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여름이 어느새 지나고 라디오에선 매일 브람스의 선율이 흘러나온다. 독일 작곡가 요하네스 브람스와 가을은 한 몸처럼 느껴질 만큼, 가을하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작곡가가 아닌가 싶다. 전에 소개한 클라리넷 오중주는 물론이고 가을에는 그의 교향곡들을 자주 들을 수 있다. 오늘은 또 라디오에서 몇 번이나 나올지 모르겠다.

왜 가을엔 브람스일까? 스승 로베르트 슈만의 미망인 클라라 슈만을 평생 흠모해 끝까지 독신으로 살며 헌신해 온 그의 음악이 구석구석에 배어 있어서일까? 후에 만날 기회가 있다면 꼭 한 번 물어보고 싶은 대목이다.

가을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들을 수 있는 음악이 아마도 교향곡 제3번의 3악장 선율이 아닌가 싶다. 첫 도입부를 들으면 클래식 음악이 아니라 영화를 위해 작곡한 음악으로 착각할 수 있을 만큼 우수어리고 감성적인 선율이 흘러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가끔씩 흘러나올 때가 있다.

벌써 반세기가 넘은 영화이지만 F. 사강의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원작으로 만든 잉그리드 버그만 주연의 영화 ‘이수(Goodbye Again)’ 에 주요 선율로 쓰여 유명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굳이 이 영화가 아니더라도 명곡이라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선율이다.

브람스는 네 편의 교향곡을 작곡했는데 그 중 1번은 베토벤의 10번 교향곡이라 할 만큼 베토벤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교향곡을 지나 마지막인 네 번째 교향곡에 이르면 그의 음악은 브람스 만년의 고독함과 쓸쓸함을 표현했다 싶은 생각이 들 만큼 선율이 독특하다.

이 곡을 처음 들은 지 벌써 30년이 지났는데 테이프를 틀어서 첫 선율이 나오는 순간 “어~ 이거 테이프가 늘어졌나?” 싶은 생각이 들만큼 음의 높낮이가 차이가 나는 것은 물론 음이 늘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런 음악은 처음이라 음악도 모르는 초보자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것은 어색함이 아니다. 음악에 빠져들게 하는 묘한 매력의 선율이다.

브람스의 교향곡은 모두 좋아 보통 전집(CD3장)으로 많이 가지고 있지만 낱장으로 나오기에 얼마든지 마음에 드는 연주자의 음반을 고를 수 있다. 우선 3번 교향곡은 누구의 연주를 사도 불만이 없는 게 특징인데 워낙 좋은 선율이어서가 아닌가 싶다. 4번 교향곡 또한 뛰어난 연주들이 많지만 지휘자가 사랑한 지휘자 카를로스 클라이버의 압도적인 연주를 능가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브람스 4번 교향곡 음반 중 가장 많이 팔린 음반이 아닌가 싶다.

깊어가는 이 가을 브람스의 교향곡과 함께 한다면 가을의 정취를 한껏 더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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