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어느 날 밤 느닷없는 국제전화가 와 스팸전화일지 몰라 끊은 적이 있다. 바로 전화가 다시 와 ‘아! 아는 사람 전화구나’하는 생각에 받았더니 체코에서 온 전화였다. 여행사에서 TC로 근무하는 친구였다.

"근종씨, 지금 제가 프라하 어느 레코드점에 있는데요. 저한테 딱 7분의 시간이 있는데 혹시 갖고 싶은 CD 있으면 얘기하세요!" 반사적으로 “라파엘 쿠벨릭이 체코 필을 지휘한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 있으면 사다 주세요”라고 했다.

프라하 시내 레코드점이니 체코의 국영 음반사인 SUPRAPHON CD는 당연히 있겠다 싶어서 그렇게 얘기했는데 바로 찾은 모양이었다. 다시 다급한 목소리로 "한국 가면 연락할게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 뒤 집으로 택배가 왔다. 참, 재밌는 경험이었다.

오늘 소개하는 음반은 체코 작곡가 스메타나의 교향시 몰다우가 포함된 ‘나의 조국’ 전곡 음반이다.

지난 7월 11일 체코 출신 소설가 밀란 쿤데라가 타계했는데 그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1968년 프라하의 봄(소련은 1968년 8월 20일 체코의 바츨라프 광장에 무력침공했다)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쥴리엣 비노쉬와 다니엘 데이루이스 주연의 영화가 나오기도 했다. 원래 영화 제목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었지만, 우리나라에선 ‘프라하의 봄’이란 제목으로 개봉했다.

이를 계기로 이 음반을 한 번 소개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이야기를 꺼냈다.

게다가 장마기간, 유유히 흐르는 몰다우(체코명 블타바)를 들으며 끈적끈적함을 잊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프라하의 봄 음악제는 1946년, 당시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인 라파엘 쿠벨릭에 의해 시작됐다. 1968년 체코 자유화 운동이 일어났던 ‘프라하의 봄’ 시기에도 축제가 중단되지 않았다고 한다.

항상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으로 시작해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으로 막을 내리는데 작곡가 스메타나의 기일인 5월 12일 시작해 약 3주간 진행된다.

이 곡은 라파엘 쿠벨릭이 한 때 체코에서 서방으로 망명한 이후 40여년 만에 고국 무대에서 연주한 기념비적인 연주이다. 당연히 체코 출신 연주자답게 다른 유명한 악단들과 이 곡을 연주했다.

1990년 5월 12일 개막연주회 실황 녹음인 이 연주의 감동이 가장 앞선다 생각한다.

‘나의조국’은 총 6곡으로 이루어진 교향시이다. 그 중 누구나 한 번 쯤은 들어봤을 곡인 ‘몰다우’는 두 번째 악장이며 네 번째 악장인 ‘보헤미아의 들판과 숲에서’는 라디오에서도 자주 들을 수 있다.

작곡가 베드리지히 스메타나는 드보르작과 더불어 체코 출신의 가장 뛰어난 작곡가로, 그의 대표작은 단연 ‘나의 조국’이다.

이 외에도 뛰어난 곡들이 많다. 걔 중 현악4중주 ‘나의 생애로부터’ 또한 유명하다. 그 외에 오페레타 ‘팔려간 신부’의 서곡도 잘 알려져 있다.

체코 출신 밀란 쿤데라의 타계 소식을 접하면서 난 자연스럽게 이 음악을 떠올렸다. 그를 추모하며 이 음반 듣고, 그의 소설도 영화도 다시 한 번 볼까 싶다.

아, 그리고 영화에는 헝가리 작곡가 졸탄 코다이의 무반주 첼로 곡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 또한 챙겨 들어봐도 좋겠다.

[클릭] 1990년 5월 12일 프라하의 봄 음악제 개막식 연주회 실황 중 '몰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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