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삽화 1 - 조기체조1977년 앞뒤 해 덕산국민학교 학생이었다. 12월 24일 정도면 겨울방학에 들어갔는데 학교에서 반강제적으로 겨울방학 조기체조를 시켰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학교 운동장 한 바퀴 돌고 도장을 받아가는 일이었다. 날짜가 적힌 종이를 미리 나눠 주었는데 종이가 찢어질까 두꺼운 마닐라지로 덧대붙여 목에 걸고 집을 나서야 했다.학교 갈 때보다 더 일찍 일어나서 옷을 껴입고 할머니 목도리를 두르고 마당을 나서면 초저녁 하늘에 있던 삼태성이 어디로 갔는지 이름 모를 별 몇 개 반짝이는 것 보고 마을 길을 나섰다.뛰어서
1373명,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0시부로 특별사면 및 복권한 사람의 수이다. 사면권을 둔 논란은 이전부터 있어왔다. 봉건시대 왕이 가졌던 권한을 민주주의 시대 대통령이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부터, 삼권분립 체제 속에 사법부를 견제하는 행정부(대통령)의 기능으로 사면권을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건국 이래, 특별사면은 모두 104차례 이루어졌다. 사면대상자의 면면은 주로 ‘힘 있는 자’들이었다. 12.12 쿠데타와 5.18 광주학살의 주역이던 전두환과 노태우부터, 재계를 주무르는 이건희, 이재용, 최태원, 이재현 그리고 뇌물수수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지난 5년간) 보장성 강화에 20조 원을 넘게 쏟아부었지만, 정부가 의료 남용과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방치 하면서 대다수 국민에게 그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며 건강보험을 다시 정상화하겠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보장성 강화 정책(일명 ‘문재인케어’)을 건강보험 제도 근간을 해친 포퓰리즘 정책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문케어 폐기’수순으로 진단했으며 보건복지부에서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문제들을 열거하며 보장성 강화계획을 철회하거나 후퇴하는 정책을 내놨다.‘문재
올해를 뒤돌아보자면, 여성농업계의 최대 이슈는 충청남도의 ‘여성농업인 바우처 제도 폐지’일 듯 싶습니다. 농도를 자처하는 충남의 결정이라고 하기에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결정입니다.그간 충청남도는 농업정책에서 보자면 상당히 선진적인 측면이 있었습니다. 이른바 ‘삼농정책’이라 하여, 지방정부에서도 농업정책 개혁을 이름에 달아서 농민에게 비전을 제시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나은 평가를 받은 측면이 있었습니다.물론이거니와 이 삼농정책은 다산 정약용 선생의 삼농정책에서 차용한 것으로, 편농(便農)이라 하여 편리한 농업, 후농(厚農)이라 하여
고속도로에서 화물자동차가 무섭다.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의 절반 이상은 화물자동차 관련 사고 때문이다. 안전운임제는 화물노동자 안전과 국민 생명을 위한 제도다. 화물차주에게 적절한 운임을 보장해야 과로, 과적, 과속을 막아 고속도로 사망사고를 줄일 수 있다.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 이후 대응에서 이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9일 끝난 화물연대 파업은 16일의 장기간에도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정부는 파업을 ‘집단운송거부’라며 불법으로 규정하고, 교섭에 제대로 응하지 않고 업무개시명령을 잇달아 발동했다. 당장 화물운송을 해야 차 할부
2003년생, 만 19세.남학생이 고혈압약과 지방간약 처방을 받아왔다.가족 2명이 같이 왔다. 아버지와 또 다른 형제인 모양이다. 다들 침울하고 말이 없다. 아버지는 기가 찬 모양이다. 10대 후반 아들이 흔히 말하는 성인병 진단을 받았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요즘 이런 경우가 제법 흔하다. 인스턴트화된 공장식 식품으로 바뀐 음식 환경과 운동 부족이 원인이다. 특히 코로나 이후 더 흔해졌다.당뇨 고혈압 고지혈증이 이제는 성인병이 아니고 그냥 '대사성질환'이다. 지방간도 예전에는 부실한 안주와 함께 마시는 술 때문에 생기는 '알콜성'
