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경 시인
천지경 시인

가끔 반려견 데리고

남강 둔치 산책 나오시는 임씨 할배

오늘은 혼자시다

"명랑이는 예?"

"보름전 하늘나라 갔어"

"에구! 우짜노"

"괜찮어 할멈도 먼저 보내고 잘 살고 있는데 뭐“

임씨 할배 회색빛 눈에 잠깐 서리는 물빛

봄기운 흐르는 깊고 푸른 강변으로

쌍쌍이, 혹은 동무끼리 간간이 지나간다

남강물 여전히 쉼 없이 흘러가고

너도 나도 건강 산책한다고 바쁜 세상

어느 누구도 임씨 할배한테 관심 없고

어깨 처진 할배 뒷모습 저녁 내내 걸린다

 

***** 저녁 무렵 가끔 남강 둔치로 산책을 나간다. 산책이라기 보다는 건강 운동이다. 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다. 더러 걸음을 잘 걷지 못하는 할머니를 데리고 나와 운동시키는 할아버지도 있고, 혼자 팔다리를 크게 흔들며 지나가는 사람도 있다. 임씨 할배처럼 반려견 데리고 나오는 사람도 있는데, 가끔 보이지 않을 때는 뭔가 불길한 느낌이 온다. 요양원 가신 분도 계시고 교통사고로 가신 분도 있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세상이라 이 모든 일을 예사로 여기고 살아가야 하지만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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