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곡이야. 미치지 않고서야 이 곡을 연주할 수는 없네"

얼마 전 끝난 반 클라이번 콩쿠르가 끝나고 한참 동안 정말 뜨거웠다. 2004년생인 순수 토종 한국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콩쿠르 역사상 최연소 우승한 것이다. 결선에서 연주한 곡은 영화 <샤인>의 내용에서처럼 미치지 않고서야 연주할 수 없다는 러시아 작곡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3번이었다. 이 결선 연주를 몇 번이나 돌려봤는데 현존하는 그 어떤 피아니스트도 이렇게 연주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황홀했다.

얼마나 뛰어난 연주였으면 이때 지휘한 마린 알솝이 연주가 끝나고 눈물을 훔치는 장면까지 나왔다. 콩쿠르에 우승하자 우리나라 음악 평론가들과 찐 애호가들 사이에서 “이제 임윤찬 연주는 보기 힘들게 됐다”는 사람도 많다. 음악회가 열린다고 하면 단 몇 분 만에 표가 동나는 경험은 우리나라 최초의 쇼팽 콩쿠르 우승자 조성진을 통해서 익히 학습한 결과다.

다시 음악으로 들어가 보자.

몇 년 전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을 설문조사한 적이 있는데 당시 1위를 차지한 곡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이었다. 나 역시 두 번째 협주곡을 아주 좋아하지만 이 3번 협주곡 또한 아주 좋아한다. 러시아 특유의 우울하면서도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정서는 전혀 다른 곡 같지만 일맥상통하는 곡이기도 하다.

이 협주곡을 처음 듣게 된 건 오늘 소개하는 이 음반을 통해서였다. 당시 40대 초반이던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연주 음반인데 연주회의 실황 레코딩이다. 연주에서 남성 여성을 따지는 것이 이상한 시대가 되어버렸지만 이런 강력한 연주를 들으니 사실 다른 피아니스트들의 연주는 거들떠보지도 않게 될 만큼 빠져들게 된다.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몇 명의 다른 연주자들의 음반을 사게 됐다. 물론 평이 좋은 것만 골라 샀는데도 이 연주만큼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사진을 찍는 내겐 더군다나 한때 음반 표지 사진을 전문으로 찍는 작가가 꿈인 적도 있었으니 이 음반 표지 사진의 느낌 또한 한몫했음을 부인하지 않을 수는 없다.

라흐마니노프는 이 곡을 1909년 여름과 가을에 작곡하고 초연은 미국에 가서 했다. 이 곡을 그의 친구이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요제프 호프만에게 헌정했으나, 자신을 위한 곡이 아닌 것 같다며 연주하지 않았다고 한다. 호프만의 손이 워낙 작아서 연습하기 힘들었을 거라는 추측을 하는데 작곡가 자신은 워낙 손이 컸다고 전해진다.

손이 크면 훨씬 유리하겠지만 작다고 연주하지 못할 곡 또한 아니다. 대표적으로 아주 손이 작은 피아니스트인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는 몇 번이나 녹음했으며 연주 역시 출중하다.

여름이 이제 시작인데 불볕더위가 사람을 빨리 지치게 만든다. 이 뜨거운 여름날에 러시아에서 날아온 시원한 음악 들으며 숨 좀 돌려보자.

 

임윤찬의 콩쿠르 결선 연주(클릭)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1982년 실황연주(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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