독일어 Zumutbarkeit는 법률용어로써 기대 혹은 요구할 만한 것이라는 뜻이다. 영어로 옮겨보자면 Permissibility, 혹은 Acceptability 정도로 번역될 수 있다. 우리말은 일본식으로 조어(造語) 느낌이 나는 ‘기대 가능성’이다. 여기서는 법률적 의미와는 다르게 해석한다.어제 오늘 이 기대 가능성과 관련된 경험을 말해 본다.1. 타인의 기대 가능성을 침해(?)한 나의 행동중학교 공모 교장이 된 지 3년이나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내가 스스로 ‘교장’이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다만 4년 동안 주어진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인터넷신문협회는 2021년 1월 19일 ‘언론윤리헌장’을 발표했다. 언론윤리헌장은 서문에서 “언론은 인권을 옹호하며, 정의롭고 평화로운 공동체를 추구한다”며 “날로 다원화하는 언론환경에서 저널리즘의 원칙과 책무에 충실한 윤리적 언론은 시대의 요청이다”고 밝혔다. 언론윤리헌장은 모든 언론인이 실천해야 할 원칙을 제시하며 윤리적 언론의 역할로 “사회가 갈등과 이질성을 조화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공론의 장을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특정 집단, 세력, 견해에 치우치지 않고 공평무사한 자세로 보도해야 한다”며 ‘
인간의 목소리와 가장 많이 닮았다는 첼로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첼로로 연주한 음악들을 참 좋아한다.예전에는 "클래식 음악을 처음 들을 때 첼로 곡은 첼로의 구약 성서라고 말하는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들어야 해! 그리고 그 다음은 첼로의 신약이라 일컫는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를 들어야 해!"와 같이 약간의 고압적인 자세로 음악 감상을 강요하는 느낌이 있었다. 두 곡의 아름다움이야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이런 식의 강압(?)이 어쩌면 클래식 음악을 빨리 질리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클래식 음악이란 우연히 듣
코로나(Covid-19)는 유령이 아니다. '변이'로 개명한 그것은 여전히 우리 주위를 맴도는 엄연한 실존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전과 달리 만날 수 있고 모일 수 있다 해도 실내에서 마스크는 지금도 벗을 수 없다. 코로나는 우리에게서 많은 걸 앗아갔고 계속 앗아가고 있다.누구에게나 그랬듯 국악과 헤비메탈을 접목해 세계적인 밴드로 우뚝 선 잠비나이에게도 코로나는 악재였다. 2019년 세 번째 앨범 '온다(ONDA)'를 내고 이듬해 80회 공연 월드 투어를 계획 중이었던 그들은 전대미문의 역병 앞에서 끝내 모든 걸 내려놓아야 했
우리집은 남향 양철 지붕이었다. 그 이전에는 이엉을 엮어 얹은 초가였고 두 칸짜리 방과 고방과 소마구간이 있는 아래채도 양철 지붕이었다. 새마을운동으로 후다닥 시멘트 칠을 한 담벼락 안에 백년쯤 되었을 감나무가 양 옆에 있어 바람부는 날에는 감 떨어지는 소리에 화들짝 꿈에서 깨곤 했다. 감이 떨어지고 혹은 감을 다 따고 난 쌀쌀한 새벽, 아버진 마당에 멍석을 깔고 장대를 걸고 삼베천인지 광목천인지로 막을 쳤다. 내 기억엔 아침이지만 아마 전날 타작할 준비를 다 해놓았을 것이다.홀깨(발로 밟는 탈곡기)를 대고 왼쪽에 볏단을 미리 갖다
요즘 들어 뉴스를 잘 보지 않는다. 어쩌다 보게 되더라도 대충 흘려 읽고 말지, 꼼꼼히 챙겨 읽지 않는다. 모든 뉴스가 그렇지는 않지만, 상당수의 기사들이 진영논리에 ‘오염’됐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 기사를 보며 불편해 하거나 반감을 갖는 것도 한 두 번이지. 진영론에 오염된 뉴스를 반복적으로 읽다보면 ‘피로감만 더할 뿐 달라지는 것은 없더라’는 경험이 무의식적으로 뉴스에 대한 거부감을 만든 것 같다. 착각은 금물이다. ‘진영론에 오염된 언론’이란 언론재벌 조·중·동만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저잣거리 사람들이 거칠게 나누던
농민들에게 햇빛은 최고의 은혜이지만 동시에 고통이기도 합니다. 작물을 자라게도 하면서 얼굴을 태우니까요. 우리는 밝은 얼굴빛을 선호하는 문화적 추세가 있습니다. 그러니 너도나도 챙넓은 모자로 햇빛을 가립니다. 그런데 일할 때 굳이 모자를 챙겨 쓰지 않고, 농사일할 때 맨손으로 일하기를 고집하는 사람들이 마을마다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특징은 얼추 비슷합니다. 손이 빠르고 일머리도 좋고, 일 앞에서 자신의 몸을 사리지 않고, 주변적인 요소에 별로 신경 쓰지 않고, 해야 할 일은 꼭 해내고 마는 고집스러움을 가졌다고나 할까요?최근에
