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에 인격이 있다면, 그리고 그 인격의 의식, 양심, 감정을 상상해본다면

학령인구 감소를 앞둔 국가가 “대학정원을 줄이지 않으면 재정지원을 끊겠다”고 발표할 때 마땅히 얼굴이 화끈거리고 부끄럽고, 국민을 볼 면목이 없을 것 같다.

교육은 백년의 큰 계획이건만, 계획을 수립하고 그 계획을 설득하고 스스로 시행하려는 노력 없이 모든 책임과 부담을 각 대학에게 넘기고 채찍 들 생각밖에 하지 못하다니 정말 안타깝고 마음이 무겁다.

이러한 상황에 놓인 대학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되겠는가. 각 학과는 1-2년간의 충원율에 일희일비 할 것이고 과별로 정원이 줄거나 늘고 학과가 통폐합되고 어떤 학과는 없어지고 어떤 학과는 생겨날 것이다.

이러한 진행에 어떠한 장기적인 숙고가 있을 리가 없다. 눈앞에 닥친 지표 앞에서 강제로 정리되고, 빠르게 변하는 사회를 대면하면서 새로운 학과가 급하게 만들어질 것이 뻔하지 않은가.

그렇게 급히 만들어지는 학과를 담당할 교수가 당장에 없고 결국 하던 강의를 이름만 다른 학과에서 똑같이 하지 않겠는가. 그러다가 그 트렌드가 지나가버려서 더 이상 충원이 안 되면 새롭게 만든 그 학과를 어쩔 것인가.

인문학 기초과학 예술 등의 비인기학과가 정리된 후 10년 정도 지났다고 해보자. 그때 가서 그 기초적인 학문이 미비하여 더 이상 응용학문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면 어쩔 것인가.

대학은 현재 온통 이러한 아수라장이다. 대학에 지성이 없고 모든 과정은 돈이 지배하고 있다.

이러저러한 고민이 민간에서 싹트고, 이러저러한 아이디어가 제안된다면 제발 국가는 이러한 국민의 생각에 귀 기울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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