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은 독특하다.주식인 밥과는 확연하게 구분된다.가정집에서 면을 뽑고 육수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얼음을 넣어 국수를 먹는 것은 흔치 않은 음식문화이다. 유래한 지역과 발전한 지역이 명확하고, 유래하고 발전한 배경에 작동하는 자연환경과 정치사회 환경에 대한 합리적 설명이 가능하다.비빔밥은 평범하다.주식인 밥과 함께 간다. 준비과정이 별거 없다. 먹다 남은 밥이나 나물 등을 그냥 비비면 된다. 그러므로 특별한 유래라는 게 있을 수 없다. 전남 함평같이 도축장이 있으면 육회비빔밥, 절 근처에는 산채비빔밥, 통영에는 멍게비빔밥
남도에 봄은 이미 중턱을 넘어서고 있다. 낮에는 덥고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하다. 전형적인 봄 날씨다.내가 근무하고 있는 지수면에 오늘 K-기업가센터가 개관식을 가졌다. 내가 지수중학교 교장으로 부임해오던 2019년에 이미 시작한 공사였는데 그동안 코로나 탓에 드디어 오늘 문을 연 것이다. 새롭게 개관하는 시설에 부정적인 이야기를 해서 몹시 미안하지만 중학교 교장으로서 이 상황을 생각해보면 참 암담하고 답답한 일이다.먼저 오늘 개관한 장소는 구 지수초등학교 자리다. 대한민국 어디나 그렇겠지만 작은 시골 면 소재지의 중심은 초등학교다.
에세이와 음악이 함께 있는 최용호의 데뷔작 ‘내 노래 드림’. 그는 진주에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자랐다.최용호는 경남 진주시에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고등학교 때부터 성악을 시작했다. 중앙대학교 성악과를 졸업, 독일 함부르크 국립 음악대학교에서 유학한 그는 세종문화회관에 오른 오페라 ‘마탄의 사수’에서 막스 역으로 공식 데뷔했다.이후 최용호는 SBS 예능 프로그램 ‘스타킹’과 “크로스 오버 남성 4중창 결성을 위한 프로젝트”를 모토로 걸었던 JTBC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에 출연하며 조금씩 인지도를 쌓았다. 하지만 대
봄이 오는 길목에서 듣는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교향곡 제 6번 “전원-Pastorale”.유난히도 지루했던 겨울과 지독했던 겨울 가뭄이 지나고 나니 부지불식간에 봄이 찾아왔다.그래서 이 생동하는 봄을 즐길 수 있는 곡 하나를 골랐다.제목만으로도 봄에 들으면 좋을 것 같은 베토벤 교향곡 '전원'이다.이 곡은 흔히들 운명 교향곡이라고 말하는 제5번 교향곡과 같은 시기에 쓴 작품이다.보통 교향곡은 4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전원 교향곡은 다섯 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다.아래 각 악장의 주제를 생각하며 듣는 것도 좋은 감상의 지름길
그리도 메마르던 날이, 지난주부터 내린 비로 온 대지가 촉촉해져 이제 좀 걱정을 않게 되었습니다. 이러고 말 것을, 비가 내리지 않을 때는 온통 시름투성이였습니다. 온 산과 들이 체에 친 밀가루인 양 폴폴 날려서 뭐 하나라도 싹이 트고 자랄 수가 없었으니 애가 탔던 것입니다. 게다가 전에 없이 오래간 산불도 걱정을 보탰습니다. 길어도 사흘이면 끌 수 있었던 웬만한 대형 산불과 다르게 일주일이 더 걸렸으니, 장기산불도 이제 남의 나라 얘기만은 아니지 싶었던 것입니다.산다는 일이 온통 걱정하는 일이라고, 불완전한 세상에 불완전한 생명체
민들레, 씀바귀 , 냉이 , 고들빼기 , 돈나물 쑥 , 미나리 ,머위 .....어머님이 집 앞 밭두둑을 잠깐 지나오신다. 손에 한 움큼 풀들이 가지가지 비닐종이 조각에 싸인 채 뜯겨온다. 초록빛 식물도감을 보는듯 부엌 바닥을 내려다 보면 어머님 밥상이 봄풀에 성찬이 될 것을 안다.남편이 마트에서 사온 공산품과 그에 딸려온 비닐포장 쓰레기 한 되박이 극대조를 이루는 풍경.봄날이거나 가을이거나 어머님 바깥 나들이 끝에 난 부자가 된다.이런 봄날 또 부자가 된다. 이름모를 풀들이 이름을 달면 풍요로워지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어머님 이
