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4월 4일, 난 모스크바 시내에서 열린 '다닐 샤프란 추모음악제'에 갔었다.

오늘은 그날 듣고 더 큰 감동을 받은 음악을 소개하려 한다.

스산한 바람이 부는 이 가을에 첼로 소리가 더 짙은 스산함을 데려오는가.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삼중주 '위대한 예술가를 기리며'를 실연으론 처음으로 들은 날이다.

이 곡은 차이코프스키가 동료 교수이자 모스크바 음악원의 원장인 친구 니콜라이 루빈슈떼인을 추모하며 만든 음악이다.

니콜라이 루빈슈떼인은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협주곡 제1번을 연주불능이라 혹평하며 사이가 틀어지기도 했었는데 후에 이 곡의 진가를 알게 되고 화해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러시아 음악답게 우수가 짙은 음악이다.

처음 듣는 사람도 “아~ 이건 러시아 음악일 것 같아!”라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러시아 음악을 러시아인들이 연주한다는 것, 이거 우리나라 사람이 아리랑을 부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 해야 할까?

러시아 음악이니 러시아인들이 연주한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실 클래식 음악에서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은 최근 우리나라 청년들이 세계의 콩쿠르를 휩쓸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하지만 또 다르게 원점에서 생각하면 일리가 있는 말이기도 하다.

내가 실제로 처음 들은 연주회에서 만난 사람들이 다 러시아인이기도 했고 오늘 소개할 음반 또한 전설적인 명연주자들이 뭉친 음반이다.

그 때 연주자들 중 첼로를 연주한 알렉산드르 크냐제프는 우리나라에도 꽤나 알려진 첼리스트인데 그의 연주에 홀딱 반했었던 기억이 난다.

풍기는 이미지는 영국의 명 첼리스트 스티븐 이설리스와 비슷하다.

치렁치렁하게 내려오는 곱쓸머리는 천상이다.

그 당시 내 눈앞에서 바로 펼쳐졌던 감동적인 음악회는 지금도 감당이 되지 않을 정도로 가슴이 뛴다!

그 사자 갈기 같은 머리를 휘날리며 연주하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이었다.

몇 년 전에 우리나라에도 다녀간 모양인데 그의 연주가 문득 보고 싶기도 하고 오늘은 더더욱 이 음악 들어야겠다 생각했다.

오늘 소개하는 이 음반은 러시아에서 사 온 음반인데 이 트리오의 연주는 1961년 녹음이다.

먼저 2015년 조성진이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했는데 이 콩쿠르의 초대 우승자가 바로 레프 오보린이다. 그리고 그와 콤비로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최고의 명반을 남긴 다비드 오이스트라흐가 바이올린을 맡았다. 첼로를 연주한 스뱌또슬라프 크누세비츠키는 서방에 덜 알려져 있긴 하지만 당대 러시아 최고의 첼리스트였다.

지금은 만나기 힘든 황금의 조합이 아닐까 싶다!

이 곡의 명반들은 수없이 많지만 이 음반은 구하기가 힘드니 덜 알려져 있다. 사실 음질도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내겐 최고의 명반이다.

지금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음반은 역시 러시아 작곡가인 안톤 아렌스키의 피아노 트리오와 커플링된 트리오 반더러의 음반이다.

이 음반은 연주뿐만 아니라 음질도 최상이다.

짙어가는 가을에 이런 우수에 듬뿍 젖을 수 있는 연주를 들으면 참 좋겠다!

 

트리오 반더러의 연주 https://www.youtube.com/watch?v=OI77Cq_t09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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