화물연대가 24일 전국 16개 지역본부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파업에 돌입했다. 철도노조와 지하철노조는 파업을 예고하며 준법투쟁에 돌입했으며,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 등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윤석열 정권과의 통력 투쟁을 선포했다.그러자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6단체는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복합 위기를 맞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수출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일방적인 운송거부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찬바람이 분다. 굴 철이다.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서포에 굴구이 먹으러 가자는 연락을 받았다. 벌써 서포 바닷가 가게들은 굴구이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손님을 맞고 있었다.굴은 우리만 즐겨 먹는 음식이 아니다. 서양 사람들이 오히려 더 유난을 떠는 편이다. 나폴레옹이 전쟁 중에도 매 끼니 굴을 먹었다거나 굴 확보를 위해 로마군이 해외 원정을 떠났다는 것 등이 그런 것이다.로마시대, 이탈리아 최대 굴 산지 나폴리만 일대에서 생산되는 자연산 굴만으로는 인근 도시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었다. 그래서 기원전 1세기 인류 최초 인공 굴
공법학을 공부했고 또 사회 선생으로 평생을 살아온 내가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단어의 뜻을 새기며 이야기를 시작하지는 않겠다. 이미 잘 알고 있는 단어가 바로 ‘자유’다. 하지만 ‘자유’라고 해서 모두 같은 의미는 아니다. 우리말은 당연히 의미의 차이가 문장 속에서 드러나니 문장을 살펴보아야 하고 한자는 글자가 딱 정해져 있다.새롭게 바뀌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의 교과서 총론에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꾸는 문제에 대하여 내 생각은 다음과 같다.어제 뉴스를 보니 교육부 차관은 헌법을 이야기
지역소멸 위기가 심각하다. 경제 위기, 저출생 위기, 기후위기와 더불어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의하면 소멸위험지역은 2022년 3월 현재 113곳으로 전국 228개 기초자치단체의 절반에 달한다. 경남에서는 소멸고위험 지역이 합천·남해·산청 등 서부경남 7곳이고, 소멸위험 진입단계 지역은 창녕·밀양·거창 등 7곳이다. 행정안전부는 2021년 10월 자연적 인구감소와 사회적 인구 유출로 소멸 위기에 놓인 전국 89곳 시군구를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다. 경남은 밀양을 비롯해 거창·고성·남해 등 11곳이다.지역소멸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많은 것을 바꾸어놓았다. 무엇보다 에너지 문제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러시아와 인접한 핀란드에서는 최근 전력회사 '카후 보이마 오이'가 급등한 전기 가격을 견디지 못하고 파산하였고, 독일은 공적자금 40조원을 투입해 전력기업 ‘유니퍼’를 국유화하기로 결정했다. 체코에서는 프라하 도심에서 에너지 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7만 명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으며, 영국에서는 런던을 비롯해 전국 50개 도시에서 지난해보다 3배 이상 급등한 에너지 요금 등 고물가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독일 정부는 가계와 기업 에너지
인류를 통째로 위협하며 오대양·육대주를 휩쓸고 다닌 역병의 위세는 그저 활자 속에서나 언뜻언뜻 비친 전설 같은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 그게 어느 날 코앞에 닿아 흠모해 마지않던 선진 제국들이 속절없이 나가떨어지고 오금 쪼가리로 여기던 제 나라 백성이 초개같이 죽어 나가는데도 허둥대며 수습조차 못 하는 꼴을 보았다. 선진의 표상이라 부러워하던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이 그런 지경이면 우리는 그야말로 삼천리에 곡소리 낭자함이 지당한 이치 아니던가.그러나 그 독한 전염병의 확산에 맞선 우리의 대처가 뜻밖에 만만찮고, 또박
가을이 오지만 마음은 무거운 날들이다.이번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위해 위안을 줄 음악을 생각해봤다. 죽은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미사 음악인 '레퀴엠'을 들어본다. 그 중 가장 대표적으로는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들 수 있겠다. 여러 작곡가들의 교향곡들 중 느린 악장의 곡도 골라본다.우선 베토벤 교향곡 7번의 제2악장 ‘Allegretto’를 들어보면 어떨까 싶다. 가끔 라디오에서 위안의 음악으로 이 곡을 신청하는 분들이 있다. 레퀴엠 대신 이 음악을 듣는 것도 깊은 위로가 될 것 같다.다음으로 구스타프 말러의 5번 교향곡 제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