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민 약사
황규민 약사

자주 가는 고깃집 중 '함초식당'이라는 데가 있다. 삼겹살을 시키면 젓갈 마늘 등을 담은 조그만 종지그릇을 내놓는다. 고기를 구울 동안 이 종지그릇을 불판 가운데 얹었다가 보글보글 끓으면 꺼낸다. 익은 고기를 여기에 찍어 먹으면 맛이 한결 좋아진다.

직장과 집은 걸어서 10분 거리다. 중간에 내가 좋아하는 '한국국밥'이라는 돼지국밥집이 있다. 혼자 가도, 아침 점심 저녁 아무 때나 가도 부담스럽지 않은 식당이다. 이곳에는 취향에 따라 추가할 수 있는 양념이 두 가지 준비되어 있다. 다대기와 새우젓이다. 새우젓은 감칠맛을 강화하고 간을 맞추어 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감칠맛을 내는 조미료는 있었다. 고대 로마의 생선 액젓(fish sauce) '가룸', 베트남의 '느억맘', 우리나라의 멸치젓, 새우젓 그리고 된장, 간장이 그런 것이다. 프랑스 요리에는 육수 '부용', 일본 요리에는 미소된장, 가다랑어포, 다시마가 있다.

MSG(Mono Sodium Glutamate)는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감칠맛 조미료이다. 과학자들이 무해함을 밝혔고, 많은 식품전문가들이 무해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식약청은 'MSG free'라는 표기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한 번 만들어진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감칠맛의 본질 글루탐산은 발효, 가열, 숙성이라는 단백질 분해 과정 중 생성된 아미노산이다. 글루탐산은 20가지 아미노산 중 가장 흔한 것이다. 가장 흔하다는 것은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글루탐산은 단백질을 만드는 기본 재료이기도 하지만 단독으로는 중추신경계의 핵심 신경전달물질 역할을 한다. 이것이 없다면 움직일 수도, 통증이나 감각을 느낄 수도, 기억 학습 등 두뇌의 작용도 불가능하다. 이것이 많으면 발작 경직 불면 등의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뇌는 글루탐산의 출입을 특수한 생리적 관문을 설치하여 통제한다. 필요하면 직접 글루탐산을 만들어 사용한다. 그러므로 음식이나 조미료에서 섭취하는 것은 뇌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그래서 외부 섭취 글루탐산은 뇌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설탕 소금이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자연 존재 물질이지만 과도하게 사용하면 문제를 일으키듯 글루탐산도 MSG 형태로 과도하게 사용하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과도한 소금 설탕 사용이 혈압 혈당 등에 직접 영향을 준다면 과도한 MSG 사용은 간접적으로 영양 균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국수, 라면 등의 음식에 첨가하면 과식을 유발할 수 있다. 맛만 강화하고 영양은 책임지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설탕 소금 지방 글루탐산을 '독'이라 비방하지는 말자. 이들은 모두 자연에 그저 존재하는 물질일 뿐이다. 우리가 필요에 따라 가져다 쓰는 것이다. 과도하게 사용하고 이익 실현을 위해 악용하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설탕 소금 지방 MSG를 적절히 활용하여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언제나 과한 것이 문제이다. 우리는 이들 없이는 살 수 없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끌리게 되어 있다. 맛있는 음식보다 우리를 위로하고 건강하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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