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목소리와 가장 많이 닮았다는 첼로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첼로로 연주한 음악들을 참 좋아한다.

예전에는 "클래식 음악을 처음 들을 때 첼로 곡은 첼로의 구약 성서라고 말하는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들어야 해! 그리고 그 다음은 첼로의 신약이라 일컫는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를 들어야 해!"와 같이 약간의 고압적인 자세로 음악 감상을 강요하는 느낌이 있었다. 두 곡의 아름다움이야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이런 식의 강압(?)이 어쩌면 클래식 음악을 빨리 질리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클래식 음악이란 우연히 듣다가 좋으면 자연스레 빠져들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클래식을 좋아하고 싶고 오래 듣고 싶다면 우리가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라디오를 자주 듣는 것을 추천한다. 클래식 음악이 많이 나오는 영화를 보는 것 또한 많은 도움이 된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오래 전, '책 읽어주는 여자'라는 프랑스 영화가 있었다. 이 영화의 모든 음악들이 독일 작곡가 루트비히 판 베토벤이 작곡한 곡들이었다. 여주인공의 테마 곡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템페스트'이기도 했다.

오늘 소개하는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또한 자주 등장하는 곡이다.

영화의 사운드트랙 앨범도 나와 있었는데 지금은 사실 구하기가 쉽지 않다. 사운드트랙 음반엔 가장 알려진 명연인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의 첼로와 스뱌토슬라프 리흐테르의 피아노 연주가 실려 있지만 나는 이 음반의 연주를 더 좋아하는 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영화를 보고 사운드트랙 음반을 산 게 아니라 이 음반을 먼저 샀기 때문이다. 그리고 듣다보니 점점 더 좋아지기도 했는데, 가장 큰 이유가 실황 녹음을 좋아하는 내 성향이 작용하기도 했다. 특히, 세 번째 소나타의 도입부에서 바람 한 점 없는 날 낮게 깔린 안개 위를 걷는 듯한 아련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여하튼 이 느낌 때문에 이 연주 외에는 잘 듣게 되지 않는다. 하지만 숱한 명연들이 많은 곡이니 관심 있는 분들은 취향대로 들어보면 참으로 좋을 일이다.

참고로 첼리스트 피에르 푸르니에는 첼로의 귀공자라 불릴 정도로 품격 있는 연주를 많이 남겼는데, 이 베토벤의 소나타도 공식적으로 3번의 전곡을 녹음했고 피아니스트도 모두 다르다.

이제 2022년도 20여일 남았다. 연말엔 차분한 첼로 음악을 들으며 내년을 설계해 보는 것도 좋은 연말을 보내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Beethoven: Cello Sonata No. 3 in A Major, Op. 69 - I. Allegro ma non ta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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