점심으로 짜장면을 시켰다. 짜장을 비비다가 어지러이 뒤섞이는 양념과 면을 보면서 문득 얼마 전 끝난 혼탁한 대선이 떠올랐다. 온갖 의혹, 비방이 난무하는 어지러운 선거였지만, 결론적으로 이번 대선 또한 출사표를 던진 십여 명의 후보가 무색하게 거대 두 정당만의 잔치로 끝나고 말았다. 중국집에서 점심 메뉴를 고르는 것과 비슷했다고나 할까? 허다한 메뉴들을 뒤로하고 다만 짜장 아니면 짬뽕. 마침 윤 당선인의 별명이 또 윤 짜장이라니, 썩 마음에 드는 비유인 듯도 싶다. 그렇다고 짬뽕은 나을까? 이 집 짬뽕도 허술하긴 마찬가지다. 여러
육식 선호는 인간의 본성이다.물론 개인에 따라 예외적인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다양한 신념에 따라 육식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인간은 사냥과 불의 이용을 통해 진화해왔다. 사냥은 육식을 의미하고 불의 이용은 요리를 의미한다. 고기와 요리가 우리 몸과 마음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다. 고기는 우리 몸과 두뇌를 이루는 재료를 제공하고 요리는 그 재료 성분이 소화 흡수되게 해준다. 고기에는 에너지뿐만 아니라 몸을 이루는 단백질과 뇌를 구성하는 필수 지방산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감
"스태프 한 명 한 명이 정확성과 조화를 겸비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수은(水銀)의 움직임 같았다. 마이클 잭슨은 함께 작업하기에 최고의 인물이었고 완벽한 프로였으며, 무엇보다 진정한 '아티스트'였다." – 마틴 스콜세지1987년 8월, 3개월 만에 만든 'Thriller'보다 1년 9개월을 더 투자했고 순 제작비만 200만 달러가 든 마이클 잭슨의 새 앨범 'Bad'가 발매되었다. 곡 'Bad'는 이 앨범의 첫 싱글이었는데, 뮤직비디오를 거장 마틴 스콜세지가 연출하면서 영상은 영화 역사에도 따로 새겨지게 된다.뮤직비디오의 첫 구
"君子 務本 本立而道生(군자 무본 본립이도생)" 『논어』 ‘학이’ 편에 등장하는 유자(유약 – 공자의 제자)의 이야기다.풀이하자면 “군자는 근본에 힘써야 한다. 근본이 서면 도가 생겨난다.” 뭐 이 정도 뜻이다.제일 먼저 ‘군자’라는 말이 조금 걸린다. ‘군자’라는 단어는 사실 신분사회의 유물이다. '君(군)'은 임금이라는 뜻이 있으니 신분이 높은 사람이 틀림없고, '子(자)'는 아들이라는 뜻이니 신분이 높은 사람들의 혈족을 지칭하는 말이다. 하지만 논어 전체로 보면 그런 뜻보다는 인품이 고결하고 덕이 있는 존재로 묘사되기도 한다.
테이프는 힘이 세다/유홍준 이삿짐센터 일꾼들이 도착사납게 짐을 싼다 농짝을 들어내고 세탁기를 들어내고여기도 찍, 저기도 찍, 테이프를 갇다 붙인다냉장고에도 붙이고 장롱에도 붙이고 포개 쌓은 밥그릇에도 붙인다테이프 붙이러 온 사람들 같다 저 사람들테이프 없애러 온 사람들 같다우리나라 이삿짐들은 테이프 없이는 아무 곳으로도 가지 못한다내 온갖 세간살이들이 꽁꽁 테이프 결박을 당하고 있다어떤 것은 입에 어떤 것은 손발에테이프가 붙여져 있다태풍예보를 듣고나도 저걸 베란다 유리창에 붙였었다털옷에 묻은 먼지를 떼어냈었다방바닥에 뒹구는 머리카락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했다.‘설마.. 설마..’하는 예상을 깨고 러시아 군대는 우크라이나를 무차별 공습했다. 민간인 피해자도 많이 나왔다.우크라이나 국민뿐만 아니라 러시아 병사들도 다수 전사했다고 한다.전쟁이란 어떤 이유에서건 벌어져서는 안 될 일이다.이 사태와 맞물려 어떤 음악을 고를까 한참을 고민하다 문득 떠오른 음악이 있었다.폴란드 작곡가 헨릭 구레츠키(Henryk Gorecki)의 세 번째 교향곡 “슬픔의 노래”이다.작곡가 구레츠키는 현대 음악 작곡가인데 한때 빌보드 차트 클래식 음악 분야에서 31주 연속 1위
몇 년 전 사무실로 전화가 왔다. 타지에 사는 딸이 친정 어머니가 한글을 못깨쳐 글을 배우고 싶어한다고 연락처를 보내주었다. 아무날 날을 잡아 만났는데 집에서 사무실까지 오는 데 두 시간이나 걸렸다고 했다. 연세가 아주 많은 편이 아니었는데 한글을 제대로 못읽어 사는 데 영 자신이 없다고 했다."저희는 방문 수업이라 집에서 받으셔도 되는데 이렇게 힘들여 오셨어요?""동네 사람들 알까봐 부끄러버서요. 동네 사람들은 내가 글을 다 아는 줄 알아요.""그럼 매주 오실 수 있으세요 ? 댁에서 가까운 저희 지국으로 가시면 되는데 멀리까지 오
