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근종]
[사진=유근종]

바이올린 협주곡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역시 수많은 명반이 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연주는 맨 처음 들었던, 키릴 콘드라쉰이 지휘하고 빈 필이 반주한 정경화의 연주다.

전설적인이란 수식어가 붙는 다른 음반들을 들어보아도 이 연주만한 것이 없다.

예전에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작곡가 최영섭 선생이 오셔서 음악감상회를 연 적이 있는데 해설과 함께 이 곡을 틀었다.

사람들은 실제 연주장이 아닌데도 곡이 끝나자 박수를 쳤다. 최영섭 선생님이 이 모습에 감동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평가하는 내 나름의 기준은 장대한 오케스트라 전주가 끝나고 처음 바이올린이 시작되는 부분에서 그 소리가 어떠한가에 있다.

그런 나만의 평가를 내리게 해 준 연주가 바로 이 연주.

그렇게 해서 마음에 드는 연주들을 몇 개 샀는데 순전히 모험이었다.

요즘이야 조금이라도 미리 들어볼 수 있는 여지가 많지만 예전엔 그렇지 않았으니 음반을 산 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정말 가슴이 쓰라렸다.

현암사에서 나온 오래된 책 중에 ‘명곡 레코드 콜렉션 2001’이라는 책이 있었다. 그 책에는 수많은 명반들이 소개돼 있었는데 일본의 책을 번역한 것 같다. 나름대로 도움을 참 많이 받았다.

그 책을 보고 산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중 하나가 볼프강 슈나이더한이 연주한 음반인데, 염가반으로 나와 덥석 샀었다.

이것 또한 연주가 정말 좋다.

이 연주는 정경화의 연주와는 다른 카덴차를 쓰니 색다른 맛까지 있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이 협주곡은 베토벤이 피아노 협주곡으로 편곡한 버전의 카덴차를 썼다 한다.

아, 그리고 몇 년 전부터 꽤나 마음에 드는 연주 하나를 알게 됐는데 역시 우리나라 연주자다.

루벤 가차리안이 지휘하는 하일브론 뷔르템베르크 실내 관현악단의 반주로 김수연이 연주하는데 국내에만 출시된 느낌이지만 연주는 정말 마음에 든다.

그러고 보니 내가 정말 좋아하는 곡이지만 음반은 몇 개 되지 않는데 그 이유는 정경화와 김수연의 연주 덕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 음반에 정경화 선생님의 사인도 받았다.

오래 전 진주에 공연 왔을 때 미리 들고 가서 사인을 받았는데 아주 흡족한 미소를 보내주셔서 기분이 아주 좋았었다.

이제 곧 여름이 올 태세지만 이 협주곡의 장대한 서주 뒤에 나오는 생동하는 바이올린 소리가 마치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느낌을 주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꼭 한 번 들어봐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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