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먹는 날       

입안이 까끌까끌 거칠고
밥이 물리는 날은
국수를 삶습니다
양파 땡초 마늘 홍합을 다져 넣고
진한 멸치 육수를 만들어
호박, 숙주, 부추를 족두리처럼 올리고
깨소금, 계란, 고춧가루를 고명으로 얹으면
새색시같이 음전한 국수가 됩니다

십여 명 모인 지인들과 국수를 먹습니다
고달픈 일상사를 주거니 받거니
뽀득뽀득 씻겨서 
후루룩 찹찹 후루룩 찹찹
술술 넘어가는 국수 면발처럼
꽉 막힌 그이 사업도 매끄럽게 풀렸으면
제수씨 국수가 세상서 제일 맛있다는 칭찬에
어깨 각이 빳빳이 서고
갈수록 배가 빵빵 불러오는
세상 부러울 거 없는 날입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자영업자들이 픽픽 쓰러지고 있다. 서너 상가 건너  임대가 붙어있다. 국수집이 많이 생겼지만 이내 문을 닫는다. 가장 적은 자본으로 가장 적은 노동으로 할 수 있는 직업이 국수 장사 같지만 맛내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 내가 국수 장사해도 금방 망할 것 같다. 비싸고 좋은 재료 써서 맛을 내야 성공이 보장되는데 늘 적자에 허덕일 것 같다. 국수집 시작한 사람들과 모든 자영업자들의 건투를 빈다.

 

천지경 시인
천지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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