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경 시인
천지경 시인

장날 / 천지경


목을 무릎 사이에 끼운
시금치 파는 노파
네댓 단인가 남아있다
시장 한 바퀴 돌고 그 자리 오니
얼굴도 얼고 손도 얼고 다라이도 얼고 
삼천 원이던 시금치가 이천 원이란다
막차 시간 다 됐소 떨이 좀 해주소
어제 산 시금치 집에 그대로 있는데
난전 장사하던 엄마 눈을 닮은 노파
지갑 여는 내 옆에 서는 중년 여성 한 분
아이고 애가 타네요 나도 한단 줘 보세요
그녀와 나는 새파랗게 얼은 엄마를
한단 씩 안고 마주 보며 웃었다
이제 가볍게 막차 타시겠구나
파장 직전의 장날이었다

 

***** 한파가 시작되어 몹시 춥다. 난전에는 추워서 검붉어진 얼굴의 노파들이 드문드문 앉아 호객을 외친다. 겨울 시금치는 노지에서 자라 달큼하니 맛이 있다. 거칠고 강하게 살은 내 어머니를 닮은 겨울 시금치를 나도 좋아한다. 생전의 어머니도 시금치를 좋아하셨다. 유모차 끌고 시장에 다녀오신 어머니의 집에는 시금치가 대여섯 군데 널부러져 있었다. 치매 끼 때문에 산 것을 모르고 또 사고 또 사고 하시던 어머니에게 신경질을 부리곤 했다. 시금치만 보면 요즘은 어머니 생각에 눈물이 핑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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