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일은 러시아 작곡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탄생 150주년 되는 날이었다. 몇 년 전 KBS 클래식 FM에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 중 1위를 차지한 곡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이었을 정도로 그는 사랑받는 작곡가이다. 클래식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도 그의 음악을 들으면 금방 빠지게 된다. 멜로디가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그런 만큼 할리우드나 영국, 프랑스에서 영화음악을 작곡해달라는 의뢰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영화를 위해 쓴 곡은 없다. 그럼에도 그의 음악은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많이 쓰였을 뿐 아니라, 그의 최고 난곡이라 불리는 피아노 협주곡 제3번에 관한 내용으로 영화 ‘샤인’이 나오기도 했다. 마릴린 먼로가 지하철 환풍구에서 치마를 날리는 유명한 영화 ‘7년만의 외출’에선 그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이 쓰였다. 제2번 피아노 협주곡 2악장 멜로디는 워낙 유명해 팝 음악으로 편곡돼 불린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노래가 에릭 카멘의 ‘All By Myself’란 곡이다. 원곡과 팝송 모두 명곡이니 후배 가수 셀린 디온이 리메이크해서 부른 노래 또한 많이 알려져 있다.

지난 2일 KBS 클래식 FM은 개국 특집으로 하루 종일 라흐마니노프의 곡들을 틀어줬다. 그만큼 라흐마니노프는 많은 곡을 작곡했다.

 

Boris Shalyapin의 1940년작 라흐마니노프
Boris Shalyapin의 1940년작 라흐마니노프

라흐마니노프는 작곡가로서 촉망받기 시작할 때 교향곡 제1번을 발표했는데 여러 혹평에 시달려 우울증에 걸렸다. 그 우울증을 극복하고 작곡한 음악이 가장 유명한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이다. 앞서 든 것처럼 워낙 멜로디가 아름답고 쉬워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곡이다.

지난해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할 당시 임윤찬이 연주한 곡이 영화 『샤인』에서 “미치지 않고서는 칠 수 없다”고 한 피아노협주곡 제 3번이다. 이 때 임윤찬이 연주한 결선 영상을 보면 피아노 연주에 관심이 없는 사람조차 감동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뛰어나다.

이런 어려운 곡을 작곡한 라흐마니노프는 자기 자신이 빼어난 피아노 연주자이기도 했다. 그의 손이 얼마나 컸던지 손가락을 펴면 30센티미터나 됐다고 한다. 상상이 잘 가지 않을 수 있지만 필자 또한 아주 큰 손을 가졌는데 한 뼘이 25센티미터이다. 나와 비교해도 5센티미터나 더 길다. 손가락 두 마디가 더 있는 셈이니 얼마나 클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라흐마니노프는 1943년 비벌리 힐즈에서 타계했다. 라흐마니노프 자신의 피아노 연주로 협주곡 전곡이 음반으로 나와 있다. 음질은 조금 떨어지지만 작곡자 자신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동이다. 올 한 해는 연주회장에서 라흐마니노프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을 테니 유심히 살펴보고 감미로운 라흐마니노프의 선율을 즐겨보기를 권한다.

에릭 카멘의 노래 영상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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