곶감단지흔히 음식은 이름에서 사전적 의미 또는 그에 담긴 역사적 맥락을 추측해볼 수 있다. 오늘 만들어 볼 방험병(防險餠)도 마찬가지다. 방험병은 그 이름처럼 험난하고 힘들었던 시절, 즉 피란 때나 구황(救荒) 때 먹었던 음식으로 겨울에 구할 수 있는 재료를 굳혀 만든 영양 가득한 떡이다. 조선 시대 생활 백서인 ‘증보산림경제’(1767)’ 중 ‘잡과 다식법‘에 따르면 밤∙곶감∙대추∙호두 살 같은 잡과를 찧어 꿀을 접착제 삼아 굳힌 뒤 햇볕에 말려 저장하는, 한마디로 “흉년을 대비하는 떡”으로 방험병을 기록하고 있다.그러니까 방험병
나는 YB를 싫어하지도 그렇다고 딱히 좋아하지도 않는다. 또한 대중 인지도와 별개로 그들이 한국 록 역사를 새로 썼다거나 한국 록을 이끌어왔다고는 더더욱 생각하지 않는다. 나에게 윤도현은 언제나 대중음악계라는 정글에서 살아남은 '정글 스토리'의 주인공이었고, YB는 그런 윤도현을 둘러싸고 버텨온 오래된 프로젝트였을 따름이다. '흰수염고래'를 비롯해 히트한 발라드 몇 곡을 가진, 2002년 월드컵 때 '오 필승 코리아'를 불러 대박을 친, 이후 방송 활동으로 '연예인'이 된 윤도현이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대중에게 불쑥 다가간 록 밴드.
해는 부모와 같아서 맨날 봐도 좋고, 비는 형제와 같아 사흘만 봐도 지겹니라, 했던가요? 예전 옆집에 사시던 할머니께서 무심결에 던진 말씀입니다. 그 비유가 참 적절하게 느껴져서 두고두고 마음에 담아 놓았다가 심심찮게 풀어 먹고는 합니다. 겨울가뭄이 하도 심해 지겨워도 좋으니 비가 흠뻑 내렸으면 하고 바람을 가져보는 요즘입니다.또 있습니다. 아홉 번째 어머니라도 그 마음 씀이 형제보다 낫다고 어른들께서 가르쳐 주셨습니다. 언론에 드나드는 계부 계모들의 반인륜적 사례는 극히 일부이고, 실은 그 자리에 맞는 어른다움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드라마 D.P.의 키워드로 많은 사람들이 을 말한다. 방관 다음으로 우리를 사로잡은 말은 죽기 직전 조석봉 일병의 말, 였던 것 같다. 이는 우리 사회에 던져야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로 간주되기에 충분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나는 다른 데서 더 깊고 아픈 인상을 받았다. 그것은 총을 들고 거의 미쳐가는 중인 조석봉 일병이 자기를 학대한 황장수 병장을 학대 장소로 데리고 가서, 라고 묻는 장면에서, , , 고 애원하던 황병장이 어렵사리
1985년 추송웅이라는 배우가 죽었을 때 나는 고작 20대 초반을 넘고 있었다. 그의 명 연기로 유명했던 연극 '빨간 피터의 고백'을 한 번도 보지 못했는데… 사실 그때 나는 연극을 볼 만한 사정도 여유도 없는 험한 시대를 보내고 있었다.그리고 또 십 년의 세월이 흐르고 선생 노릇을 새롭게 시작했던 어느 때 그 '빨간 피터의 고백'이라는 연극의 원작이 카프카가 쓴 Ein Bericht für eine Akademie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나의 고등학교 시절,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에 대해 우리는 죽자 사자 '
겨울철 감자탕이 나에게 추억으로 훅 다가온다면 과메기는 추위와 함께 서서히 다가온다. 주점 벽에 홍보 포스터가 붙기 시작하면 과메기 안주는 소주병과 함께 우리 술상 위에 오르기 시작한다.1980년대 중반 객지에서의 첫 겨울은 너무도 추웠다. 선배 두셋과 나를 포함한 신입생 두셋이 유리창에 성에가 허옇게 낀 허름한 주점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선배는 감자탕과 소주를 시켰다. 털어 넣은 소주와 감자탕의 따듯한 국물과 연탄난로의 온기는 객지에서 나의 첫 겨울을 견딜 수 있게 해주었다. 나는 감자탕을 그때 처음 만났다.감자탕과 달리 내가
*'무비(Movie)와 뮤비(Music Video) 사이'는 영화감독이 연출한 뮤직비디오를 돌아보는 글입니다. 'Behind Time 1925 - 1953 A Memory Left At An Alley'는 2003년 한영애가 발표한 리메이크 앨범이다. 포크와 블루스 사이에 싱어로서 정체성을 두었던 그는 1999년에 백설희의 '봄날은 간다'를 부른 것을 계기로 옛 트로트를 다시 대하게 되었고 급기야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즈음까지 불린 명곡들을 자신이 되부르는 데까지 이른다.'외로운 가로등'도 그중 한 곡이다. 1939년에 황금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