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는 시절이면 우리의 오감이 가장 먼저 변화를 느낀다. 라디오에서도 이에 맞춰 적절한 음악을 틀어준다. 어느덧 10월도 지나고, 11월이다. 가을도 절정에 이르렀다. 10월이 오면 라디오에선 약속이나 한 듯 김동규가 부르는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들을 수 있다. 이제 11월이 되면? 여전히 진행 중인 가을에 가장 자주 들을 수 있는 고전 음악은 아마도 이탈리아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가 아닌가 싶다.

오래 전 클래식 음악을 처음 듣던 시절을 기억해 보면 비발디 ‘사계’는 클래식 음악 입문자들에게 통과의례 같은 음악이었다. 나 역시 그냥 그런 줄 알고 열심히 들었다. 하지만 너무 많이 들어서 질리기까지 해 한동안 비발디를 멀리하기까지 했다. 그러다 시간이 제법 흐르고 새로운(?), 그러니까 비발디 시대의 악기와 연주법으로 나온 연주들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져 그때 서야 다시 비발디를 듣기 시작했다.

며칠 전 라디오에선 ‘사계’ 중 가을이 흘러나왔다. 비발디가 작곡할 때 넣지 않은 사냥개가 짖는 소리가 나왔다. 실제 개 짖는 소리에 가깝게 오케스트라의 연주자들이 내는 소리여서 참 재미나게 들었다.

이번엔 정말 새로운 ‘사계’를 소개한다. 프랑스 작곡가 니콜라스 셰데비가 비발디의 곡을 편곡해 ‘유쾌한 사계’로 재해석한 음악이다. 처음 들으면 ‘뭐 이런 익살스러운 곡이 있지?’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재밌는 곡이다. 아마도 그건 등장하는 악기 ‘허디거디’가 한몫을 한 까닭이지 싶다. ‘허디거디’란 악기는 이 곡의 작곡자인 셰데비가 연주를 잘한 악기이다. 그 덕에 우리는 정말 새로운 사계를 들을 수 있게 됐다.

‘유쾌한 사계’는 비발디의 다른 협주곡을 추가하여 ‘봄’, ‘여름의 기쁨’, ‘수확기’, ‘겨울’의 총 6악장 구성으로 ‘사계’를 재편성해 만든 음악이다.

가을 하면 첼로 연주곡이나 브람스의 곡도 좋겠지만, 비발디의 사계나 이셰데비의 ‘유쾌한 사계’ 또한 한 번씩 들어보기를 권유한다. 비발디의 ‘사계’에 질렸다면? 정말 음악으로 가을을 느끼고 싶다면? 주저 없이 이셰데비의 음악을 추천한다. 이 곡을 통해 가을을 유쾌하게 맞을 수 있지 않을까.

[클릭] Chédeville // Le Printems ou Les Saisons amusantes, Op. 8: III. L'Automne (Allegro)

* 음반 소개글 일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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