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는 왈츠로 새해를 알리는 전 세계 가장 유명한 연주회가 시작된다. 비엔나 필 신년 음악회이다. 음악회의 역사는 꽤 오래 되었다. 공식적으로는 1941년 1월 1일 클레멘스 크라우스의 지휘로 시작되었고 1954년부터 1979년까지는 당시 비엔나 필의 악장이었던 빌리 보스코프스키가, 1980년부터 1986년까지는 로린 마젤이 지휘했다.

그 이후 해마다 단원들의 투표로 지휘자를 선정하는데 오늘 소개할 신년음악회는 1987년의 그것이다. 이 해 지휘자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었다.

신년음악회의 연주곡목은 거의 대부분이 왈츠 황제 요한 쉬트라우스 일가의 작품이다. 가끔씩 다른 사람들의 곡을 연주하기도 한다. 뭔가 기념할만한 이벤트가 있는 해에는 그 작곡가들의 춤곡을 연주하기도 한다. 1991년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지휘한 신년음악회에서는 모차르트 서거 200주년을 기념해 모차르트의 곡을 몇 가지 연주하기도 했다.

1987년 신년음악회의 이벤트는 미국의 흑인 소프라노 캐슬린 배틀이 등장해 요한 쉬트라우스의 “봄의 소리” 왈츠를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들려준 것이었다. 지휘자 카라얀의 느린 템포로 시작해 정말 봄 같은 목소리를 들려준다. (음악 링크/ 클릭)

비엔나 필 신년음악회의 실황 연주는 하나같이 명반들이지만 이 음반은 정말 기념비적인 명반 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노령으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선 무대이기도 하고 비엔나의 왈츠를 이렇게 우아하게 지휘한 연주도 드물기 때문이다.

올해 신년음악회는 벌써 세 번째로 등장한 오스트리아 출신의 프란츠 뵐저 뫼스트가 지휘를 맡았는데 해마다 변하지 않고 연주되는 두 곡이 있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와 ‘라데츠키 행진곡’이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의 연주가 시작되면 사람들은 박수를 치고 지휘자는 마지못해 하는 듯 신년 인사를 건넨다. 그 다음 순서는 관객들의 박수를 유도하며 끝맺는 ‘라데츠키 행진곡’이다.

아, 또 재미나는 한 가지가 더 있다. 음악회가 끝나면 내년 지휘자를 발표한다. 내년 지휘자는 2019년 등장했던 독일전차 같은 표정과 동작의 지휘자 크리스티인 틸레만이다. 2019년의 연주를 생각할 때 역시 기대되는 지휘자다.

2023년 새해가 시작되었으니 왈츠로 즐겁게 시작하면 어떨까 싶다. 언젠가 레코드가게 아르바이트 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출근해서 왈츠 음악을 밖으로 틀어놓고 바라보면 사람들의 발걸음이 희한하게도 활기차고 빨라 보였다.

올 한해도 모두들 왈츠 같은 한 해를 시작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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