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법학을 공부했고 또 사회 선생으로 평생을 살아온 내가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단어의 뜻을 새기며 이야기를 시작하지는 않겠다. 이미 잘 알고 있는 단어가 바로 ‘자유’다. 하지만 ‘자유’라고 해서 모두 같은 의미는 아니다. 우리말은 당연히 의미의 차이가 문장 속에서 드러나니 문장을 살펴보아야 하고 한자는 글자가 딱 정해져 있다.

새롭게 바뀌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의 교과서 총론에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꾸는 문제에 대하여 내 생각은 다음과 같다.

어제 뉴스를 보니 교육부 차관은 헌법을 이야기하며 ‘자유민주주의’의 사용에 대한 당위성을 주장했다. 먼저 헌법 정신의 핵심인 전문 어디에도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은 없다. 왜냐하면 ‘자유’라는 단어를 '민주주의' 앞에 붙이는 것은 '민주주의'의 핵심 정신을 제한할 수 있고, 심지어 왜곡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김준식 지수중학교 교장
김준식 지수중학교 교장

이를테면 '민주주의'를 이리저리 쪼개서 각 집단의 편의대로 사용했던 20세기 초의 상황을 재현하려는 듯 보인다. 그 시절에 사용되었던 편협하고 오해의 위험성이 많은 ‘자유민주주의’를 21세기 대한민국 교과서에 삽입하려는 것은 다분히 시대착오적이다.

그리고 헌법의 각 조문 어디에도 '자유민주주의'는 없다. 잘 찾아보시라. ‘자유’도 있고 ‘민주주의’도 있지만 ‘자유민주주의’는 없다. 왜 없는지는 자명하다. '민주주의'를 대양에 비유한다면 ‘자유민주주의’는 호수이거나 시냇물 정도의 의미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즉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은 헌법정신에 기초한 단어가 아니라는 뜻이며 동시에 어떤 상황에서도 '민주주의'를 그렇게 제한적으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교육은 헌법정신에 기초한다고 교육부 차관도 말했다. 그러니 그대로 따르면 된다. 제한되고 한정적인 기능을 하는 ‘자유’를 '민주주의' 앞에 놓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을 폄훼하는 것이다. 하물며 교과서의 총론에 ‘자유민주주의’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미래 세대를 양성하는 국가 교육 자체를 편협하게 할 우려가 매우 크다.

당연히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민주주의’로 유지해야 한다. 교육은 미래이며 동시에 현재다. 제발 쓸데없는 일에 에너지를 쏟게 하지 말고, 본질에 충실하고 또 충실할 수 있게 하자.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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