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꽃 바람에 날리고 / 도경회
이 세상에 여자 서러분 기 뭐시냐 하면
내 몬사는 거 친정 몬사는 거 시집간 딸년 몬사는기라
막내딸 병구완 오신 외할머니
허리 기역자로 굽은 외할머니
하얀 먼지 길 신작로 따라
저 위뜸 외율까지 갔다가 십리 길 되돌아오셨다
저만치 물러서는 끝물의 저녁 빛 비스듬히 끌고
지팡이를 또닥거리며 찾아오셨다
하나둘 꽃스런 등불 켜지고
서러움도 그만그만해질 때까지
봄마루에 앉아
아득히 휘어지며 장독대에 수북수북 날리는 꽃잎
살구꽃잎 바라보시다가
***** 이제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외할머니가, 어머니가 생각나는 시다. 못 사는 딸이 안타까워 친정집에 들른 딸을 뭔가 하나 더 들려서 보내려고 애쓰시던 어머니가 생각난다. 지난 11월 14일 어머니는 하늘 궁전으로 거처를 옮기셨다. 살구 꽃이 지는 모습과 자신의 못 사는 모습이 비슷하다 느껴져 더 서러웠을 어머니, 나 또한 못 사는 딸이었으니 그 마음이 오죽 아프셨을까?...어머니가 많이 보고 싶다.
관련기사
천지경 시인
webmaster@dand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