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들을 때 제목이 주는 강력한 이미지는 자꾸 듣게 만드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시월이 지났지만 시월이 되면 음악방송에선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가 한 달 동안 계속 울려나온다. 듣다보면 하루에 몇 번이나 이 곡을 만나게 될 때도 있다.이제 11월도 반을 넘었다. 11월이 되면 제목 때문에 듣고 싶은 음악이 있다. 조피아 보로시의 "11월의 어느 날“헝가리 출신의 기타리스트 조피아 보로시가 연주하는 기타 소품집 음반이다. 음반에 수록된 곡의 제목만으로도 후회하지 않을 음반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난 이 음반을 몇
술자리에서 1차 때 주문하는 안주는 아니다. 2차나 3차 때 주문하는 안주다. 배는 부르고 그냥 가기는 서운하고. ‘투다리’나 저렴한 일식 스타일 주점에서 소주나 맥주, 사케 모두와 나름 어울리는 안주, 은행꼬치 이야기다. 은행은 구워 먹어야지 생으로 먹으면 죽을 수도 있다. 은행씨에는 ‘아미그달린’이라는 ‘청산'’성분이 있어 분해되면 맹독성 물질이 된다. 얼마나 독성이 강한지는 ‘청산가리’를 생각하면 된다. 청산은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억제하여, 질식사 시키는 맹독성 물질이다. 예전에는 은행이나 살구씨에 있는 아미그달린 성분을 희석
상가건물임대차와 관련하여 임대인과 임차인 간에 종종 발생하는 분쟁이 권리금이다. 권리금이란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건물에서 영업을 하는 자 또는 영업을 하려는 자가 영업시설, 비품,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상가건물의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 유형․무형의 재산적 가치 양도 또는 이용대가로서 임대인, 임차인에게 보증금과 차임 이외에 지급하는 금전적 대가를 말하는데, 2015년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면서 권리금 규정이 신설되기 전까지는 사실 권리금은 일종의 관행이었지 법적 제도라고 볼 수 없었다. 따라서 임차인이 권리금
1. 1987년 유월민주항쟁- 33년 만에 표지석 세우다!지난 11월 10일(화) 14시, 국립경상대학교 가좌캠퍼스 민주광장에서 가 열렸다. (사)경남유월민주항쟁정신계승시민연대(진주 소재, 이하 ‘유월시민연대’)가 주최하고 경상남도, 국립경상대학교, 전국민주화운동동지회 등이 후원했다. 지난 6월 17일 열릴 예정이던 유월민주항쟁기념비 제막식행사가 연기된 것이다. 신영복 글씨로 표지석 정면에는 ‘민주주의/ 유월항쟁/ 기념’, 측면에는 '탁 치니 억하고/ 쓰러졌다는/ 6월은 뜨겁고/
메갈리아(Megalia)는 한국의 커뮤니티 사이트 이름이다. 여성혐오를 남성에게 그대로 반사하여 적용하는 ‘미러링’을 사회운동 전략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혐오에 혐오로 맞선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메갈리아’라는 이름은 디시인사이드 소속 ‘메르스 갤러리’ 여성 이용자들을 노르웨이 여성주의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에 빗댄 표현이다. 홍콩에서 메르스 증상을 보인 한국인 여성 2명의 격리 조치 거부 뉴스를 놓고 메르스 갤러리에서 맞붙은 ‘김치녀 ’, ‘김치남’ 논쟁에서 유래한다. 이를 두고 여성혐오에 네거티브 방식으로 대응해 여성혐오를
가을걷이가 일찍 끝났습니다. 가을비는 떡비, 봄비는 일비라고, 가을비가 내리면 모든 일을 멈추고 떡을 해 먹으며 쉰다는데, 세 차례의 연이은 태풍 이후에 한 방울의 비도 내리지 않은 통에 단 한 차례의 휴일도 없이 일하게 돼 가을일이 일찍 끝나게 된 것입니다.일이 일찍 끝나서 좋기는 하나, 월동작물이 또 걱정입니다. 가을에 작물을 좀 키워놓아야 뿌리가 튼실해져 겨울에 동해를 덜 입게 되는데, 한 달 넘도록 비가 안 내리니 올 겨울은 또 어떻게 넘길지 걱정입니다. 걱정, 걱정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또 양면성이 있습니다. 걱정이
또 시체 1구가 들어왔다시내버스 교통사고란다눈 맑은 초등생이 따라왔다그렁그렁 강아지 눈을 하고얼음땡처럼 굳어버린 아이동행한 경찰이 남편인 듯한사내에게 물었다왜 자기 내릴 곳을 지나그 먼데서 무단횡단하다변을 당했을까요? 그 남자 역시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고개를 가로저었다죽은 이의 언니가 말한 것이타당하다는 결론이 났다식당 일을 끝낸 늦은 귀갓길피곤함에 졸다가자기 내릴 곳을 지나쳐엉겁결에 다시 건너다사고를 당한 것 같다고아이의 글썽글썽한 눈빛십 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 장례식장에 근무하면 갖가지 죽음의 사연을 본의 아니게 듣게
