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바뀌면 이번에는 무슨 음악을 소개하나 고민하게 되는데 무더운 여름이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냥 ‘닥치고 시벨리우스’다. 예전에도 했던 얘기지만 시벨리우스의 음악은 ‘냉면’ 같다. 그의 음악을 표현하는데 이만큼 적절한 표현도 없다.

작곡가 쟝 시벨리우스는 북유럽 핀란드에서 태어난 작곡가로 러시아 작곡가 차이콥스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전해진다. 러시아를 포함한 북유럽 작곡가들의 음악을 들으면 뭔가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시벨리우스의 교향곡을 두고 얘기할 때 지난번에 소개한 2번 교향곡과 5번 교향곡을 대표로 꼽는다. 하지만 웅장한 이들 곡보다는 6번 교향곡이 내 취향에 맞는다. 시벨리우스 교향곡 중 가장 초창기에 들어서 익숙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서늘하면서 애절하게 느껴지는 음들이 마음을 당긴다.

흔히들 6번 교향곡을 시벨리우스의 전원 교향곡이라고 얘기한다. 핀란드 국토의 80% 정도가 숲이고 호수는 18만 개가 넘는다고 하니 이런 교향곡, 전원을 느끼게 하는 교향곡이 나올 수 있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핀란드 사람들의 시벨리우스 사랑은 대단한데, 수도 헬싱키에는 시벨리우스 기념공원이 있다. 필자도 잠깐 다녀왔는데 시벨리우스의 두상과 자작나무 숲을 형상화한 파이프오르간 조형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음반을 소개하자면, 지휘자는 흔히 발트 3국 중 하나라 불리는 에스토니아 태생의 네메 야르비이다. 오케스트라는 스웨덴의 예테보리 심포니 오케스트라이다.

이 곡에 관해서도 수많은 명반들이 있지만 굳이 이 음반을 소개하는 이유는 앞서 말했듯 가장 초창기에 들어서이다. 한편으로는 비록 작은 사진이지만 표지 사진의 느낌이 좋아서다. 핀란드 어느 호수의 일몰 풍경인데 잘 찍은 사진은 아니지만 자작나무 실루엣이 인상적이다.

다른 음악보다 북유럽 음악에서 북유럽 지휘자와 연주단체가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 단 시벨리우스의 음악에 예외가 있다면 영국의 오케스트라와 지휘자들의 명연이 정말 많다는 점이다. 가장 유명한 시벨리우스 교향곡의 전집을 들자면 존 바비롤리 경이 할레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음반이다. 하지만 북유럽의 음악과 느낌이란 것을 전체적으로 생각한다면 조금은 소박하게 들릴지도 모를 이 음반이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찌는 듯한 이 더위에 시원한 북유럽 음악이 위안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아래 링크한 연주는 핀란드 출신의 유카 페카 사라스테가 핀란드 방송 교향악단을 지휘한 6번 교향곡 4악장이다.

이 또한 명연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3RhNcNHzm2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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