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와 음악이 함께 있는 최용호의 데뷔작 ‘내 노래 드림’. 그는 진주에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자랐다.

최용호는 경남 진주시에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고등학교 때부터 성악을 시작했다. 중앙대학교 성악과를 졸업, 독일 함부르크 국립 음악대학교에서 유학한 그는 세종문화회관에 오른 오페라 ‘마탄의 사수’에서 막스 역으로 공식 데뷔했다.

이후 최용호는 SBS 예능 프로그램 ‘스타킹’과 “크로스 오버 남성 4중창 결성을 위한 프로젝트”를 모토로 걸었던 JTBC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에 출연하며 조금씩 인지도를 쌓았다. 하지만 대중성 차원에서 순수 오페라가 가진 한계를 깨달은 그는 ‘팬텀싱어’ 출연을 계기로 사라 브라이트만과 안드레아 보첼리, 일 디보가 유행시킨 팝페라 등 크로스오버 쪽으로 음악 방향을 틀어 지금에 이르렀다.

최용호는 2015년 싱글 ‘Song For You’를 내고 대중음악 전선에 뛰어들었다. 이후 그는 ’러브송’, ‘바람이 되리’ 같은 팝페라 싱글과 ‘연화도 연가’, ‘예산 블루스’ 같은 트로트 싱글들을 꾸준히 발매하며 목을 가다듬었다. '내 노래 드림'은 그렇게 지난 6년여간 담금질해온 팝페라 가수 최용호의 목청을 한자리에서 확인해볼 수 있는 그의 첫 정규작이다. 모두 아홉 곡을 엮었고 ‘내 노래 드림’과 ‘사막’이 더블 타이틀곡으로 자리했다. 두 곡은 전대미문의 역병으로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팬데믹 상황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향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는 평소 음악을 ‘힐링’으로 여겨온 최용호의 지론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이번 앨범은 클래식과 가요 멜로디에 어색하게 심은 팝페라가 아닌 “진정한 크로스 오버”를 들려주는 데 프로듀싱 방점을 찍고 있다. 앞선 두 타이틀곡을 비롯해 현대 가곡을 90년대 감성으로 편곡한 ‘이별이란’, 김소월의 시에 작곡가 박정순이 멜로디를 붙여 지난해 싱글로 먼저 선보인 ‘봄비’, 어린 시절 상처 입은 내면의 자신과 화해하는 ‘아이야’, 사랑을 잃었음에도 살아야 하는 사람의 아픈 다짐을 노래한 ‘길을 잃었다’, 헤어진 사람과 추억이 잊히지 않아 괴로워하는 ‘하루를 산다’, 그 그리움을 바람에 실어 전하는 ‘바람이 불어온다’, 하지만 결국 새로운 사랑에서 희망을 찾겠다는 ‘그대란 우주’까지. 피아노가 주도하는 밴드 사운드에 기댄 이 단단한 노래들은 팝페라 가수 최용호를 사람들에게 알리는데 충분한 역할을 해낼 것으로 보인다.

언젠가 최용호는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것이 오페라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전 싱글인 ‘비가’나 이번 타이틀곡 ‘사막’ 같은 곡에서 확인할 수 있듯 그는 강하고 웅장한 스핀토 테너 느낌을 대중음악 속에서도 은근히 흘리는데, 이는 분명 ‘투란도트’의 칼라프와 ‘아이다’의 라다메스 역을 꿈꾼 오페라 성악가 최용호의 음악적 뿌리를 엿보게 하는 지점이다. 그리고 이 뿌리는 곡 전체에 뚜렷한 감정선을 입혀 듣는 사람이 노래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기왕에 팝페라 쪽으로 방향을 튼 만큼 그의 오페라적 발성은 대중을 위해 좀 더 부드러워질 필요가 있었던 듯 보인다. 확실히 힘을 빼고 불렀던 싱글 ‘사랑, 그 이름 앞에’ 같은 곡에서 만나는 푸근함은 이번 앨범에도 트랙 곳곳에 녹아들어 최용호의 목소리가 대중에게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물론 분명한 건 테너의 매력인 중저음과 정석에 기반한 안정된 발성이 표현력으로 거듭나면서 최용호라는 보컬리스트의 잠재력은 기지개를 켠다는 사실이다.

결국 팝 사운드에 담아 쏟아내는 그만의 압도적인 가창력은 클래식을 어려워하는 대중이 오페라 테너 최용호에 열광하게 할 결정적 근거, 이유가 될 것이다. 원래 팝페라란 그런 것이니까. 브라이트만, 보첼리, 일 디보도 모두 그렇게 최고가 됐다.

 

글 / 김성대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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