Music “기타 혁신가가 선언한 90년대의 소리”지난 10월 6일,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한 명이 세상을 떠났다. 그는 마이클 잭슨의 히트곡 ‘Beat It’에 무료로 기타 솔로를 제공한 사람이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을 열어젖힌 ‘Jump’의 작곡가이기도 하다. 그는 40년 가까이 전세계 일렉트릭 기타 키드들이 흠모한 ‘기타의 혁신가’였다. 바로 에디 밴 헤일런이다.에디는 형 알렉스 밴 헤일런(드럼)과 함께 밴 헤일런이라는 팀으로 1978년 공식 데뷔 했다. 밴 헤일런은 이들의 세 번째 밴드 이름으로 처음엔
自由(자유)! 너 永遠(영원)한 活火山(활화산)이여! 邪惡(사악)과 不義(불의)에 抗拒(항거)하여 압제의 사슬을 끊고 憤怒(분노)의 불길을 터뜨린 아! 1960년 4월 18일! 天地(천지)를 뒤흔든 正義(정의)의 喊聲(함성)을 새겨 그날의 噴火口(분화구) 여기에 돌을 새긴다. 조지훈 시인의 장엄한 시(詩)다. 고려대학교가 1960년 4월 18일을 영원히 기리기 위해 ‘4.18기념탑’에 새겨놓았다. 1960년 4월 18일, 고려대학교 학생들은 3.15부정선거를 저지른 불의하고 부도덕한 이승만 정권을 응징하기 위해 분연히 거리로 뛰쳐나
맛은 타고나고 학습되고 추억되는 것이다. 취향은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사회적 통념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이 살아온 개인적 경험과 사회문화적 환경이 만들어낸 기호를 좋다 나쁘다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맛도 그렇다. 누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타박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맛은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타고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대부분의 사람들은 오이를 먹지만 오이를 먹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오이의 특정 성분에 대해 심하게 쓴맛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의 DNA에는 오이에 쓴맛을 강하게 느끼게 하는 유전자가
예나 지금이나 영웅들의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다. 다소 황당한 내용이지만 영웅들이 떼로 나오는 영화, 어벤저스 시리즈의 ‘엔드 게임’이란 편이 역대 영화수입 1위의 자리를 갈아치운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참고로 2위가 아바타, 3위가 타이타닉이다. 이 영화들도 결은 다르지만 인간들의 어떤 영웅적인 행위가 주된 내용이다.이런 류의 이야기는 용기, 인간다움, 고결한 희생 따위의 사회가 권장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신파적인 내용들로 가득 차있다. 어벤저스 시리즈와 같은 영웅물에서 재미있는 점은 영웅들이 상대하는 빌런의(초인적인 힘
Music “보고 싶은 어머니, 먹고 싶은 고등어”김창완은 괴짜다. 1977년 12월, 동생들과 함께 결성한 ‘산울림’이라는 팀으로 대중 앞에 불쑥 나타난 그는 방방 뛰는 록과 잔잔한 포크는 물론 따뜻한 동요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전천후 뮤지션이다. 언젠가 한 통신사 TV광고에 삽입된 ‘어머니와 고등어’는 그런 괴짜 김창완이 통기타 한 대로 뚝딱 만들어낸 괴짜 노래였다.그리고 지난 10월 18일, 음악과 라디오DJ에 시(詩)와 연기까지 수준급으로 해내는 그가 모처럼 솔로 앨범을 발매했다. 앨범 제목은 ‘문(門)’. ‘시간의 문을
나는 삼식이 (새끼)다. 남자가 집에서 한 끼도 안 먹으면 '영식님', 한 끼만 먹으면 '일식씨', 세 끼를 다 먹으면 '삼식이 새끼'라고 불린다는 농담 같은 진담이 있다. 내가 삼식이가 된 것은, 20대 때 식당밥에 질린 탓일 것이다. 라면뿐일지라도 집에서 먹는 것을 좋아한다. 더 현실적인 이유는 집과 직장의 거리가 걸어서 5분일 정도로 가깝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에 집밥이 가능한 거리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삼식이 새끼'에 불만이 많은 아내를 위해 점심은 함께 사먹는 경우가 많고 저녁은 술 약속이 제법 있어 '일식씨'에 가까워지
