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동행   

             천지경

몇 집 건너 사는 동네 아지매와 
걷는 방향이 같은 날
팔십이 다 된 그녀와
육십을 앞둔 내가
도란도란 나란히 길을 간다
"새악시 참 얼굴도 곱소" 
눈이 어두우셔서 낼 모레 육십인 나를
이쁘다 이쁘다 하신다
0자 다리로 어거정어거정 걷는 그녀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에
하루하루가 견디기 힘들다 한다
같이 가는 십여 분의 시간 동안
일생의 고달픔을 풀어 놓으시며
당신처럼 되지 말고
몸 아껴가며 살라고 말한다

이윽고 목적지 도달
그녀는 한방병원으로
나는 장례식장 조리실로

또 하루를 견디러 간다

***** 이웃들과 별 인사도 없이 지낸다. 직장에 매인 탓도 있지만 내성적인 내 성격 탓도 있다. 가끔 목례만 하던 이웃 아주머니와 우연히 같은 길을 걷게 되었는데,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걸었더니, 목적지에 닿았을 때는 한결 가까운 사이처럼 느껴졌다. 세상이 삭막한 탓인지, 벽이 생겨버린 이웃들이 많다. 앞집 뒷집 옆집을 좀 돌아보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천지경 시인
천지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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