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근종]
[사진=유근종]

2022년 새해가 왔다. 동지도 지났으니 해는 하루하루 길어질 테지만 매서운 추위가 여전히 몸을 움츠러들게 한다. 새해가 되면 저마다 새로운 다짐을 하듯 새해 첫 음악으로 무엇이 좋을까 한참을 고민했다. “인간의 목소리(Les Voix Humaines)”라는 음반을 골랐다.

사람들은 인간의 목소리와 비슷한 악기를 얘기할 때 “첼로”소리를 가장 먼저 꼽는다. 어떤 이는 첼로보다 약간 음역이 높은 비올라를, 또 어떤 이는 아예 관악기인 클라리넷을 들기도 한다. 하지만 첼로 소리를 좋아하는 분들이 가장 많은 것 같다.

추천한 음반에는 첼로가 아닌 “비올라 다 감바(Viola da gamba)”라는 악기로 연주한 음악들이 담겼다. 비올라 다 감바는 첼로 정도의 크기인데 소리는 좀 더 고풍스럽고 현은 6개 또는 7개 정도다.

비올라 다 감바라는 악기가 대중에게 그나마 알려진 계기는 프랑스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을 통해서였을 것이다. 영화는 17세기 중반의 비올라 다 감바 명인인 생뜨 꼴롱브(Sainte-Colombe)와 제자 마랭 마래(Marin Marais)를 둘러싼 내용이다. 영화 전체에 비올라 다 감바를 연주한 음악이 사용됐다.

비올라 다 감바란 악기는 현대 첼로가 발달함에 따라 점차 사라졌다. 옛 시대엔 연주홀이 작았으니 소규모 연주회에선 충분히 소리를 낼 수 있었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연주장이 커지면서 쇠퇴한 셈이다. 하지만 요즘은 시대악기 연주단체들이 많이 생겨 오히려 어떨 땐 예전보다 더 인기가 있다 싶을 정도다.

첼로는 ‘엔드 핀’이라는 장치를 사용해 악기를 바닥에 고정시키고 연주하지만 비올라 다 감바에는 이러한 장치가 없다. 악기를 무릎에 끼워서 연주하는 방식이다. 소리 또한 얼핏 들으면 첼로와 비슷하다고도 하겠지만 소리가 흐느끼는 듯 애원하는 듯 울림 또한 다르다.

추천한 음반의 두 번째 수록곡인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중 “알르망드”만 들어도 느낄 수 있다. 7번 트랙엔 이 음반의 타이틀이기도 한 마랭 마래의 “인간의 목소리”가 수록되어 있다.

이 음반의 연주자 조르디 사발(Jordi Savall)은 앞서 말한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에서 음악을 담당했는데 현 시대 가장 뛰어난 스페인 까딸루냐 출신의 비올라 다 감바 연주자이다.음반 회사 ALIA VOX를 설립해 잊혀진 고 음악들을 계속 발굴해 내고 있으며 작곡가들의 시대에 맞게 연주하며 음반을 내고 있다. 최근에는 악성 베토벤의 교향곡 전집을 완성했다.

조르디 사발은 음악 가족이다. 그의 아내는 고색창연한 목소리를 내는 소프라노였지만 안타깝게 일찍 세상을 떠났고 딸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게다가 하프 연주도 겸하고 있는데 언젠가는 조르디 사발의 딸 아리안나 사발의 음반도 소개할까 한다.

기나긴 겨울밤, 비올라 다 감바의 따뜻하며 애절한 소리를 들어보시기 바란다. 추운 겨울 옛 시대의 악기 소리를 들으며 한 해 계획을 세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음악 하나로 중세로의 여행을 떠나는 것, 이 겨울에 해볼 만한 뜻 깊은 여행이 되리라 생각한다.

Jordi Savall. Les voix humaines

https://www.youtube.com/watch?v=ylpOO-7cyt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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