지역공동체를 재생하고 활성화하려면 법이나 정책 이전에 더 중요한 게 있다.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우리나라는 공동체의 재생과 활성화를 촉발하거나 공동체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 견인할 만큼 사회적 자본이 충분하지 않다. 신뢰, 협동, 연대, 참여, 규범, 네트워크 같은 혁신적 동력과 창조적 에너지가 잘 보이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근현대사는 불우하고 불행한 반사회적 시대였다. 봉건 조선왕조, 일제 식민지배, 동족상잔의 전쟁, 군부독재, 지역감정 정치내전 등 유럽의 중세 같은 역사의 암
가을이 되면 음악이 더 듣고 싶어진다. 첼로 음악도 좋고 길지 않은 클래식 소품집도 좋다. 소품집이나 편집 음반들은 잘 듣지 않는 편이지만 그런 음반들 중 예외가 있다. 그 중 최고로 생각하는 것이 연주자 Sviatoslav Richter의 차이코프스키 리싸이틀(연주회) 음반이다. 이 음반은 러시아에서 샀는데 듣고 너무 좋아 보이는 족족 음반을 사고 말았다. 지인들에게, 그리고 음악 좋아하는 분들에게 선물하고 이제 내가 듣는 딱 하나만이 남았다.이 음반을 듣던 때 내가 아는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곡이라 하면 피아노협주곡 1번이 유일했
한국의 농촌도 농업 못지않게 병이 깊다. 지원정책은 많지만 성공사례는 많지 않다. “마을공동체사업을 도대체 왜, 무엇을 위해서 벌이는지”에 대한 방향성과 철학도 확실하지 않다. 법과 제도를 거론하기 전에, 개념과 패러다임부터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마을주민이 아닌 행정이나 외부 용역업자가 주인이자 수혜자처럼 행세하는 시행착오로 점철된 지난 20여 년 동안의 ‘토건식, 관광형 마을 만들기’라는 삽질, 뻘 짓부터 그만 두어야 한다. 이제 내부인(원주민, 귀농인, 출향인 등)의 생활과 생존,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사회적이고 생태적인 생
문도채 고향길 고샅길 여기저기그 사이에 늘어난 빈집들이 눈에 띈다옛날 같으면야 하인들이 미리 나와 있을 판에행여나 알고 나오셨을까?꼬리치고 앞장 선 강아지 한 마리없이대문 밖에 서 계시는 할아버지허리 굽혀 인사를 드리는데도입술도 달싹 않고 돌아서신 발걸음이 서글퍼진다그림자를 밟을세라 조심스레 뒤 따른다구리빛 팔뚝마냥 구부러진 지팡이그것도 이제는 푸접이 안 되는 듯비틀거리다가 우러른 하늘나 이미 아들도 손자도 잊은 지 오래인 걸무엇하러 왔느냐는 그 말씀 차마 못하시는아픔을 헤아리다가 울상이 된다길이 뚫리고 불빛 밝아지고 소식 빠른오죽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이른바 선진유럽의 도시에 사는 시민들은 행복하다. 수백 년 넘은 중세의 고건축물이 즐비한 거리, 도시를 아늑하게 둘러싼 울창한 숲, 느릿느릿 도심을 걸어 다니는 듯한 전차(tram), 누구나, 언제나 쉬어갈 수 있는 도시의 광장과 공원, 즐거운 표정으로 등·하교하는 학생들의 자전거 물결, 무엇보다 큰 도시라 해도 수십만 명 밖에 안 되는 적정한 거주인구. 특히 독일의 경우, 농민은 2%밖에 안 되지만 60%의 국민들이 농촌에 산다. 농촌은 농사라는 생업에 매달린 농장 같은 일터가 아니라, 사람이 행복하
지난해 가을부터 어깨가 아프다던 남편이 올봄 수술을 했습니다. 농사일을 많이 해서 어깨와 목에 이상이 생겼었나 봅니다. 남편이 어깨 수술을 하겠다고 주변에 말했더니 여기저기서 수술 후 사용하는 보조기를 주겠다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대관절 사람들이 어깨질환을 얼마나 많이 겪고 있길래 저렇게 많이 어깨보조기를 갖고 있는지, 왜 사람들은 어깨질환이 이렇게나 많은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절단기에 손가락 마디가 잘린 농민들이 계를 모아도 될 만큼 많다고들 했는데, 요즘은 어깨 수술을 한 사람들이 그 정도로 많아 보입니다.힘든 농작업
가난했던 것 같다. 아니 가난했다. 어린 시절 기억나는 첫 집은 단칸 월세방, 5명의 가족이 한데 엉켜 잠들고는 했다. 5살 때쯤 진주로 이사와 처음으로 우리 집을 가졌다. 작은방 3개가 있는 소위 ‘달동네’에 있는 집. 주변에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노동자들이 많이 살았다. 가난했지만 열심히들 일했다.아버지는 공무원 박봉에, 홑벌이. 아이 셋을 키워야 했다. 팍팍한 살림에 아들, 딸 모두 대학에 진학하며 적지 않은 고민을 했다. 어디로 가야 돈이 덜 들까. 성적 따라, 기호 따라 비싼 사립대를 가는 건 꿈꾸지 못할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