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민 약사
황규민 약사

찬바람이 분다. 굴 철이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서포에 굴구이 먹으러 가자는 연락을 받았다. 벌써 서포 바닷가 가게들은 굴구이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손님을 맞고 있었다.

굴은 우리만 즐겨 먹는 음식이 아니다. 서양 사람들이 오히려 더 유난을 떠는 편이다. 나폴레옹이 전쟁 중에도 매 끼니 굴을 먹었다거나 굴 확보를 위해 로마군이 해외 원정을 떠났다는 것 등이 그런 것이다.

로마시대, 이탈리아 최대 굴 산지 나폴리만 일대에서 생산되는 자연산 굴만으로는 인근 도시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었다. 그래서 기원전 1세기 인류 최초 인공 굴 양식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로마 제국의 속지였던 갈리아(프랑스)와 브리타니아(영국)는 로마의 해외 굴 공급기지 역할을 했었다.

서양에서 굴을 사랑한 인물로는 카사노바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매일 아침에 생굴을 먹었다고 한다. 절세미인 클레오파트라도 피부미용을 위해 굴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통영 '굴수하식수협'에는 이런 포스터가 붙어있다고 한다. "여자를 위하여 남자가 먹는다. 남자를 위하여 여자가 먹는다." 굴이 남자에게는 정력을, 여자에게는 건강과 미용을 보장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받아들여지는, 굴이 정력에 좋은 음식이라는 믿음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굴에는 단백질과 비타민 등 영양성분이 풍부하지만, 특히 아연과 칼슘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이 풍부하다.

전립선은 고환 등과 함께 생식을 가능하게 하는 성부속기관 중의 하나이다. 전립선의 중요한 역할은 '전립선액'을 만드는 것이다. 굴에 풍부한 아연은 전립선 세포의 에너지 대사(구연산 회로 또는 TCA 회로) 일부를 억제한다. 그렇게 하면 전립선 세포에 구연산(citrate)이 쌓이는데, 이렇게 쌓인 구연산이 전립선액의 재료가 된다.

전립선액은 '정액'의 약 30%를 차지한다. 정자에 영양을 공급하고 정자의 운동성을 증진시킨다. 그리고 나팔관의 강산성을 중화시켜 정자가 안전하게 나팔관을 지나 난자와 만날 수 있도록 돕는다. 아연 부족으로 전립선의 에너지 대사가 통제되지 않으면, 건강한 정액 생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에너지 과잉으로 전립선이 비대해지고 암세포가 생겨날 수도 있다. 옛말에 '남자의 아랫도리는 차가와야 한다'고 했는데 나름 근거가 있는 말이다.

스트레스나 긴장 등 교감신경의 자극은 '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한다. 아드레날린이 요도 괄약근(조임근)에 붙으면 근육이 수축되어 오줌누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 추운 겨울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 소변기 앞에서 오줌누기와 사투를 벌이는 노년기 남성을 떠올려보라. 뒤에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면 이건 최악이다. 체온을 올리기 위해 이미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뒤에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까지 의식하게 되면 교감신경은 더욱 흥분되어 요도 괄약근을 과도하게 조이게 된다. 오줌누기가 곤란해진다. 휴게소의 따듯한 물 한 잔과 평소 즐기는 굴요리가 오줌누기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굴 속의 풍부한 칼슘, 마그네슘이 교감신경을 가라앉히고 긴장을 완화하여 요도 괄약근을 푸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굴요리는 맛의 즐거움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칼슘과 마그네슘을 통하여 오줌누기를 편하게 해준다. 그리고 아연을 통해서는 전립선 건강에 도움을 주고 정자와 난자의 만남에 중매를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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