의할 때 반드시 짚어보아야 할 두 가지가 해당 사업의 비용과 목적이다. 그에 따라 우리의 방법이 매몰비용의 오류에 빠졌는지 그렇지 않은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금 이런 관점으로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년여 팬데믹 기간. 우리 방역정책은 이미 매몰비용의 오류에 빠져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것으로 의심해봄직한 신호들이 바로 감염의 지속적인 확산과 2차, 3차, N차 백신접종의 이야기들이고 돌파감염, 백신 부작용, 공급계약과 백신성분의 비공개, 끊임없는 변이의 발견 따위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신으로 완전한 방역을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완고하다.

우선, 지금의 방역정책 속에 우리가 치르고 있는 비용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봐야겠다. 코로나 백신의 안정성 논란은 접종초기부터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소모적인 논쟁은 성분 비공개 꼼수 속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다. 백신패스는 방역이 먼저냐, 신체의 자유라는 민주적 가치가 먼저냐는 새로운 논쟁까지 불러일으켰다. 국민들의 희생은 말해 무엇 하랴. 이 모든 정책에는 천문학적인 혈세가 들어간다. 무엇보다 생명. 질본(질병관리청)이 인과성을 인정하진 않고 있지만 백신접종 후 돌연 사망한 사람이 세 자리수를 훌쩍 넘어섰다. 한번 꺼진 생명은 되돌릴 수가 없다.

코로나 방역에 이만한 비용, 희생을 치르는 게 정당할까? 목적을 상기해 보아야 한다. 방역의 주목적은 결국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주로 고령층, 기저질환자에게 치명적이다. 50대 이하, 건강한 사람에게는 무증상으로 지나가거나 가벼운 증상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감기질환들의 주요 특징이다. 전수검사에 가까운 코로나 검사, 강압적인 전국민 예방접종이 과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지점이다. 백신의 부작용도 부작용이지만, 본래의 목적에 집중하자면 치명적인 계층, 위중증 환자에 집중하는 게 맞다. 그러면 수많은 사회적, 인적, 물적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박훈호 자유기고가
박훈호 자유기고가

그래도 백신방역이 집단에 가져다줄 이익이 크다고 간주해 본다. 그렇다면 그런 집단을 위한 희생 앞에 그만한 대가가 있어야 한다. 적어도 백신부작용으로 보이는 피해를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보상할 필요가 있다. 통상적 임상실험도 거치지 않은 데다 mRNA라는 인간에게 적용된 적이 없는 신기술로 만든 백신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과성 인정에 보이는 이 정부의 야박한 태도는 광범위한 백신접종을 강압하는 정책과 선명히 상반된다.

방역을 빙자한 민주적 제권리의 제한도 값비싼 비용 중 하나다. 각종 집회의 자유를 탄압하는가 하면, 미접종자는 도서관 등의 공공재를 이용하는 것조차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정치방역이라거나 코로나 독재라는 따위의 자극적 표현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런 틈에 접종자와 미접종자는 서로 갈라져 가타부타 논쟁 중이다.

그 와중에도 확진자는 계속 늘어만 가고 있다. 이렇게 효과는 미미한데 사회적, 인적, 물적 비용이 막대해질 때 우리는 매몰비용의 오류에 빠진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 이런 오류에 빠졌다고 의심될 때 최선의 대책은 당장 멈춤이다. 방역방법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가도 늦지 않다는 말이다.

만약 과학이 아닌 정치적 판단과 목적으로 이런 오류를 무시 혹은 방기했다고 판명된다면 용서받기 힘들다. 치러야 할 비용도 비용이지만 무엇보다도 생명과 관련된 정책이기 때문이다. 방역의 진짜 목표는 사람을 살리는 것이지 단순히 코로나바이러스의 퇴치가 아니다. 목표를 명확히 하고 인적, 물적, 사회적 비용의 적절성을 재고할 때다. 잠시 멈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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